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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가을바람 「秋風、波瀾を起す」MAIN/작혼 공식 스토리 2024. 3. 20. 22:24
작혼 데이터베이스 내의 이미지를 편집한 것으로 문제 시 내립니다. +솜삼님 토큰 커미션 불어오는 가을바람 Day.1-1 (라이언, 쿠츠지, 사라)
더보기달력은 이미 가을이라 말하고 있지만, 날씨는 마치 한여름처럼 무더웠다.
계란후라이가 타버릴 것 같은 뜨거운 철제 난간에서 손을 거두며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올해 이한시의 잔열은 예년보다 더 혹독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외출할 일이 거의 없지만, 'Soul' 공연은 예외다. 일주일 전, 라이언이 끈질기게 조르던 것도 있다. 그는 오늘 새로운 마술쇼를 준비했다며 가장 먼저 세계 최고의 누님에게 보여주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래서 오늘 이 무더위 속에서 'Soul'을 찾은 시민들이 마술쇼를 즐길 수 있도록, 나는 ......
......, 가만히 생각해보니 대가를 지불한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이득을 본 것 같다.
쇼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했고, 노래와 춤의 퍼포먼스는 여전했고, 라이언의 마술도 기대했던 대로 흥이 넘쳤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종종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맹수조련사 '힐리'와 그녀의 파트너인 흑표범 '모히토'가 이번 공연에는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쇼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조용히 퇴장할 때, 근처에 있던 두 관객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관객 A] 이번 프로그램 변경,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까?
[관객 B] 정말이야. 모히토를 보고 싶어서 왔는데.
[관객A]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관객 B] 불길한 소리 하지 마. 모히토는 분명 무사할 거야! 힐리도!
[관객A] 내일도 올 수 있고, 다음에는 만날 수 있기를 ......!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 다시 한 번 공연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니, 오늘은 힐리와 모히토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었던 것 같다. 흐름을 따라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 타이밍에 등장한 것은 분명 노래와 춤으로 구성된 공연팀이었던 것 같다. 혹시 공지가 늦어질 정도로 막판에 변경된 것일까?
사람의 흐름을 따르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목적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출구에서 사라를 마주쳤을 때 멈춰서서 인사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두 번이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오늘 사라는 조금 이상했다. 평소의 여유로운 고양이 같은 표정이 아니라 조금은 조급한 기색이 느껴지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사라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아주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지 않는 한 그녀의 이런 표정을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왜 그러는지 직접 물어보자 >사라를 통해 얘기 듣기
* 사라는 필요하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자 >라이안을 통해 얘기 듣기
고민 끝에 역시 무슨 일인지 사라에게 직접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외로운 용사처럼 휘적휘적 인파를 거슬러 올라갔다. 그저……
[player]죄송합니다, 잠시만요…… 감사합니다.
[player]좀 지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layer]조금만 비켜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player]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스읍…… 괜찮아요……
신발에는 사람들에게 밟힌 발자국이 가득했으나 나는 예의를 차려가며 인파를 뚫고 겨우겨우 사라에게 도착했다. 인기척을 느낀 사라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사라]당신, 왔구나? 오늘 공연은 마음에 들었어?
[player]대단했지! 하지만 힐리가 빠진 게 조금 아쉬웠어.
[사라]힐리……
사라의 말끝이 흐려지는 것을 보아하니, 오늘 사라를 초조하게 만든 원인은 힐리인 것으로 보였다.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사라에게 재차 질문을 던졌다.
[player]힐리가 오늘 공연에 오지 않은 건 무슨 일이 생겨서 그런거야?
[사라]아니, 볼 일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휴가를 쓴거야. 하지만……
[player]하지만 그건 평소의 힐리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라 걱정된다는 말이지?
[사라]어머, 당신, 독심술이라도 배운거야?
[player]사라, 네 표정을 보면 이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지.
[사라]표정에서 그렇게나 티가 났나? 아무래도 당신이랑 가까워진 이후로 쉽게 긴장이 풀리는 모양이네, 후훗.
[사라]그런데 내가 걱정하는건 힐리가 갑자기 휴가를 낸 것 때문이 아니라, 최근 극단 내에서 돌고 있는 소문이 생각나서 그런거야.
[player]소문?
[사라]응, 당신한테라면 말해도 괜찮겠지. 그리고 괜찮다면 무슨 소문인지 확인 좀 부탁해도 될까?
[사라]최근 몇몇 단원들에게 힐리가 '기도춘'에 자주 드나든다는 사실을 들었어. 오늘 갑자기 휴가를 낸 힐리가 사실은 기도춘에 가는건 아닐지 걱정이야.
[player]'기도춘'이라면 들어본 적 있어. 누가 말해줬던 것 같은데……
[사라]'기도춘'은 이한시에서 가장 큰 게이샤 저택이자, 사귀인 중 한 명인 토죠 쿠로네가 머물고 있는 곳이야. 당신이 정말로 모르고 있었을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아. 후후훗.
사라의 말을 듣자, 전에 카구야히메가 기도춘에 대해 말했던 게 떠올랐다. 하지만 카구야히메는 토죠 쿠로네가 있다는 말 외에는 딱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었는데, 사라는 도대체 왜 저렇게 걱정하고 있는걸까?
[player]기도춘에 가는 것 뿐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사라]힐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걱정하지 않았을거야…… 기도춘 역시 Soul처럼 공연으로 먹고사는 곳 이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사라]기도춘은 부자들의 천국이나 마찬가지야. 입장권 가격만 해도 Soul의 하루 매출에 가깝지. 힐리가 무슨 돈으로 기도춘에 드나드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힐리는 돈을 흥청망청 쓰는 성격은 아니거든.
[사라]그래서 더 걱정이 되는거야…… 혹시 힐리가 협박이라도 당하고 있는건 아닐까 싶어서……
[player]힐리하고는 말 해 봤어?
[사라]당연히 말 해 봤지. 하지만 힐리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누가 뭐래도 듣지 않는 성격이라서… 나한테 말 하고 싶지 않다는게 너무 티가 나길래 더 이상은 물어 볼 수가 없었어. 하아……
[player]사라,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사라]어머, Soul은 당신한테 이미 많은 도움을 받았는 걸……
사라는 오늘 내가 이제껏 봐 온 사라의 한숨 중에서 가장 긴 한숨을 쉬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사라는 내 옷을 슬며시 잡아당겼다.
[사라]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지만, 당신은 나와 Soul에게 있어서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야. 괜찮다면 이번에도 우리를 좀 도와줄 수 있을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라의 긴장된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으나 너무 더운 날씨 탓에 더 이상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려웠다.
사라는 나를 공연장으로 데리고 왔다. 관객들이 모두 떠난 텅빈 관객석에는 모자에 토끼를 한 마리 한 마리 집어넣고 있던 라이언이 있었다. 라이언은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쪼르르 달려오더니 옆자리에 앉았다.
[라이언]우리를 도와주시러 오셨나보네요.
나와 사라는 서로를 바라보며 전부 들켰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라이언도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니 만큼, 숨길 이유도 없기는 했다. 사라는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왜 그러는지 직접 물어보자
>>> * 사라는 필요하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자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인적인 비밀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마련, 하물며 사라는 극단의 단장으로서 Soul의 다양한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외부인인 내가 극단의 모든 문제에 참견하는 것은 역시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도울 수 있는 문제라면, 사라는 분명 나를 찾아올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은 사라를 방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대로 뒤돌아 인파를 헤치고 집에 돌아가던 중, 갑자기 뒤에서 나온 손에 '기습'을 당했다. 한 쌍의 희고 길쭉하지만, 수척한 느낌이 드는 손이 내 어깨 위에 걸쳐지더니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양 검지로 내 볼을 눌렀다. 일부러 길게 늘린 목소리에는 변성기 특유의 음성이 있었다.
[???]내가 누구게요~?
[player]그러게, 누굴까?* 레오나도도
* 라이언
>>> * 라이옹
[player]라이옹?
[???]누, 누님! 라이언한테 라이옹이 누구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이언은 뒷짐을 지고 앞으로 두 걸음 나와 누님 두글자를 이를 악물며 말했다.
[player]하하, 그게……
[라이언]혹시 누님한테 다른 마술사가 생긴건 아니죠? 그 마술사가 저처럼 누님 말을 잘 듣나요? 저보다 마술 실력이 뛰어난건가요? 혹시 제가 누님한테 무언가 실수를 해서 누님한테 밉보였다거나……
소년의 말투가 점점 흐려지는 것을 본 나는 라이언을 더 이상 놀리지 않기로 했다.
[player]그런거 아니야. 그냥 라이언한테 농담 좀 한거야. 그나저나 도대체 누가 라이언을 이런 장난을 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려나~?
[라이언]그건 라이언은 누님의 마음이 변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라이언
* 라이옹
>>> * 레오나도
[player]레오나도?
[???]우와아, 누님은 심술쟁이시네요. 일부러 그러시는거죠?
라이언은 뒷짐을 진 채로 내 앞으로 걸어나왔다. 웃고 있는듯한 말투였지만, 눈을 가늘게 뜬 소년을 보니, 내가 알아보지 못 한 것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라이언]누님, 일부러 제 이름을 틀리게 말한거죠? 레오나도라는 사람이랑 똑같이 이러고 논거는 아닌거죠?
소년의 생각이 점점 어긋나는 걸 보고, 황급히 소년을 진정시켰다.
[player]네가 없었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하는게 아니라, 내가 레오나도랑 그런 관계일리가 없잖아.
[player]그냥 단순한 장난이었어. 진짜야. 누가 라이언한테 이런 장난을 좋아하게 만든거람.
[라이언]그건 라이언은 누님의 마음이 변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라이옹
* 레오나도
>>> * 라이언
[player]라이언이구나.
[???]역시 세계 최고의 누님이라면 당연히 저를 알아볼거라고 생각했어요.
라이언은 뒷짐을 진채로 두발자국 앞으로 나와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나는 별 수 없다는듯이 아직 꼬맹이티를 벗지 못 한 눈 앞의 소년을 향해 한숨을 쉬었다.
[player]라이언은 요즘 이런 장난을 좋아하나 보네.
[라이언]그건 라이언은 누님의 마음이 변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이후 내용 동일)
[player]마음이…… 변하다니?
[라이언]누님이 라이언한테 이렇게 잘 대해주니까, 분명 라이언을 질투해 누님한테서 특별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올 거예요. 누님이 가짜한테 속는 날이 온다면, 라이언은 정말로 정말로 슬플 거랍니다.
[라이언]그러니까 누님은 그 어느 때라도 다른 사람과 라이언을 착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세요.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런 문제에 진심인 라이언은 지금 당장 확실하게 답을 해주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게 분명했다.
그럼 나는 하루, 이틀, 사흘…… 무더위가 엄동설한이 될 때 까지 매번 Soul의 공연에 참석하는 '개근' 관중이 되어야할지도……[player]좋아. 약속할게.
[라이언]우와아!! 역시 누님 최고!
[라이언]그리고 오늘 누님이 공연을 보러 와 주셔서 정말로 기뻐요!
[player]보러간다고 약속했잖아?
[라이언]음…… 힐리 누님이 휴가를 냈다는걸 미리 알았다면 더 많은 마술을 준비해서 누님한테 보여드렸을텐데 말이에요.
나는 오늘 힐리의 공연 대신 준비되었던 공연도 제법 괜찮았다고 말 하려고 했다가, 곧 실수를 깨닫고서는 즉시 다른 주제를 꺼냈다.
[player]바뀐 공연도 제법 괜찮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참, 내가 매 번 공연을 보러 오는게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데, 힐리는 원래 자주 휴가를 내는 편인거야?
[라이언]그렇지는 않아요. 힐리 누님과 사라 누님은 극단 모두가 인정하는 '워커홀릭'인걸요. 두 누님은 기본적으로 모든 공연에 출연하는데다가, 간혹 사정이 생긴 다른 단원 대신 공연에 나가기도 해요.
[라이언]물론 라이언도 노력하고 있고, 누님이 보러오는 공연은 온 힘을 다하고 있어요…… 누님이 없을 때는 조금 덜 노력하고 있지만 공연 자체는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구요.
그 와중에도 라이언은 나에게 칭찬해달라는 말을 잊지않았고, 나는 거기에 맞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귀여운 동생을 제 때 칭찬해주는 것 역시 누님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player]그럼 힐리가 왜 휴가를 냈는지도 알고있어?
[라이언]힐리 누님이 단장님한테 직접 휴가를 신청한거라 단장님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네요. 참, 라이언한테 짐작가는게 하나 있기는 한데, 한 번 들어보실래요?
[player]듣고싶어.
[라이언]다 듣고 나면 라이언한테 보상을 해 주겠다고 약속해주세요.
[player]무슨 보상?
[라이언]라이언 전용 보상으로, 최소한 3분…… 아니, 5분 동안 꼭 안아주세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우리 둘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라이언의 요구에 응답했다.
[라이언]최근 극단 안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힐리 누님이 자주 '기도춘'에 드나든다는 모양이에요. 입장 티켓 값만 해도 엄청나게 비싼, 사귀인이 있는 오키야에요.
사귀인이라는 말을 들으니, 카구야히메가 기도춘에 토죠 쿠로네가 있다고 했던게 기억이 났다.
[라이언]다들 힐리 누님이 또 기도춘에 간 건 아닌지, 무슨 돈이 생겨서 거기서 돈을 그렇게 써대는지 묻는 사람도 있어요. 아마 사라 누님께서 고민하는 것도 이거랑 관련된 일 일거에요.
[라이언]게다가 힐리 누님은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최근 극단 내에 떠돌고 있는 소문들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전에 사라와 함께 Soul의 문제를 처리했던 적이 있어서 나도 Soul의 재정 상황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다. 그들은 여유롭기 보다는 오히려 조금 빠듯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단원들이 힐리가 고급스러운 곳에서 돈을 쓰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은, 힐리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수습하기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내가 오랫동안 생각에 빠져서 그랬는지, 라이언은 내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불만을 표했다.
[라이언]누님한테 말하지 말 걸…… 누님의 마음이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버리고 말았잖아요……
[라이언]이 일이 누님의 마음을 더이상 빼앗지 못하게 해야겠네요. 라이언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누님께서 너무나도 걱정되신다면, 직접 사라 누님한테 가서 묻는게 제일이지 않겠어요? 어차피 누님들 둘의 관계보다 누님이랑 라이언의 사이가 더 좋으니까 상관없어요.
라이언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나는 라이언과 함께 사라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물론, 가기 전에 라이언과의 약속대로 오분동안 꼭 안아주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이한시에서 가장 껌딱지 같은 사람 랭킹을 매기면, 분명 라이언이 1위를 차지할 것이다.
나와 라이언은 텅 빈 관중석 앞에 앉아 혼자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있는 사라에게 다가갔다.
나는 사라의 옆으로 가 앉았다. 나를 발견한 사라는 잠시동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라]당신, 아직 안돌아갔어?
[player]아까 라이언한테서 힐리에 관련해서 고민이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무언가 도울 수 있는게 있을까?
[player]응?
사라는 나를 보고, 또 다시 라이언을 바라본 뒤 긴 한숨을 쉬었다.
[라이언]누님한테 말 하시죠. 안 그러면 누님께서 힐리 누님을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게 될거고, 결과적으로 수면의 질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말 거에요.
[라이언]누님한테 말 하시죠. 안 그러면 누님께서 힐리 누님을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게 될거고, 결과적으로 수면의 질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말 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밤잠을 설치기까지는 안 하겠지만, 라이언은 사라에게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나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 하고 있는 것 처럼 들렸다. 그런데…… 라이언의 목적이 정말로 내가 사라를 돕게 만들려고 하는걸까?
나는 고개를 돌려 라이언을 바라보았지만, 라이언의 천진무구한 표정이 나의 의구심을 전부 날려버렸다.
[사라]솔직하게 말할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하지만 이전에도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줬어서 Soul에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당신의 도움을 받기가 조금 그래. 당신이 너무 신경을 많이 써야하잖아.
[player]나는 Soul의 사람들을 좋아해.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기꺼이 도와줄거야.
[player]그리고, 나도 사라가 이렇게 기운 빠진 모습으로 있는걸 보고 싶지 않은걸. 나는 사라가 춤을 출 때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한 모습이 더 좋으니까 말이야.
[사라]후훗, 당신한테 갑자기 칭찬을 받을줄은 몰랐네. 그렇다면 나도 사양하지 않고 부탁하도록 할게. 지금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라이언이 당신에게 이미 말 해줬으려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라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 왜 그러는지 직접 물어보자 >사라를 통해 얘기 듣기
* 사라는 필요하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자 >라이안을 통해 얘기 듣기)
이후 내용 동일)
[사라]Soul은 순회 공연단이라 단원들 중 외지인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한시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어서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오고 있어. 그 중 한 분이 내게 이한시에서 알고 싶은 있다면 '효'에 가보라고 귀띔해주시더라고.
[player]거기가 뭐하는 곳인데?
[사라]이한시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뭐든지 알고 있고, 찾아준다는, 이한시에서 가장 큰 정보 조직이라고 해.
[player]'효'한테 힐리를 찾아달라고 하려고?
[사라]힐리가 범죄를 저지를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아. 힐리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니까……
거기까지 말을 마친 사라는 돌연 재미있는 일이 생각이라도 난듯 웃기 시작했다.
[사라]차라리 힐리가 진짜로 돈을 쓰러 간 거라면 오히려 안심할 수 있어. 그러면 힐리가 딱히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는 소리니까 말이야.
[사라]나는 그저 기도춘이 힐리와 Soul에 위협이 될지 안 될지 '효'를 통해 알아보고 싶은 것 뿐이야.
[사라]힐리가 정말로 위험에 빠졌다면 우리에게 알리기는 커녕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려고 할텐데…… 하아……
[player]한숨을 쉬는 모습이 꼭 사춘기 딸을 둔 아버지 같네.
[사라]후훗 그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Soul은 나의 가족이고, 나는 단원들의 아버지나 다름없으니까… 나에게는 단원 모두를 돌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어.
[player]꽤 힘들어 보이네……
[사라]다 상대적인거지. 나도 단원들한테서 배운게 많은걸. 당신도 겪어봐서 알잖아?
[player]그렇긴 하지. 그럼 '효'랑은 어떻게 연락을 하려고?
[사라]연락 방법을 알고 있기는 한데… 최근 극단이 좀 어수선해서 자리를 뜨기가 쉽지 않네. 그래서 말인데…… 내가 가장 신뢰하는 당신이 나 대신 갔다 와 줄 수 있을까?
[player]꼭 게임 속에서 퀘스트 주는 NPC 같아……
[사라]어머, 그렇다면 당신을 위한 보상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네, 후훗.
[라이언]사라 누님께서 라이언을 보상으로 사용해주실 것을 건의합니다. 분명 모두에게 만족스러울에요.
[player]음…… 먹는게 적었다면 생각해봤을텐데, 너무 많이 먹어서 탈락이야.
[사라]풉……
사라는 나와 대화하는 내내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지만, 방금의 그 웃음만큼은 진심이 가득 어려있었다. 긴장이 많이 풀린듯한 사라의 모습을 본 나와 라이언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무언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이언]누님이 가면 저도 갈거에요. 그런 위험할 것 같은 곳에 누님 혼자 보낼 수는 없죠.
[player]안 돼. 너는 아직 어려. 장차 이한시의 미래로서 아직 보호를 받아야 될 나이라고.
[사라]후훗, 라이언을 너무 얕잡아 보는거 아니야? Soul의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순회 공연을 다니면서 많은 걸 경험했어.
[사라]특히나 라이언은 다양한 재주를 가진 아이야.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어린 녀석이 어떻게 Soul의 마술사가 될 수 있었겠어?
사라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돌려 라이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척을 했다.
[player]누가 자기는 고작해야 꼬맹이라고,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었던게 기억나는데 말이야?
[라이언]라이언은 거짓말 안 했어요. 라이언은 나쁜 사람들을 다룰 줄 알뿐, 누님처럼 착하고, 정직하고, 용감한 사람 앞에서는 미움받지 않게 애쓰는 게 고작인걸요……
라이언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듣기 좋은 말들을 막힘없이 늘어놓았다. 마술사다운 언변이다. 말솜씨에 방금 전 보여주었던 마술은 기억이 안날 정도였다.
나를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라이언의 말에 나 또한 크게 반박하지 않고, 라이언과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결코 라이언이 나보다 이한시에 익숙해서 그런게 아니다.
라이언은 사라에게 접선 암호와 순서를 자세히 물었다. 사라는 '효'와 접선하기 위해서는 대결에서 이겨야하며, 경기는 상대쪽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리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한시에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이 감정을 긴장감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기대감이라고 해야할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사라가 알려준 정보를 따라가 보니 겉보기에 평범한 마작장에 도착했다. 입구의 간판은 낡고, 모퉁이가 부서져 있었고, 위의 글씨도 엉망으로 쓰여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곳에 신선이 살기도 하는 법.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라이언과 함께 마작장으로 들어갔다.
카운터로 다가가자 사라가 알려준대로 흰 올빼미 모양의 장식품이 보였다. 천진난만한 생각으로 이 올빼미가 합격 통지서라도 보내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동안 흰 올빼미 장식에 눈을 빼앗겨 있던 중, 라이언이 받침대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흰 올빼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고, 옆에 있던 종업원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라이언]승부를 겨루고 싶은데요.
종업원은 흰 올빼미의 불을 끄고서는, 우리를 데리고 로비를 지나 방 안으로 조용히 안내했다.
밀실 같은 이 방은 우리가 들어온 출입문만 있을 뿐, 창문 조차 없는 곳이었다. 벽에는 누렇게 변한 종이에 글씨가 써있었고, 가운데에는 마작 테이블과 네 개의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종업원은 우리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만 남기고 방을 떠났다.
[player]대결이라는게 설마 마작인걸까?
[라이언]마작패로 하는 짝 맞추기 일 수도 있죠. 해본적 있어요? 라이언은 누님한테 마작을 배우기 전 까지는 재밌어서 자주 했었어요.
몇 분 지나지 않아 종업원은 두 명의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나는 두 남자들이 아까 로비에서 마작을 치던 사람들이라던 것을 알아차렸다.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처럼 생긴 두 사람은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종업원은 우리 네 사람을 테이블에 앉힌 뒤, 나와 라이언에게 승부의 내용을 설명했다.
대결 종목이 마작일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설마 2대 2 형식의 마작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도전자가 1위를 차지한다면, '효'의 리더를 만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다고 한다. 종업원이 설명해주는 규칙을 들으며, 라이언과 같이 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혼자 왔었다면 로비의 사람 중 한 명과 파트너가 되었을 것이니 말이다.
마작 만화에서 2대 2 마작 승부는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지만, 현실 속 마작은 개인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대 2 승부에는 자신이 없는데다가……
나는 고개를 돌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라이언을 바라보았다. 라이언에게 마작을 가르쳐 준 것은 나다! 게다가 가르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 실력으로 과연 마작 천재를 만들어 냈을까…?
지금은 어떻게든 해 보는 수밖에 없다.
[종업원]두 분 중 누가 도전자고, 누가 서포터시죠?
나와 라이언은 서로를 쳐다 보았지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종업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우리에게 결정을 못 내리겠다면 운에 맡겨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건냈다.
종업원은 빈 유리병을 가져와 나와 라이언 사이에 놓고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유리병의 회전 속도가 느려지더니, 병 입구가 나를 향해 멈춰섰고, 종업원은 나를 바라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업원]이 분이 오늘의 도전자이신 것 같군요.
이런 식으로 정하는 건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오늘 '효'의 리더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1위를 차지해야 한다.
[라이언]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누님의 실력을 믿으세요. 그리고 저도 있잖아요.
긴장한 게 티가 났는지 라이언이 내 어깨를 토닥여줬다.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혼자 외롭게 싸우는 게 아니라는 기분, 썩 좋은 느낌이다.
게다가 일이 이렇게 되니, 내가 천화 국사무쌍으로 세 사람의 운을 가져오지 못 할까봐 걱정이 된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스트레스가 늘어날 뿐이니, 조급해하지 말고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야겠다.
규칙은 속전속결의 동풍전이었다. 동1국이 시작된 후, 역시 상대방의 상황을 먼저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한시에 '숨겨진 고수'가 많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 따라서 이 두 사람 역시 상냥하고 친절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작탁에서 어떤 실력을 보여줄 지는 알 수 없었다.
[마작장 작사 B]치.
대국이 시작된지 얼마지나지 않았는데, 상대는 이미 후로를 했다. 어떤 플레이를 구사하려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4, 5통 양면 대기인가? 설마 후로를 선호하는 스타일인가?
[마작장 작사 B]치.
[마작장 작사 A]흠……
방금 한 바퀴 돌았는데 또 한 장 먹었다고? 하지만 이것만 보고는 상대방의 스타일을 단언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팀 게임이고, 마침 하가가 우리 팀이기에 상대방에 맞춘 패를 줄 수 있었다.
현재 상대방은 이미 두 번의 후로를 했고, 버림패에는 남, 백 두 장의 패만 보였다. 우리는 상대방과 상대방의 하가가 어시스트 하는 것 까지는 막을 수 없었지만, 최소한 내가 버린 패들이 상대방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다. 예를들어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서처럼……
[마작장 작사 B]퐁!
어떻게 해야 계속해서 서풍을 쥐고 있을지 생각하던 중, 나의 상가였던 라이언이 서풍을 내고, 그걸 또 상대방이 퐁해버렸다.
[player]엇?
[라이언]죄송해요, 누님. ……내면 안 되는 패 였나요?
내 소리를 들은 라이언이 무언가를 깨달은듯 몸을 내 쪽으로 향해 조그마한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player]괜찮아. 서풍은 언젠가 전부 털어버려야 했던 패야.
[player]게다가 이번 판의 도라는 통수패랑은 상관 없었던데다가, 상대방은 잘해봤자 혼일색 자풍이었어…… 아마도.
상대방의 345통과 678통 후로를 본 나는, 일기통관 혹은 찬타 같은 종류의 역이 상대방의 일색패 점수를 높이지는 않을 것 같아서 내심 안심했다. 지금 보이지 않는 적 5통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라이언]그러면 통패만 주지 않는다면 괜찮은거겠죠?
[player]상대방이 자패를 버리는 것을 우선하고 있지만, 도라 근처의 패도 깔끔하게 챙기고 있었다. 아마도 소메테일 확률이 커…… 일단 통패를 틀어막아보자.
하지만 흐름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버림패가 두줄이 되기도 전에 이미 상대방이 3후로를 완성했다. 하가가 쉽사리 화료를 내주려고 하지 않으려고 해도, 상대방은 곧 높은 확률로 쯔모를 선언할 것 이다.
나는 량상텐의 손패를 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2대 2 마작의 진수를 엿본 느낌이다.
[마작장 작사 B]쯔모, 2000, 3900.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은 쯔모화료를 선언했고, 동1국이 종료되었다.
[player]정말로 적 5통까지 가지고 있었네……
나는 하가의 점수 차이를 보았다.//n나: 21100 남가: 23000 서가: 32900 라이언: 23000.
이 정도 차이는 아직 극복할 수 있는 범위이다.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나와 라이언이 이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할때면 예상치 못한 일은 꼭 벌어지기 마련.
[마작장 작사 A]쯔모, 동 커쯔, 또이또이, 4000올.
[player]5000 점수봉 밖에 없어. 1000 짜리 점수봉 좀 줘.
상가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서로 어시스트 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 서로에게 필요한 패가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나는 그제야 2대 2 마작의 진정한 무서움에 대해 깨달았다.
점수 차이가 더 벌어졌다……//n나: 17100 남가: 35000 서가: 28900 라이언: 19000.
나와 라이언의 점수는 초기 점수보다도 낮았고, 동1국의 승리에 가까워진 상대방은 팀원이 쯔모를 하더라도 안전한 점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방법을 생각해야해……
[라이언]누님, 평소의 누님 답지 않게 표정이 너무 진지한데요.
[라이언]이제 동2국일 뿐 이에요. 아직 역전할 기회는 충분히 남아있으니까 편하게 마음 먹도록 하죠.
[player]네 말이 맞아. 내가 너무 긴장한 것 같아.
아직은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점수 차이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마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멸이며, 지금부터 해야할 것은 지금 이 상황을 역전할 방법을 찾는 것 이다.
동2국 1본장, 현재 점수 상황은……//n나: 17100 남가: 35000 서가: 31200 라이언: 16700.
라이언은 불행하게도 상가에게 방총당해 2300점의 점수를 빼앗겼다. 더 최악인 것은 상대방이 오야 자리에 앉았다는 것 이다. 동3국에서는 무언가 수를 취하지 않는다면 위험이 더 커질게 분명하다……
[라이언]누님의 찌푸린 얼굴이라니, 이 얼마나 귀여운 모습인지……
[player]뭐?
[라이언]앗…… 방금 전 발언이 누님의 멘탈에 악영향을 끼친 모양이네요. 오늘 저녁 라이언이 누님을 돌볼 수 있도록 허락만 해 주신다면, 제 실수를 만회할 수 있게 노력해볼게요.
[player]꼭 지금 그런 생각을 해야 해?
[라이언]헤헤, 농담이었어요.
[라이언]누님, 너무 깊게 생각 하지 마시고, 그냥 평소대로 치세요. 별다른 방법이 없다면, 절 믿어보시는건 어떠세요? 누님께 반드시 기회를 만들어 드릴테니까 말이죠.
[player]그러면 네 책임이 너무 막중해지는게 아닐까?
[라이언]라이언의 역할은 누님과 함께 책임을 지는거에요. 만약 계속 불안하다면, 대국이 끝나고 라이언을 5분 동안 꼭 안아주세요.
[player]갑자기 안심이 되는 느낌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라이언과 몇 마디 나눈 나는 두 뺨을 찰싹찰싹 가볍게 두드렸다. 확실히 아까부터 나는 "내가 무언가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승부는 2대 2 마작이며, 라이언과는 나는 오랫동안 함께 마작을 친 사이로 서로의 대국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layer]라이언, 그럼 부탁할게.
라이언은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고, 곧이어 새로운 대국이 시작되었다.
나는 손패를 정리했다. 시작은 그저 그랬다.//n233만 688통 2268삭 서백중, 도라패는 1삭이다.
처음으로 가져온 패는 북풍이었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손패로서는 조금 미묘한 패 였다.
치또이쯔의 가능성도 있고, 조금 느리겠지만 슌쯔를 노릴 수도 있다…… 커쯔를 노린다면 2, 3, 6, 8이 들어와야 하는데, 전부 쉽사리 버려지지 않을 패들 뿐이라 또이또이에서는 조금 멀어질 것 같다.
[player]죄송한데, 조금 생각 좀 해봐도 될까요?
[마작장 작사 A]물론.
지금까지의 대국으로 2대 2 마작에 대해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다.
암호 같은 특수한 수단을 제외하고, 팀원과 합을 맞추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의 버림패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느냐이다. 그 외에도, 자신의 손패가 느린 상황에서 동료에게 알맞은 패를 주는 것이, 그러니까 패를 받는 순서를 흩트려 어시스트하는 것 역시 가능한 전술이라는 것이다.
라이언의 하가에 앉은 나는 팀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위치이기에 지금 나의 과제는 현재 필요로 하는 패를 어떻게 라이언에게 전달할지다.
리치로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도 생각해보았지만, 상대방의 실력으로 봤을 때, 빠르게 어시스트하며 대국을 진행할테고, 필요하다면 한 명을 토비하는 방법을 써서라도 싸움을 끝내버릴게 뻔했다……
[player]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가능성이 너무 많다…… 내게 미래를 보는 능력 같은건 없기에, 생각이 너무 많으면 자신의 플레이마저 꼬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일단 패효율에 따라 객풍패인 북풍을 버리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네번째 바퀴에서 나는 자풍패인 서풍패를 가져왔다. 이로써 후로의 속박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 손패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2337만 3688통 2268삭 서서.
슌쯔는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치또이쯔는 오히려 량샹텐 대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손패는 대다수가 중간 숫자의 패로 이루어져 있었고, 도라도 없었다. 여기서 치또이쯔를 시도한다고 해도 역시 그리 이상적인 역은 아니었다.
빠진 패가 너무 많아서 삼색도 불가능한데……
일반적인 패 효율을 따지자면 3통을 버리는 것이 우선시 할테지만, 나는 심사숙고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7만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예전에 누가 치또이쯔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치또이쯔를 노릴 때, 두 장의 패가 서로 이끌려서 패가 착착 붙어 쉽게 완성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미신이나 믿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6통을 남기는 것은 나중에 리치 단계에서 속임수 스지 3통패를 밈끼로 쓸 수 있다.
[마작장 작사 A]손님은 마작을 칠 때 심사숙고 하는 타입인가?
[player]지금 이 점수차를 어떻게 하면 뒤엎을 수 있을까 생각 중 이었어요…… 잠시만요, 저 8통 좀.
나는 방금 하가가 버린 8통에 대해 생각에 빠졌다. 지금 단계에서 이 8통을 퐁한다고 해도, 손패의 샹텐에는 변화가 없고, 이후에 서풍을 버리는 사람이 없다면 높은 확률로 또이또이를 만들기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 가진 손패로 또이또이를 만들기까지는 량샹텐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리치를 선언 한다면 지금의 손패로는 방어하기가 어렵게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하가가 이 8통을 버리기 전에 동료의 버림패를 훑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만약 이 8통이 어시스트를 위해 일부러 버린 것이라면, 또 다시 두 사람의 콤비네이션을 맛 볼 수 있을 것 이었다.
[라이언]누님, 누님의 직감을 믿어보세요.
[player]만약에 내 직감이 틀렸다면 어떡하지?
[라이언]방금 제가 말 했잖아요? 별 수가 없다면 그냥 라이언을 믿으시라구요.
[player]알겠어……
<2-1 쿠츠지 루트 진입 순서>
*퐁을 외친다
* 2만
* 8삭
* 미노가시
* 미노가시2<2-2 힐리 루트 진입 순서>
쿠츠지 루트 진입 선택지 외 모든 선택지.
>>> * 퐁을 외친다 (2-1 쿠츠지 루트 진입)
* 퐁을 외치지 않는다 (2-2 힐리 루트 진입)
[player]퐁.
[마작장 작사 B]쳇……
8통을 퐁하자 상대방이 불만족스러운 기색을 내비치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는 확실하게 상대방을 방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내 손패의 상황은 다음과 같아졌다.//n233만 36통 2268삭 서서 888통.
지금 가지고 있는 손패를 보니, 또이쯔나 서풍 역패를 노리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패가 많기에, 다음에 들어오는 패가 중요해질 것 같다.
나는 상대방이 8통을 먹었다고 가정하고, 상대방의 손패의 최종 형태를 상상해보았다. 8통이 손패에서 대기, 탕야오, 찬타를 노릴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 5번째의 버림패에서도 딱히 무언가가 보이지는 않았다. 소메테를 노릴 가능성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통패를 처리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일 것 이다.
지금까지 라이언과 합을 맞추기 위해 라이언이 패를 버리는 순서를 유심히 지켜봤다. 3만, 북풍, 1만 그리고 백. 북 외에는 모두 손에 있던 패를 버린 것 이다.
먼저 3만을 버리고 나중에 1만을 버리는 부자연스러운 순서에 무슨 의도가 있는지 고민해 보았다……
[player]라이언, 내 마술 재능을 믿어?>>> * 2만 (2-1루트 진입)
* 3통
[player]라이언, 내 마술 재능을 믿어?
[라이언]물론이죠, 누님. 성대한 마술쇼를 펼칠 준비가 되셨나보죠?
나는 내 직감을 믿기로 하고, 2만을 버렸다.
[라이언]그럼 누님이 원하는건 이거겠네요!
[player]빙고! 퐁!
상대방도 서로를 쳐다보더니, 방금 전까지 얼굴에 흐르던 자신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와 라이언의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 후, 나는 생각했던대로 먼저 통패를 버렸고, 거기에 운 좋게도 서풍을 가져와 안커를 완성할 수 있었다. 현재 내 손패는 12268삭, 서서서, 333만, 888통이다. 텐파이는 텐파이 이기는 한데, 정말로 이걸로 되는걸까……
7삭과, 5, 6삭이 지금 버림패 안에는 1장씩 밖에 보이지 않고 있는데, 패산에 남아있는 7삭의 개수는 이상적이지 않은 상태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인 타점 문제도 존재했다. 상대방의 방총패를 잡는다고 하더라도, 서풍 1번은 그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대로 도라를 버려 텐파이를 하는게 정말로 옳은 선택인가?>>> * 8삭 (2-1루트 진입)
* 1삭
하지만 이제 겨우 한 판의 승리를 거두었을 뿐 이다. 게다가 이번 대국에서 얻은 점수가 너무 작았기에, 역전을 위해서는 동4국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방금 전 라이언에게 대 역전 마술을 보여준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이렇게나 밋밋한 승리라니, 그렇다면 8삭을 버리겠어!
적도라 5삭이 들어오는 것 외에도, 다른 하나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다시 한 번 텐파이를 하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다. 3삭을 쯔모한 후, 6삭을 버리고 텐파이를 유지하며 내가 원하는 패가 들어올 때 까지 기다렸다. 이 시각, 내 손패는 12236삭 서서서 3삭 333만 888통이었다.
라이언이 다음 차례에 버릴 패가 내가 론을 외칠 2삭이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라이언]누님?
내 시선이 방금 전 라이언이 버린 2삭에 장시간 머물러 있던 것을 느낀 라이언은 내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아차린듯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나를 기다려 주었다.* 론
>>> * 미노가시 (2-1루트 진입)[player]퐁.
동삼국이 진행중인 지금, 상대방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2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한 모든 선택은 지금을 위해서다. 나는 3삭을 버리고 1삭 단면 대기로 타점을 높였다.
자풍패, 또이또이, 도라 2의 만관 텐파이, 이 중 하나라도 적중한다면 역전의 희망이 생긴다!
[라이언]누님, 오분 동안 꼭 안아줘야 하는거 잊지 말아주세요.
[player]……
곧이어 라이언이 버린 1삭을 본 나는, 정말 다행하게도 표정을 잘 관리할 수 있었다.
5분 동안의 포옹을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니, 지금 5분 동안의 포옹으로 이럴 때가 아니지!
어떻게할까…… 라이언이 버린 1삭으로 론을 할까? 상대방과의 차이를 좁힐 수는 있겠지만, 라이언의 점수는 아슬아슬한 8700점 까지 떨어져서 하네만 저격 범위에 들어가고 말 것 이다……
리치가 성립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만약 리치가 됐었다면 많이 곤란해졌을 것 이었다. 나는 방총패를 보고 미노가시를 하기로 결정했다.* 론
>>> * 미노가시2 (2-1루트 진입)리치가 성립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만약 리치가 됐었다면 많이 곤란해졌을 것 이었다. 나는 방총패를 보고 미노가시를 하기로 결정했다.
라이언은 나를 보고 웃은 뒤, 다시 한 번 1삭을 버렸다.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외쳤다. 부탁이다, 라이언! 제발 세번째 1삭만은 버리지 말아다오!
[마작장 작사 A]아직도 텐파이를 안 한거냐……
상대방은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세번째 1삭을 버렸다.
[player]화료.
[마작장 작사 B]뭐?
[마작장 작사 A]두 번이나 미노가시를? 쓰읍…… 포커페이스가 대단한걸……
[player]마술을 많이 보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정수를 배울 수 있는데, 중요한건 마술을 끝낸 후가 아니라, 마술을 시작하기 전의 속임수더라구요.
[라이언]오호…… 누님의 마술적 재능이 이렇게나 뛰어났을 줄이야. 앞으로 속임수를 들키지 않게 더 노력해야겠는걸요.
두 차례나 미노가시 한 것은 상대방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고, 나는 상대방의 패에서 마지막 한장의 1삭을 론 함으로서 2위로 역전할 수 있었다.
라이언의 점수는 충분했기에 나는 동4국에서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으며, 동3국에서 한 번 합을 맞춘 우리들은 좀 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마작의 신 역시 우리를 도왔는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종업원]네…… 알겠습니다. 두 분 모두 축하드립니다. 리더께서 여러분들의 활약에 만족을 표하며 두 분을 만나보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라이언]잘 됐네요, 누님. 역시 우리는 마음이 잘 통한다니까요.
[player]그러게나 말이야. 참, 라이언 너 실력 많이 늘었더라. 몇 번이나 나한테 맞춰주는게, 패를 읽는 재능이 대단하던걸.
[라이언]하하…… 누님이랑 처음으로 같이 팀을 짜서 대국을 진행한거라 그런지 신이 나서 평소보다 실력이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라이언]누님, 앞으로 우리 둘이서 팀을 짜 2대 2 마작을 하는건 어떤가요? 우리들의 실력이라면 분명 2대 2 마작계를 휩쓸 수 있을거에요.
[player]조금 과장이 있기는 하지만, 제법 끌리는 얘기인걸.
승부에서 이기자,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너무 썼는지 몸이 허해진 기분이 들었다.
종업원은 우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뒤 벽을 향해 걸어갔다. 종업원의 앞에는 아주 큰 벽화가 걸려있었는데, 벽화에는 각기 다른 자세를 하고 있는, 여덟명의 여인이 경주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 위에는 '御(어)' 도장이 찍혀져 있었다. 그림은 바래져 있었지만, 매우 뛰어난 그림인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player]멋진 그림인걸.
[라이언]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침 인원도 마작 테이블 두 개를 채울 수 있는 숫자네요.
나와 라이언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 종업원이 그림을 떼어냈다. 놀랍게도 그림 뒤에는 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넓이의 문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종업원이 동공 인식으로 문을 열은 것이다. 이런 첨단 기술을 이렇게나 평범한 마작장에서 사용하다니 정말로 신기할 따름이다.
종업원을 따라 노란색 불빛이 비치는 통로 따라갔다. 길이 수평이지 않고 약간 기울어진 듯한게, 지하실로 향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이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안내 중인 종업원과, 우리의 뒤를 따라 들어온 방금까지 함께 마작을 친 사람들이 통로에 들어온 후 부터 진지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라이언은 이 압박감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갑자기 종업원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라이언]아저씨, 혹시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종업원]아, 아저씨? 내가…… 그렇게나 나이들어 보이나요?
[라이언]네? 아…… 저희 쪽 풍속은 어른스럽고 듬직한 남자라면 모두 아저씨라고 부르거든요.
[종업원]그런거였군요.
[player]풉……
나는 그만 참지 못 하고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라이언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도록, 나는 최대한 표정을 관리했다.
[라이언]그럼 아저씨, 승부는 왜 2대 2 마작으로 진행한건가요?
[종업원]그건 리더가 생각해낸 건데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내 승리를 쟁취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즉, 정보 전달의 방법을 보는 일종의 시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player]그건 그냥 짜고 치는 패 같은 속임수 아닌가요?
[종업원]들킨다면 속임수겠죠. 하지만 들키지 않았다면 그저 마음이 통한 것 아닌가요? 방금 전 두 분 께서도 저희에게 서로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그 어떤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으니, 그저 마음이 통한 것 이라고 밖에 할 수 없죠.
[라이언]저와 누님의 합은 그런 치졸한 속임수 같은 게 아니에요.
[종업원]하하하, 확실히 그렇더군요. 마음이 통하는 것 만으로도 이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시고, 오랫동안 거의 실수하지 않았던 이 둘에게 이긴 두 분은 아주 훌륭한 정보 판매상 후보십니다.
[라이언]아…… 그럼 필요 없어요. 저와 누님의 조합은 더 중요한 곳에서 쓰여야지, 다른 사람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데에 낭비할 수는 없거든요.
종업원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으며, 모퉁이를 돌아 정교한 나무 문 앞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제법 비싸 보이는 나무를 쓴 것 같아 보이는 이 문은 결이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두운 노란색 등불 아래에서 금빛을 내고 있었다. 종업원의 노크 소리가 아주 무겁게 울려퍼졌다.
문이 열리자 안에서 15, 16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나타났다. 옷깃을 세우고 있었는데, 그 옷깃이 얼굴의 절반을 가릴 정도로 작은 얼굴이었다. (노아) 그녀를 본 종업원은 나를 가르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는 너를 알고있어, PLAYER.
여자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며 우리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주위를 둘러보니, 창문도 없는 공간이라 마치 지하실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원목으로 만들어진 책상과 장식품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소방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좋겠는데……
우리의 정면에는 성인 두 명이 넉넉히 누울 수 있는 크기의 넓은 책상이 있었다. 책상을 보고 눕는 걸 생각한 것은 아마 누군가가 의자에 드러누워 책상 위에 발을 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다가온 것을 본 그 사람은 책상에서 다리를 내리고 똑바로 앉아 보였다. 그곳에는 말끔하고 훤칠하게 생긴, 20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한시에서 얼굴로 나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도 저 사람이 어려보인다는 이유로 능력을 의심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너를 알고있어, PLAYER.
[???]역시 이런 곳에서는 완전 안 어울리는 얼굴이야. 후후훗.
뭐야, 나타나자마자 인신공격? 그에게 이한시가 무법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었지만, 내가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라이언이 내 앞을 가로막고, 웃으며 대답했다.
[라이언]거기 계신 형님이 '효'의 리더이신가요? 제 이름은 라이언, 오늘의 의뢰인 중 한 명이죠.
[???]라이언? Soul의 어린 마술사인가…… 칫, 다른 사람을 '누님'이라고 부른다던데, 왜 나한테는 '형님'이라고 부르는거지?
[라이언]그러게요, 왜 일까요? 헤헷……
[???]의뢰인으로서 갖춰야할 태도가 덜 됐군.
[라이언]어라? 리더라면서 '누님'이라고 불리는걸 더 좋아하는 타입이었던건가요?
[???]글쎄. 그저 네 뒤에서 서 있는 사람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채 파악도 하기 전에, 화약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소화기와의 거리를 가늠하며, 무언가 말을 더 꺼내려는 라이언을 내 뒤로 끌어당겼다.
[player]사실 라이언의 고향에는 잘생기고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남자는 전부 형님이라고 부르는게 관습이었거든요.
라이언은 등 뒤에서 내 옷깃을 붙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라이언]누님, 언제부터 그런 관습이 생긴거에요?
[player]아까 전에 네가 종업원을 '아저씨'라고 불렀던 그 때 부터 생겼지.
내 말을 들은 상대방은 우습다는듯이 피식 웃어보였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주제로 말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의 태도에 나는 안심했다.
[???]나는 너희들이 조련사를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을 알고있다.
그는 우리에게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말했다. 나는 그제서야 '효'가 가진 정보 조직으로서의 무서움을, 그리고 그 앞에서 우리는 모든 게 투명하게 드러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에게는 네가 그토록 원하던 정보가 있지만, Soul의 재정 상황은 모두가 다 알 정도로 악화되어 있으니, Soul이 그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는건 너희들도 잘 알고 있겠지.
[player]그렇다면 당신들은 그 대가로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할 셈이죠? Soul이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있음에도 우리를 만났다는 것은 분명 다른 요구 사항이 있다는거겠죠.
[???]나는 똑똑한 사람과 일하는걸 좋아하지. 이렇게 하도록 하자고. 내일, 너 혼자 이곳으로 와서 내가 시키는 일을 끝마친다면, 너희들이 원하는 정보를 아무 대가 없이 알려주도록 하마.
[player]너무 쉬운거 아닌가요? 설마 비행기로 다른 지역으로 갔다가 거기서 또 갈아타야 하는…… 그런 거래는 아니겠죠?
[???]안심해, 그런 종류의 거래였다면 너한테 캐리어를 챙겨오라고 말했겠지. 그리고 좀 더 예쁜 걸 데려오라고 했을 거야. 그래야 좀 더 있어 보이니까.
[???]하지만 혼자 오지 않고 이 꼬맹이와 함께 온다면 우리의 거래는 즉시 취소야.
[player]왜죠?
[???]저 녀석이 날 형님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내가 너 혼자만 오라고 하는 이유다.
상대방이 라이언을 바라보며 득의양양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는 모습은, 저 남자가 쪼잔하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무언가 반박하려고 하던 라이언을, 나는 고개를 저으며 제지했다. 우리가 그토록 얻고 싶어 했던 정보가 바로 눈 앞에 있는데, 상대방과 말싸움으로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라이언은 말없이 내 옷깃을 잡아당기는 것으로 불만을 표출했지만, 그래도 내 말에 잘 따라주었다. 우리는 종업원과 함께 다시 마작장으로 되돌아갔다.
우리는 아까 마작을 치던 방으로 되돌아왔다. 종업원은 우리에게 오늘 무료로 마작장을 사용하게 해준다고 했으나, 나와 라이언은 더 이상 마작을 치고 싶지 않았기에 완곡하게 거절하며 마작장을 떠났다.
Soul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반나절이 지난 후 였다. 우리는 무대 뒤에서 내일 연출에 쓸 도구를 점검하며 마지막 준비 작업을 하던 사라를 찾아갔다. 라이언의 굳은 표정을 본 사라는 눈썹을 찌푸렸다.
[사라]……일이 잘 안 풀렸어?
[player]아니…… 엄청 잘 풀렸어.
라이언은 화가 잔뜩 난 복어처럼 얼굴을 부풀리고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라이언이 리더를 그런 식으로 표현할 줄은 몰랐는데……
[라이언]사라 누님, 내일 누님이 혼자 약속 장소에 가는걸 막아야해요. 상대방은 딱 봐도 착한 사람을 속여먹는 사기꾼 자식이라구요. 게다가 그 녀석, 누님한테 내일 이상한 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라고……
[player]아니, 나보고 여행 가방 가져오라고도 안 했잖아……
[라이언]맞아요! 게다가 그럴듯한 여행 가방도 가져오라고 했다니까요!
[사라]여행 가방?! 갈아탄다고?!
사라의 얼굴이 당황 반, 걱정 반으로 물들어가자, 나는 라이언의 입을 재빨리 막아섰다.
[player]아니, 아니, 그런게 아니야. 상대방이 조금 악취미적인 말을 많이 해서 라이언이 조금 놀랐었나봐.
[player]하지만 전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건 확실해. 내일 거래를 끝마치면 내게 정보를 준다고 약속했거든.
[사라]거래 내용은 뭔데?
[player]아직은 나도 몰라.
[라이언]누님, 내일 안 가면 안 될까요? '효'가 유일한 방법인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다른 방법을 찾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사라]나도 라이언의 의견에 동의해. 당신을 콕 찍어서 거래를 하자고 한 게 마음에 걸려.
사라와 라이언은 드물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나 시종일관 헤실헤실 웃으며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던 녀석도 이번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사라의 다크서클이 다른 방법 역시 그리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라가 이제서야 내게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리더란 사람은 입이 조금 험하고 쪼잔하고, 거만한데다가 성격도 별로 좋지 않아 보였지만, 딱히 악의는 없어 보였다.
어쨌든 내일 다시 한번 상대방과 만나 거래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물론 라이언과 사라에게 걱정을 시키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설명을 마친 나의 배에서 천둥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서야 날이 어두워졌음을 알아챘다. 소리를 들은 사라는 웃으며 나를 붙잡았다.
[사라]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당신도 같이 저녁 식사나 하러 가는게 어때?
[player]나는……
[라이언]거절하실 생각 말고 같이 가도록 하죠. 누님이 거절한다면, 사라 누님은 누님에게서 받은 은혜에 보답할 수가 없어서 슬퍼할거에요.
라이언은 내 거절을 거절한 것도 모자라 참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이에 나는 순순히 그들의 요청을 따르기로 했다.
Soul의 식사 자리는 이한시의 사람들처럼 밥, 반찬이 정갈히 놓여진 테이블에 앉아 격식있게 먹는 모습은 아니었다. 단원들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야외에서 음식을 먹으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다.
내 옆에 앉은 할아버지는 얼마 전에 내가 검표를 도와드렸던 분이었다. 요 며칠간 충분히 휴식을 취하셨는지 안색이 많이 좋아보였다. 할아버지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에게 농담을 던지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할아버지]우리 Soul은 말이야, 단장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 곳이야. 시드 단장이 있을 때는 다들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었어야 했는데, 사라가 단장에 부임하고 나서는 이렇게 춤을 추면서 먹고 있어. 말도 마, 매 끼니마다 두 그릇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player]즐거워서 밥이 더 잘 넘어가는걸지도 모르겠네요.
[할아버지]맞아. 나도 지금의 Soul은 꼭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순회 공연단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할아버지]하지만 가끔은 시드 단장이 있을 때가 그립기도 해. 그 때는…… 아, 이렇게나 즐거운 날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밥이나 먹자구.
할아버지는 옛날 일이 떠오른듯 했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듯 말을 아꼈다. 할아버지는 옆에 있는 아주머니 자리에서 술 하나를 슬그머니 가져왔다. 아주머니는 몸도 좋지 않은 양반이 술을 마신다며 호통을 쳤다. 분명 큰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 속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사라는 갓 구운 꼬치를 나에게 건네주고서는, 내 옆에 앉았다.
[사라]정말 고마워.
[player]오늘 사라한테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네.
[사라]이번은 단장이 아닌 사라가 하는 감사 인사야. 고마워. 내가 가장 무력할 때 내 옆에 있어줘서, 그리고 내가 모든 일을 떠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줘서.
[사라]나는 내 능력을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이렇게 커다란 극단을 운영한다는 게 막막하기도 해.
[사라]하지만 당신을 볼 때면 나는…… '응, 그럼그럼, 할 수 있어.' 라고 안심하곤 해. 그리고 한번 더 시도해보게 돼.
[사라]그래서, 당신한테 항상 고마워.
나는 떠들썩한 사람들과 튀어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애늙은이 같은 라이언은 몇몇 노인들에게 붙잡혀 질문 공세를 받고 있는 듯 했다. 라이언은 붉어진 얼굴로 나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마치 명절날 어른들에게 "시험은 잘 봤냐", "여자친구는 있냐", "요즘 네가 장기자랑을 배웠다고 네 엄마가 그러던데"라는 질문 공세를 받는 무력한 소년 같아 보였다.
[player]사라, 다 잘 될 거야.
[사라]응, 다 잘 될 거야.~불어오는 가을바람 1-1 종료~
(불어오는 가을바람 2-1 루트 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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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퐁을 외친다
>>> * 퐁을 외치지 않는다 (2-2루트 진입)
[player]그럼 계속해 볼까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본 나는 8통을 내버려 두기로 결정했다. 아직 1삭이 나타나지 않은만큼, 치또이쯔가 나올 확률이 크고, 뒷도라 같은 점수도 포함한다면 일발역전도 불가능한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player]쯔모, 1600. 3200.
내가 생각했던대로, 결국 손패는 치또이쯔의 모습을 갖추었다. 뒷도라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상대방과의 점수 격차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었다.
다음은 라이언이 오야를 잡은 동4국이다.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라이언]어? 누님…… 저 텐파이인 것 같은데요.
[player]어? 좋았어!
설마 마지막 동4국에서 더블 리치가 뜰 줄이야,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플레이 하느라 아까 전 처럼 빠르게 어시스트하며 오야를 넘기지 못 했다.
마침 나의 손패도 타점이 크지 않았기에, 과감하게 화료를 포기했다. 라이언의 버림패를 보고 현물이나 스지패를 던지며 상대방에게 결코 점수를 주지 않았다.
몇 바퀴가 돈 후, 라이언은 순조롭게 쯔모를 성공시켰다.
[라이언]누님, 이거 보세요. 뒷도라 2장이 붙었어요.
[player]좋았어! 손패의 두 장이니, 오야 하네만 대역전이야!* 2만
>>> * 3통 (2-2루트 진입)
생각을 마친 나는 역시 신중하게 움직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나친 고민은 일을 망치기만 할 뿐이다. 나는 일반적인 선택에 따라 3통을 버렸고, 대국은 그럭적럭 평범하게 흘러갔다.
8통을 퐁함으로서 상대방의 어시스트는 막았지만, 계속해서 들어오는 패 중에는 유효한 손패가 없어서 상대방 팀끼리 패를 먹여주는 짓을 막을 수는 없었다. 유일하게 다행이었던 점은, 이번 대국이 유국으로 끝났기에 우리의 손해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 이다.
[라이언]어? 누님…… 저 텐파이인 것 같은데요.
[player]어? 좋았어!
설마 마지막 동4국에서 더블 리치가 뜰 줄이야,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플레이 하느라 아까 전 처럼 빠르게 어시스트하며 오야를 넘기지 못 했다.
마침 나의 손패도 타점이 크지 않았기에, 과감하게 화료를 포기했다. 라이언의 버림패를 보고 현물이나 스지패를 던지며 상대방에게 결코 점수를 주지 않았다.
몇 바퀴가 돈 후, 라이언은 순조롭게 쯔모를 성공시켰다.
[라이언]누님, 이거 보세요. 뒷도라 2장이 붙었어요.
[player]좋았어! 손패의 두 장이니, 오야 하네만 대역전이야!>>> * 1삭 (2-2루트 진입)
* 8삭
잠시동안 생각을 마친 나는, 먼저 1삭을 버리고 텐파이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어떤 때는 역전을 해도 이 정도 밖에 점수 차이를 좁힐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아직 동삼국일 뿐이니 일단은 착실하게 점수를 따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결국, 나는 하가의 몸으로 7삭 론을 해냈다. 단숨에 지나치게 벌어진 점수 차이를 좁힐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상대방의 오야를 내려놓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수였다고 생각한다.
[라이언]어? 누님…… 저 텐파이인 것 같은데요.
[player]어? 좋았어!
설마 마지막 동4국에서 더블 리치가 뜰 줄이야,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플레이 하느라 아까 전 처럼 빠르게 어시스트하며 오야를 넘기지 못 했다.
마침 나의 손패도 타점이 크지 않았기에, 과감하게 화료를 포기했다. 라이언의 버림패를 보고 현물이나 스지패를 던지며 상대방에게 결코 점수를 주지 않았다.
몇 바퀴가 돈 후, 라이언은 순조롭게 쯔모를 성공시켰다.
[라이언]누님, 이거 보세요. 뒷도라 2장이 붙었어요.
[player]좋았어! 손패의 두 장이니, 오야 하네만 대역전이야!>>> * 론 (2-2루트 진입)
* 미노가시[player]미안, 라이언. 이 패는 내가 화료할게.
이미 14 바퀴째 이니 만큼,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상대방의 오야를 처리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 될 것 이다. 큰 격차를 좁힐 수는 없지만, 일단 조금씩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나가보자.
동료를 짓밞고 위로 올라가는 것은,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배우는 기술 같은 것이다. 나는 천진난만한 라이언의 눈을 보며 죄책감이 들었지만, 라이언도 어른이 되면 지금의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이다.
[라이언]어? 누님…… 저 텐파이인 것 같은데요.
[player]어? 좋았어!
설마 마지막 동4국에서 더블 리치가 뜰 줄이야,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플레이 하느라 아까 전 처럼 빠르게 어시스트하며 오야를 넘기지 못 했다.
마침 나의 손패도 타점이 크지 않았기에, 과감하게 화료를 포기했다. 라이언의 버림패를 보고 현물이나 스지패를 던지며 상대방에게 결코 점수를 주지 않았다.
몇 바퀴가 돈 후, 라이언은 순조롭게 쯔모를 성공시켰다.
[라이언]누님, 이거 보세요. 뒷도라 2장이 붙었어요.
[player]좋았어! 손패의 두 장이니, 오야 하네만 대역전이야!>>>* 론 (2-2루트 진입)
* 미노가시2[player]미안해, 라이언. 이 1삭은 내가 가져갈게.
[라이언]헤헤.
라이언은 한 손으로는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은 나를 향해 흔들었다. 나는 보통 동료를 미끼로 삼고 점수를 얻을 때면 죄책감을 느끼고는 하는데, 이번에는 나를 제물로 삼은거나 마찬가지였기에 딱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라이언]어? 누님…… 저 텐파이인 것 같은데요.
[player]어? 좋았어!
설마 마지막 동4국에서 더블 리치가 뜰 줄이야,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플레이 하느라 아까 전 처럼 빠르게 어시스트하며 오야를 넘기지 못 했다.
마침 나의 손패도 타점이 크지 않았기에, 과감하게 화료를 포기했다. 라이언의 버림패를 보고 현물이나 스지패를 던지며 상대방에게 결코 점수를 주지 않았다.
몇 바퀴가 돈 후, 라이언은 순조롭게 쯔모를 성공시켰다.
[라이언]누님, 이거 보세요. 뒷도라 2장이 붙었어요.
[player]좋았어! 손패의 두 장이니, 오야 하네만 대역전이야!(이후 내용 동일)
[라이언]전부 누님 덕분이죠. 만약 누님이 동3국에서 화료 하지 않았다면 라이언은 오야가 될 수 없었을테고, 그러면 이기지도 못 했을거에요.
[player]엄밀히 따지면 우리 두 사람이 서로 힘을 합친 결과지.
다만…… 너무 힘을 쏟아버렸는지, 라이언이 1위를 차지하고 말았다. 규칙에 따르면 내가 1위를 차지해야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었다. 종업원이 결과를 발표할 때, 라이언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라이언]죄송해요, 누님. 제가 누님한테 맞췄어야 하는거였는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우리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고, 마지막에는 결국 우리 중 한 명이 1위를 차지했기에, 나는 라이언의 어깨를 두들기며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player]게다가 내가 정말로 천재 마작 소년을 가르쳐 냈다는 것에 대해 나 역시 적지 않은 성취감을 느꼈다.
리더라는 사람을 만나지도 못 했고, 더 이상 마작을 치고 싶지도 않았기에 우리는 곧바로 Soul로 돌아와 사라와 함께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Soul로 돌아온 우리는 사라를 찾아갔다. 사라는 내일 무대에 쓸 특수 커튼을 설치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무대를 교체하고 있었다. 낙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와 라이언을 본 사라는 전혀 놀라지 않고 우리를 무대 가장자리에 앉혔다.
[사라]어머, 일이 잘 안 풀렸나 봐?
[player]미안, 설마 우리들 특기인 마작에서 질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라이언]이번 일은 라이언한테도 책임이 있어요. 설마 2대 2 마작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미리 알았더라면 누님이랑 같이 2대 2 마작을 연습했을텐데 말이에요.
[사라]이번 일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이 극단을 몇 년 동안이나 운영했는데, 계란을 한 바구니에 전부 담아놨겠어?
[player]다른 방법이 있는거야?
[사라]사실 '효'에 대한 건 나도 한번 찔러나 보자 하는 생각이었지, 우리 집안 문제를 전부 '효'한테 맡겨서 해결할 생각은 없었어. 힐리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기는 하지만…… 그게 조금 그래서.
[player]걱정되는게 있는거야?
[사라]힐리에게서 직접 무슨 일이 있는지 들으려면 당신한테 부탁하는 수 밖에 없어서 그래.
[사라]응?
[사라]Soul과의 관계도 좋고, 갑자기 힐리 앞에 나타나도 경계하지 않을 사람은 당신 밖에 없거든. 에이, 이렇게 보니 나도 친구가 참 적네.
[라이언]사라 누님은 생각보다 친구의 수를 많이 신경쓰시네요? 저는 누님 한 명만 있으면 되는데 말이에요.
[사라]정말 못말리는 꼬맹이라니까.
[player]확실히 내가 힐리한테 접근하기 가장 적합한 사람같기는하네……
[사라]그럼 부탁 좀 할게, 당신.
사라가 두손을 모아잡고, 그 이색적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에, 나는 차마 사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player]그러면 내가 뭐부터 해야할까? 감이 전혀 안 잡히는데.
[라이언]그러면 일단 매일 Soul로 와서 공연을 보는 것 부터 시작하는건 어때요? 오늘 누님한테 제대로 맞춰주지 못 한 대신에, 제가 누님의 티켓을 책임질테니까 말이에요.
[사라]라이언의 말도 일리가 있어. 등잔 밑이 어둡다고, Soul의 일상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로서는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당신이라면 발견할 수 있을지도,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
[player]알겠어.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할게.
우리가 첫 목표를 정했을 때, 커튼을 받치고 있던 기둥이 쓰러지며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사라는 나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사라]이것봐. 정말이지,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니까……
나와 라이언은 사라를 도와 기둥을 세우며 그 무게를 느꼈다. 사실 사라가 바쁜건 현재 Soul에서 일 하는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인 것과 관련이 있다. 만약 좀 더 젊은 사람들이었다면 사라가 지금처럼 신경을 쓰는 일도 없었을텐데……
공연의 사전 준비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할 일이 많았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나니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 있었다.
[사라]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당신도 같이 저녁 식사나 하러 가는게 어때?
[player]나는……
[라이언]거절하실 생각 말고 같이 가도록 하죠. 누님이 거절한다면, 사라 누님은 누님에게서 받은 은혜에 보답할 수가 없어서 슬퍼할거에요.
라이언은 내 거절을 거절한 것도 모자라 참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이에 나는 순순히 그들의 요청을 따르기로 했다.
Soul의 식사 자리는 이한시의 사람들처럼 밥, 반찬이 정갈히 놓여진 테이블에 앉아 격식있게 먹는 모습은 아니었다. 단원들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야외에서 음식을 먹으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다.
내 옆에 앉은 할아버지는 얼마 전에 내가 검표를 도와드렸던 분이었다. 요 며칠간 충분히 휴식을 취하셨는지 안색이 많이 좋아보였다. 할아버지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에게 농담을 던지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할아버지]우리 Soul은 말이야, 단장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 곳이야. 시드 단장이 있을 때는 다들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었어야 했는데, 사라가 단장에 부임하고 나서는 이렇게 춤을 추면서 먹고 있어. 말도 마, 매 끼니마다 두 그릇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player]즐거워서 밥이 더 잘 넘어가는걸지도 모르겠네요.
[할아버지]맞아. 나도 지금의 Soul은 꼭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순회 공연단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할아버지]하지만 가끔은 시드 단장이 있을 때가 그립기도 해. 그 때는…… 아, 이렇게나 즐거운 날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밥이나 먹자구.
할아버지는 옛날 일이 떠오른듯 했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듯 말을 아꼈다. 할아버지는 옆에 있는 아주머니 자리에서 술 하나를 슬그머니 가져왔다. 아주머니는 몸도 좋지 않은 양반이 술을 마신다며 호통을 쳤다. 분명 큰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 속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사라는 갓 구운 꼬치를 나에게 건네주고서는, 내 옆에 앉았다.
[사라]정말 고마워.
[player]오늘 사라한테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네.
[사라]이번은 단장이 아닌 사라가 하는 감사 인사야. 고마워. 내가 가장 무력할 때 내 옆에 있어줘서, 그리고 내가 모든 일을 떠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줘서.
[사라]나는 내 능력을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이렇게 커다란 극단을 운영한다는 게 막막하기도 해.
[사라]하지만 당신을 볼 때면 나는…… '응, 그럼그럼, 할 수 있어.' 라고 안심하곤 해. 그리고 한번 더 시도해보게 돼.
[사라]그래서, 당신한테 항상 고마워.
나는 떠들썩한 사람들과 튀어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애늙은이 같은 라이언은 몇몇 노인들에게 붙잡혀 질문 공세를 받고 있는 듯 했다. 라이언은 붉어진 얼굴로 나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마치 명절날 어른들에게 "시험은 잘 봤냐", "여자친구는 있냐", "요즘 네가 장기자랑을 배웠다고 네 엄마가 그러던데"라는 질문 공세를 받는 무력한 소년 같아 보였다.
[player]사라, 다 잘 될 거야.
[사라]응, 다 잘 될 거야.~불어오는 가을바람 1-1 종료~
(불어오는 가을바람 2-2 루트 해금)
불어오는 가을바람 Day.2-1 (나나, 쿠츠지)
더보기우웅─ 우웅─ 우웅……우웅─ 우웅─ 우웅─
스마트 시대'라는 말이 생긴지도 이미 한참이거만 내 스마트폰 녀석은 주인이 단잠에 빠져있는 걸 알기나 하는지 눈치없이 베개 옆에서 미친듯이 진동을 울려댔다.
졸음과 한바탕 싸운 나는 간신히 눈을 비비며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player]여보세요?
[시라이시 나나]후배군~! 설마 아직도 자는 건 아니겠지?
씩씩하고도 낭랑한 시라이시 나나의 활력 넘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휴대폰을 살짝 멀리하며 대답했다.
[player]축하해요, 정답입니다.
[시라이시 나나]우와, 아침 여섯 시인데도 아직 자고 있다고?!
[player]아직 여섯 시밖에 안됐는데, 왜 벌써 일어난 거에요!
[시라이시 나나]아사바 고등학교의 제 N차 수영장 파티를 준비해야지!
[player]제 N차면 도대체 몇차까지 있었던 거예요?
[시라이시 나나]그게 중요해? 아무튼, 후배군도 같이 할 거지?
[player]그다지 믿음직스러워 보이진 않는데…… 부회장님이 수영장 파티를 허락해 주실 리가 없잖아요.
[시라이시 나나]그래, 이제 우리 후배군 속이기 쉽지 않네… 에잇.
[player]사기에 속지 않는 기술이 점점 느는 거죠.
[시라이시 나나]사실은 말이지, 수영부에서 내일부터 단체 훈련이 있어서 오늘 청소를 해야 해.
[player]어디부터 불평을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시라이시 나나]내가 또다시 동아리 대타를 뛰게 됐다는 걸 불평하든지, 아니면 네가 이한시에서 최고로 친절한 시민이 될 기회라는 걸 불평하든지.
[player]대신 말해 줘서 고맙네요……
[시라이시 나나]별말씀을. 아무튼, 후배군도 온다는 거지? 나 말고 하나쨩, 유즈쨩, 리사리사랑 키라…… 아, 그래. 카나쨩도 늦게나마 온다고 했고……
[시라이시 나나]그리고 음…… 아앗, 전화 끊지마! 오늘 부회장한테 보고도 했단 말이지. 그러니까 다시 말해, 수영장에서 실컷 놀 수 있다는 거야!
[시라이시 나나]아…… 근데, 정확히 뭐라고 보고했는지는 비밀인 걸로, 아하하하!
시라이시 선배의 활기 넘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가슴이 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젊음의 생기가 전화를 넘어 내 심장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머릿속에 Soul에 관한 일이 떠오르자 마음이 곧바로 가라앉았다.
하아, 난 역시 이한시에서 최고로 친절한 시민인가보다.
[player]미안해요, 선배. 전 안 될 것 같아요.
[시라이시 나나]이런 유혹을 눈앞에 두고도 단호히 거절할 수 있다니, 역시 후배군이야.
[player]딱히 그렇다기 보다는, 어제 약속을 해서 말이죠…… 그래서 오늘 나가서 할 일이 있어요.
[시라이시 나나]아쉽네…… 그렇다면야 뭐. 걱정 마 후배군, 파티가 끝나면 얼마나 재밌었는지 내가 얘기해 줄게!
[player]굳이 안 그래도……
뚜─ 뚜─ 뚜─
내 거절이 전해지기도 전에 통화가 끊겨 버렸다. 이 시원시원한 성격은 정말이지 참……
이렇게 한바탕을 하고 나니 잠이 다 깨 버렸다. 하지만 다시 침대에 눕기엔, 오늘 '효'의 리더를 마주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신경 쓰였다.
다시금 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마작장에 도착했다. 프론트에는 여전히 그 직원이 앉아있었고, 곧이어 직원의 뒤를 따라 비밀 통로를 통해 사무실에 도착했다. 어제와 달라진 것 하나 없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책상 위에 올려 둔 다리의 각도마저도 말이다.
내가 온 걸 눈치챈 상대는 느긋하게 고쳐 앉아 하품을 하더니, 고개를 들어 시계를 힐끗 보았다.
[쿠츠지]여덟 시 반인데?
[player]여덟 시 반이나 됐는데, 원래 이 시간까지 자는 건 아니겠지?
당당하게 이 대사를 내뱉고 나자 고민이 좀 가시는 게 느껴졌다. 어깨마저도 활짝 펴지는 느낌이었다. 이게 아마 그 '시라이시 나나 효과'라는 거겠지.
[쿠츠지]뭐…… 괜찮겠지. 빨리빨리 끝내자고, 그래야 집에 가서 잘 수 있을 테니까.
[player]설마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내가 안 왔으면 어쩌려고 했어?
[쿠츠지]내 정보에 따르면, 넌 50%의 확률로 여기에 올 거였다.
[player]정보는 무슨, '온다'와 '안 온다'니까 확률이 반반인 건 당연한 거 아냐?!
[쿠츠지]어허, 대외적으로 '효'가 어떤 이미지인지를 고려해야지. 다른 사람이라면 너처럼 용감하게 혼자 올 수 있었겠어?
[쿠츠지]뭐, 넌 딱히 용감해서가 아니라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그런 것 같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잖아.
난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가 말한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효'에 관해선 그저 정보 판매상이라는 것만 알았지, 저들이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 어떤 배경이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여기서 얕보이면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차라리 입을 다무는 쪽이 더 현명하겠지.
상대방은 내 태도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로 돌아온 그는, 테이블에 대충 걸터앉아 나와 1미터 정도의 간격을 유지했다.
[쿠츠지]뭐, 그래도 장사치와 손님의 관계가 되었으니 내 소개부터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쿠츠지]나는 쿠츠지, 정보조직 '효'의 리더다. 그쪽이 보시다시피, 여긴 내 사무실…… 중 하나고.
[player]너도 이미 알고 있긴 하겠지만, 예의상 나도 자기소개를 하도록 하지.
[player]난 PLAYER, 네가 아는대로 그저 마작을 좋아하는 평범한 작사다.
[쿠츠지]그럼 거래 기간 동안은 잘 부탁하지, PLAYER.
[쿠츠지]물론, 거래가 끝나더라도 얼마든지 환영이야. 돈만 있다면 '효'에서 그 어떤 정보라도 가져다 드리지.
잠깐! 이거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소린데. "니도 돈을 잔뜩 가오면은, 이 복수쌍전관의 행운까지도 팔아 줄 수 있다." 같은 거.
이한시 장사치들 전용 멘트라도 되는 건가? 하지만, 지금의 난 이런 소리에 쉬이 넘어갈 사람이 아니기에 거절했다.
[player]아직 거래를 하겠다고는 말 안 했는데.
[쿠츠지]상관 없어, 내 패를 보면 형씨도 분명 관심이 생길 테니까.
[쿠츠지]내가 알기로 Soul 순회 공연단의 힐리라는 조련사가 수입은 쥐꼬리만하면서 '기도춘'을 허구한 날 들락거린다고 하지.
[쿠츠지]'기도춘'이 어떤 곳이게? 후후, 이한시에서 이름난 '업소'라고. 여기서 퀴즈, 과연 힐리가 거길 어떻게 들어갔을까?
[player]당신…… 나한테 그런 식으로 이상한 눈치 주려고 하지마.
[쿠츠지]그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보았을까, 정도를 묘사해 줬을 뿐인데 말이지.
[player]……크흑.
[쿠츠지]걱정 마, 딱히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를 생각은 없으니까. 형씨가 일 하나만 도와준다면 공짜로 알려 주지…… 자, 그럼 힐리와 기도춘은 무슨 관계지?>>> * 거절
* 승낙
나는 지난 이틀간 쿠츠지와 나눈 짧은 대화를 되돌아보았다. 구체적인 거래 내용을 모르면서 가볍게 거래에 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내 의심을 눈치 챈 쿠츠지는 몸을 숙여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쿠츠지] 아직 불안한 모양이군. 불법 행위는 하지 않을 거야, 장담할게.
[쿠츠지]그냥 형씨의 배짱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인데, 아무래도 형씨의 'Soul'을 돕겠다는 결심은 그 정도였나 보군.
[쿠츠지]쳇. 최근 부하들의 정보가 점점 부정확해지고 있단말이지. 형씨를 과대평가한 모양이야.
[player]부추기는거야?
틀림없이 부추기는거겠지. 하지만 인간은 기묘한 생물이라서, 알고 있으면서도 무심코 교섭에 응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서 약점을 보이면 이후 주도권을 잡기가 더 어려워질 게 뻔했다.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뻗어 어느새 붙어있던 먼지를 털어내주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 뒤편에 살짝 비친 놀람조차도 볼 수 있는 거리였다.
[player]그렇다면 ...... 리더님께서는, 그 '불법이 아닌 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쿠츠지는 내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러자 내 바로 뒤에서 한 사람이 다가왔다. 바로 어제 문을 열어준 소녀였다. 그녀는 나에게 매우 값어치가 있어 보이는 블랙카드 한 장을 건네주었다.
[쿠츠지]먼저 임무 경비를 먼저 건네줄게.
[player]경비?
(이하내용동일)* 거절
>>> * 승낙
인정할 수밖에 없다, 쿠츠지가 내놓은 패는 확실히 구미가 당긴다. 게다가 요점도 정확히 짚었으니, 잠시 고민을 한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쿠츠지]호오? 뭘 부탁할지는 아직 얘기도 안 했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수락한다고?
[player]뭐, 내가 거절하길 바라기라도 했어?
[쿠츠지]아니, 그냥 궁금해서. 혹시 내가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일을 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 봤어?
[player]……그렇네.
쿠츠지의 말을 들은 나는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 작은 접점밖에 없는 우리 사이에선 꽤나 가능성 있는 일이란 것을.
[player]너희, 설마 지금까지 불법적인 일들을 계속 해 온 건 아니……겠지?
[쿠츠지]형씨, '효'의 정보를 캐묻는 거야? 그건 추가 비용이 들 텐데.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건 불가능이다. 작사라면 모든 돈을 마작장에 써야하는 법. 난 입에 지퍼를 잠그는 제스처를 취하며 더 이상 캐묻지 않겠다는 뜻을 알렸다.
[쿠츠지]하하, 재밌는 사람이네 형씨는. 게다가 은근히 잘 속기도 하고.
[player]으…… 설마 정보를 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거짓말은 아니겠지?
[쿠츠지]그럴리가, 난 뱉은 말은 지키는 편이라고.
쿠츠지가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자 내 뒷편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제 내게 문을 열어 주었던 여자아이였다. 그녀는 내게 검은색 신용카드를 건네 주었는데,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물건이었다.
[쿠츠지]자, 임무용 경비다.
[player]경비?
[쿠츠지]내일 기도춘에선 매달 한 번씩 열리는 화초 경매가 있을 예정이야. 표면상으로는 꽃을 팔지만, 실제로는 꽃에 대응되는 게이샤와 함께 애프터눈 티를 즐길 기회를 파는 거지.
[쿠츠지]대부분은 억만금을 주고도 만날 수 없는 존재야, 가끔은 토죠 쿠로네 본인조차도 낄 때가 있지. 이게 형씨의 일이야. 그녀의 꽃을 낙찰받아서 그 기회를 얻어 내는 것.
[player]그럼 어떤 꽃을 사면 되는 거야?
[쿠츠지]몰라.
[player]뭐라고?
[쿠츠지]애초부터 항상 랜덤 박스 형식의 이벤트였어. 꽃은 항상 게이샤 본인이 그때그때 기분 따라 고르는 거라서 정해진 바가 없지. 그러니까…… 잘 해 보라고, 형씨.
랜덤 박스라니…… 이런 나쁜 문화 같으니라고… 다 같이 보이콧해버리는 일은 없으려나.
[player]너무 운에만 맡기는 거 아냐? 당신네들 정보망으로도 미리 알 방법 같은 거 없어?
[쿠츠지]다른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토죠 쿠로네는 불가능해. 본인만이 무슨 꽃을 골랐는지 알거든, 가장 가까운 하인조차도 모른다고.
[쿠츠지]지금까지 알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내일 그녀가 경매에 참가한다는 소식 하나뿐이야.
[player]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로는 당신들이 못 얻어내는 정보는 없다던데?
[쿠츠지]틀린 말은 아니지. 지금 형씨가 바로 그 정보를 얻어내러 가는 거잖아?
[player]알겠어. 그럼, 경매에 참가해서 토죠 쿠로네의 꽃을 낙찰받으면 되는 거지?
[쿠츠지]정확히 말하자면, 경매에 가서 토죠 쿠로네의 꽃을 낙찰받은 뒤 구매자로서 약속 장소에 나가는 거지.
[쿠츠지]그리고 돌아와서 형씨가 들은 소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나한테 보고해 주면 돼.
[player]……궁금한 게 있는데.
>>> * 꽤 괜찮아 보이는 임무인데, 설마 무슨 대가라도 치뤄야 하는 건 아니겠지?* 왜 '효'에서 직접 사람을 보내지 않는 거야?
[player]잔심부름치고는 왠지 공짜로 얻어가는 느낌이 드는데 ......?
[player]이런 수상쩍을 정도로 좋은 얘기 뒤에는 보통 ......
[쿠츠지]하하, 이래서 똑똑한 놈과 사업하는 게 좋단말이야. 이런 똑똑한 대답, 역시 대보석상도 마음에 들어하는 녀석이야.
[player]그 대보석상이라는 게 설마 ...... 새턴(サターン)씨 라던지?
예전에 새턴씨에게 "상인들은 독자적인 정보원을 가지고 있어. 예를 들어, 이한시의 정보원이라든가. 그들은 보통 마을 곳곳에 숨어있어서, 충분한 돈만 지불하면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주지"라고 새턴씨가 알려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효'였던 것 같다.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쿠츠지]아무래도 새턴 형씨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있나보네.
[쿠츠지]아, 원래 고객 정보를 누설하는 건 피해야 할 행동이지만, 형씨의 신뢰를 얻었다면 이것도 필요한 희생이었겠지. 이제 알았으니까, 우리는 친구의 친구가 되겠지?
[쿠츠지] 그러니 마음껏 안심해. 친구로서 나는 절대 너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 테니까. 적어도 물질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입히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player]잠깐 정정하자면, 그저 친구의 업무상대일 뿐이야.
[쿠츠지]하~아...... 형씨, 그런 걸어다니는 냉장고같이 말하기야? 형씨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얼어붙을 것 같다고.
[쿠츠지]...... 뭐, 됐어. 그럼 형씨한테는 우리의 공통의 친구를 위해서라도 이번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줘야겠어.
[쿠츠지]아, 그래. 임무 내용은 아무쪼록 비밀로 해 줘.
쿠즈지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혈압이 쉽게 낫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본론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player]그건 그렇고, 이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알려줄래?
[쿠츠지]오, 'kutsujichouikemen( 玖辻 超イケメン/쿠츠지초이케멘)'이야. <<<비밀번호 실화냐?* 꽤 괜찮아 보이는 임무인데, 설마 무슨 대가라도 치뤄야 하는 건 아니겠지?
>>> * 왜 '효'에서 직접 사람을 보내지 않는 거야?
[player]이 정도면 너희들끼리도 할 수 있지? 왜 '효' 에서 직접 사람을 보내지 않는 거야?
[쿠츠지]일반인을 쓰면 되는 일에 왜 우리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player]그래도 나보다 너희들이 이런일에 확실히 더 익숙하잖아.
[쿠츠지]아무래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당신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 같네.
[쿠츠지]거래를 무사히 끝낸 녀석들은 모두 친구야. 나는 「Soul」과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Soul」에서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는 내가 요구하는 보상도 지불할 수 없는 상태일테지.
[쿠츠지] 모두의 우정을 위해서는 'Soul'이 파견한 대표, 즉 형씨의 노동력을 담보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거지.
쿠츠지의 말투로 미루어 볼 때, '그 사건'이 현재 'Soul'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주된 원인인 것 같다. 예전에 힐리로부터 전 멤버인 크라운( クラウン)이 젊은 멤버들과 함께 'Soul'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같은 의미인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지만 ...... 이 건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player]그 사건은 구체적으로 어떤 거야?
[쿠츠지]쳇...... 형씨, 오랫동안 저 녀석들 도와주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 물어봤어?
[쿠츠지]하지만 뭐, 때로는 모르는 게 더 행복한 경우도 있지. 너무 많이 알면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지니까. 형씨라면 잘 알겠지?
[player]글쎄 ......
게임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같다. NPC는 먼저 보상으로 플레이어를 낚아채서 도와주게 한다. 설령 그것이 열 걸음 이동해 말을 전할 뿐인 퀘스트일지라도 비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퀘스트를 수행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NPC는 '이미 알고 있으면 좀 다녀와'라거나 '여기까지 왔으면 너도 당사자나 다름없으니까 협력해줘'라는 말만 하게된다 ......
3, 4시간 동안 일련의 임무를 수행해도 주어지는 보상은 뽑기(가챠) 1회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원하는 캐릭터를 얻으려면 과금을 해야 한다 ...... 아차, 이야기가 길어졌다. 나는 생각을 멈추고 최대한 성실한 표정을 지으며 쿠츠지 쪽을 바라봤다.
[player]지금부터 가르쳐줘도 늦지 않을걸.
[쿠츠지]어이쿠 형씨, 그건 추가 요금이 붙는데.
역시 정보상의 입에서 정보를 얻어내기에는 성실함을 믿어봤자 소용없었다.
[쿠츠지]사실 아무것도 모르는데 기꺼이 이용당할 줄이야. 형씨, 가만히 앉아서 이용당해줄 사람은 아니잖아.
'Soul'은 나를 팔아넘기지는 않겠지만, '효'는 팔아넘길지도 모르지. 나는 고개를 숙여 손 안의 검은색 카드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쿠츠지]쳇, 설마 나를 의심하는 거야? 전혀.......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으니까 안심해. 형씨에게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으니까 말이야.
[쿠츠지]그럼 이렇게 하자, 형씨는 열심히 임무를 수행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봐. 그러면 나도 네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어때?쿠즈지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혈압이 쉽게 낫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본론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player]그건 그렇고, 이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알려줄래?
[쿠츠지]오, 'kutsujichouikemen( 玖辻 超イケメン/쿠츠지초이케멘)'이야. <<<비밀번호 실화냐?* 믿지 않는다
>>> * 믿는다
숫자 비밀번호가 아니라 로마자 비밀번호인가? 진위 여부는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업무상의 일로 그런 농담을 하는 사람은 없지? 당일에 잊지 않기 위해 진지하게 스마트폰 메모를 열어 기록해 두었다.
쿠츠지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듯 말했다.
[쿠츠지]형씨는 정말 성실하네.
[쿠츠지]그 모습을 보니 내일의 임무 성공률이 조금 걱정되네. 왜냐면 형씨의 상대는 교활한 녀석들뿐이니까.
[player]그럼 뭔가 해결책이라도 있어? 플랜 B 같은 거.
[쿠츠지]안타깝게도 이번 임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플랜 A밖에 없어.>>> * 믿지 않는다
* 믿는다
직감이 믿지 말라고 말을 걸어온다. 게다가 이한시 현금카드의 비밀'번호'는 6자리 숫자 조합으로만 설정할 수 있는데, 로마자로 되어 있을 리가 없다.
[player]음......... 설마 믿을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지?
[쿠츠지]속지 않았다면야, 이걸로 나도 안심이야. 그 정도의 경계심이 있으면 내일도 혼자서 토죠 쿠로네와 대화할 수 있을 테고, 그 여자에게 먹힐 일도 없겠지.
[player]나 혼자서 토죠 쿠로네의 상대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 유사시에 말할 수 있을 한 변명 문구를 준비해 줘도 괜찮지 않아?
[쿠츠지]아하하, 형씨. 형씨는 정말 재미있네. 다과회는 몇 시간 동안 계속되는 거야.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데, 그런걸 어떻게 준비할 수 있겠어?
[player]그것도 그렇네. 아니면 내가 실수하지 않도록 토죠 쿠로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건?
[쿠츠지]이봐, 난 오히려 형씨가 실수했으면 좋겠단말이지.
[player]응?
[쿠츠지]가장 솔직한 반응이야말로 가장 쉽게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니까.
[쿠츠지]똑똑한 녀석들은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퍼포먼스도 조작의 흔적을 찾아내는 법이야. 코엔(コーエン)같은 세계적인 영화배우도 토죠 쿠로네 앞에서는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없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으니, 형씨는 말할 필요도 없지.>>>* 임무에 성공하는 조건이 뭔데?
* 왜 나한테 이걸 시키는 건데?
[player]임무에 성공하는 조건이 뭔데?
[쿠츠지]쓸 수 있는 정보를 얼마나 가져왔느냐로 판단할 거야.
[player]쓸만한 정보?
[쿠츠지]예를 들어, 토죠 쿠로네가 사귀인 중 한 명이라는 평범한 정보는 가져온 것 자체가 쓰레기지만, 혼천신사의 마작 대회의 정확한 일정을 알아냈다면 그건 쓸만한 정보라고 할 수 있지.
[쿠츠지]안심해, '효'의 정보망을 이용해 신빙성을 심사해줄테니. 형씨는 형씨가 생각하는 대로, 관심 있는 주제를 토죠 쿠로네와 이야기하면 되는거야.
[player]당신이 말하는 것들은 하나하나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조합하면 좀 이상하게 느껴져 ...... 뭐, 최선은 다해볼게.
[player]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어. 지금 이야기는 모두 내가 토죠 쿠로네를 만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는데, 만약에 ...... 만나지 못하면?
[쿠츠지]만일의 경우...... 그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되니까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쿠츠지는 빙그레 웃었다. 나는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없었다. 그는 내가 토죠 쿠로네를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 이런 일을 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좋은 선택지가 없는 것 같다.
쿠츠지는 손을 뻗어 내 스마트폰을 빼앗아 재빨리 탭했다. 돌려받은 화면에는 주소록이 비춰져 있었고, '초절정미남쿠츠지(超絶イケメン玖辻)'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추가되어 있었다. <<<이름실화야?
예전에 나는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말씨가 험하고, 쪼잔하고, 앉는 자세도 예의가 없고, 조금 성질이 더러운 것 같다 ...... 거기에 '나르시스트'를 하나 더 추가해볼까 생각한다.
[쿠츠지]아, 맞다. 카드의 비밀번호인데, 실은 형씨 생일로 해놨어.
만약 이 영화가 로맨스 영화라면 로맨틱한 전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정 영화라면 상대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난지 두 번째의, 거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 정보는 너무 과하다. 이제 그와 완전히 연을 끊고 싶어졌다.* 임무에 성공하는 조건이 뭔데?
>>>* 왜 나한테 이걸 시키는 건데?
[player]왜 나한테 이걸 시키는 건데?
[player]나는 '기도춘'에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도 없고...... 음... 마법도 쓸 수 없고, 초능력도 없고.
[player]'부자는 과학기술에 의존하고, 가난한 사람은 돌연변이에 의존한다'는 SF의 정석도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아.
쿠츠지는 나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쿠츠지] 확실히 그 말이 맞아. 하지만 형씨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렇게 자신을 비하할 필요는 없어.
[player]인정해 주셔서 대단히 영광입니다 ......
[쿠츠지]그래도 뭐 ...... 누구에게나 그런식으로 비춰진다고는 할 수 없지. 이한시의 내의 상류층부터 초등학생까지, 형씨랑 함께라면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 있지. 이런 네트워크는 정보상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법이니까.
[player]그건 내가 선량한 시민이기 때문이겠지.
[쿠츠지]형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거겠지. '효'의 조사 결과, 형씨가 정말 이한시에 사는 극히 평범하고 선량한 범죄 기록이 전혀 없는 시민이라는 걸 알았어.
[player]법을 준수하는 건 시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인데, 당신이 그걸 알아주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쿠츠지]아, 정말이지. 또 사람을 무법자인것처럼 말하네. 실제로 조사해 봐, 내가 청렴결백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을테니까.
[쿠츠지]하지만, 형씨에게는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지. 혼천신사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심상치않은 경력을 가진 무녀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건 이한시 내에서도 형씨 한 명뿐이야.
[player]아니, 후자는 뭐 알겠는데, 자유롭게 혼천신사에 출입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다 그렇잖아? '무료 마작 혼천회관'이라고 불릴 정도니까.
[쿠츠지]출입할 수 있는 것은 신사의 아주 바깥쪽 시설뿐이야. 전체 규모에 비추어 볼 때, 본전 뒤쪽에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은 구역이 있지. 그것도 꽤 넓은 구역이 말이야.
[쿠츠지]우리가 추측한 대로라면, 형씨라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을 테지.
[player]사람의 호기심을 함부로 자극하지 말아줘. 혼천신사에 너무 호기심을 가지면 고양이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쿠츠지]난 그냥 친절하게 이 정보를 공유해줬을 뿐이야. 갈지 말지는 형씨가 알아서 결정해.
[쿠츠지]물론, 들어가서 뭔가 거래하고 싶은 게 생기면 언제든 나한테 와줘.
[player]그러니까 당신은 그 이유 때문에 나를 보내기로 한 거야?
[쿠츠지]그렇다고 한다면 믿을거야? 혼천신사의 가장 수수께끼 같은 영역에도 들어갈 수 있는 녀석이라면 토죠 쿠로네에게 접근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쿠츠지]일종의 큰 도박이라고 생각해줘. 형씨가 토죠 쿠로네를 봉인해둔 엄중한 상자의 뚜껑을 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데에 걸고 있는 거야.
[player]뭐가 큰 도박이야. 내일 내가 임무에 실패해도 당신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잖아.
[쿠츠지]그럴리가, 이쪽도 땀 흘려 일해서 번 돈을 걸고 있는 거라고.
쿠츠지는 말하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시선을 내 스마트폰 화면으로 고정했다. 아까 비밀번호를 적어둔 채 잠그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내 스마트폰을 빼앗아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혐오감을 드러내며 나를 바라봤다.[쿠츠지]형씨, 'kutsujichouikemen'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메모할 필요가 있어?
[player]음............ 이 문자열이 의미와 함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날에는 내 얼굴, 스타일, 예의범절과 미덕, 깨끗한 성격, 결국에는 영혼까지 뿌리째 파괴될 것 같아.
쿠츠지는 냉정하게 웃으며 메모의 'kutsujichichouikemen'이라는 문자열을 재빨리 삭제했다. 그리고 주소록을 열어 전화번호 같은 숫자를 입력하고 이름 부분에 '초절정 미남 쿠츠지 (超絶イケメン玖辻) '라는 여덟 글자를 힘차게 입력했다.
[player]당신 ...... 설마 모든 계정을 이 비밀번호로 설정한 건 아니겠지?
[쿠츠지]흥, 그럴 리가 없잖아. 이런 비밀번호 어떻게 봐도 가짜 아니야? 그걸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야.
[player]하?
[쿠츠지]그러니까, 기억하지 못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진짜 비밀번호는 형씨 생일이니까.만약 이 영화가 로맨스 영화라면 로맨틱한 전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정 영화라면 상대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난지 두 번째의, 거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 정보는 너무 과하다. 이제 그와 완전히 연을 끊고 싶어졌다.* [player]남의 프라이버시를 그렇게 함부로 보면 안 되지! (왜 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거야!?)
>>>* [player]내 생일은 어떻게 아는 건데?내 생일은 어떻게 아는 건데?
쿠츠지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게 건넸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내 캣챗 페이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쿠츠지가 내 아이콘을 누르고 프로필 페이지로 이동하자, 거기에는 내 생일과 얼마 전의 기억이 튀어나왔다. ......
CatChat은 본인 인증이 필요한 SNS다. 아마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보 숨기기'를 체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문에 페이지 상에 정보가 공개되어 버린 것이다.
[player]아차, 알았으면 숨겼을 텐데 ......
[쿠츠지]지금은 빅데이터 시대니까, 이런 인터넷에 쓰여진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형씨에게 필요한 건 숨기는 것보다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다양한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함부로 적지 않는 거려나.
[player]왠지 갑자기 인터넷 리터러시 강좌를 들은 기분인데. 이런 이야기를 너한테 들으니까 묘한 기분이야.
[쿠츠지]나에 대한 경계심이 너무 심하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형씨가 나를 도와주면서 점점 친구관계로 발전해서, 형씨는 나를 신뢰하고, 나는 형씨의 정보를 보호해줄게. 이걸로 서로 윈-윈이지?
[player]아니, 그러면 나만 손해 보는 세상이 될 것 같은데.
[player]뭐 됐어, 더 이상은 추궁하지 않을게. 내일의 임무 준비에 대해서 논의해 볼까?(이후 내용 동일)
>>>* [player]남의 프라이버시를 그렇게 함부로 보면 안 되지! (왜 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거야!?)
* [player]내 생일은 어떻게 아는 건데?남의 프라이버시를 그렇게 함부로 보면 안 되지! (왜 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거야!?)
[쿠츠지]이런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정보상이라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상대에 대해서도 알아야지. 나는 형씨 생일뿐만 아니라 ......
그는 조금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쿠츠지] 형씨가 흥미로운 '좋아요' 목록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을 공유해줘도 괜찮아. 예를들어 ......
나는 빛의 속도로 손에 든 검은색 카드로 그의 입을 막고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전에 나에게 카드를 건네준 소녀가 말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 말고는 방 구석에 조각상 같은 사람이 두 명 서 있었다. 그들은 마치 우리를 못 본 척하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내가 법에 저촉되는 물건을 들고 쿠츠지에게 달려들지 않는 한, 그들은 나에게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쿠츠지]퉤퉤 ...... 확실히 나는 돈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함부로 입에 집어넣지 말라고.
[쿠츠지]형씨, 안심해. 난 분수를 아는 정보상이야. 높은 값에 사려는 사람이 없는 한, 함부로 네 정보를 흘리지 않을 테니까.
[player]너가 지금 무슨말을 한건지 알긴해?
[쿠츠지]물론, 완벽하게 비밀로 해줘도 괜찮아. 형씨가 여러 가지로 나를 도와주고, 언젠가 친구가 되면 친구로서 형씨의 모든 정보를 보호해 줄게.
[player]협박으로 얻은 우정 따위는 오래가지 못하겠지 ......
[player]뭐 됐어, 더 이상은 추궁하지 않을게. 내일의 임무 준비에 대해서 논의해 볼까?
[쿠츠지]준비는 걱정할 필요 없어. 이런 임무에 익숙한 노아를 동행시킬 테니까.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방금 전에 나에게 카드를 건네준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노아라고 하는구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듯,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돌아갔다.
[쿠츠지]말수는 적지만, '효'의 간판스타(기둥) 중 한 명이야. 능력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신뢰해도 좋아.
[player]하아, ...... 이한시의 아이들은 모두 겉모습과 달리 능력도 나이에 걸맞는 범위를 넘어서네.
[쿠츠지]온실 속 화초처럼 보호받으며 자라는 행복을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쿠츠지]어이쿠, 또 실수로 정보를 흘려버렸네. 게다가 '효'의 핵심 정보를 ...... 아-, 아무래도 형씨가 앞으로 열심히 일해주지 않으면 안되겠네.
[player]응...? 왜 이런 강매하는 짓을 하는거야? 이런 정보 딱히 알고 싶지 않았는데!?
[쿠츠지]근데 솔직히, 노아가 내일 도와준다고 해서 안심이 되지 않았어?
[player]그건 그렇긴 한데 ......
[쿠츠지]그렇지? 출처는 중요하지 않아, 형씨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건 유효한 정보인거라고.
[쿠츠지]좋아, 설명은 이걸로 끝이야. 나머지는 내일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돼, 형씨의 활약에 기대하고 있을게.
시간을 보니 확실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알아야 할 정보도,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도 많이 얻었다. 집에 돌아가서 내일을 준비해야겠다.
이번엔 쿠츠지가 그 직원을 부르지 않고 직접 나를 배웅할 생각인 것 같다. 이 사무실 벽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숨겨진 문이 있었다.
쿠츠지가 숨은 문을 열자 그 너머에는 이 방과 레이아웃이 똑같은 방이 펼쳐져 있었다. 숨은 문 위치까지 똑같다.이렇게 마트료시카처럼 생긴 방을 세 번 정도 지나자 눈앞이 확 밝아졌다. 이 빛은 조명이 아니라 유리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의 빛이다. 우리는 우아한 인테리어의 꽃집에 들어섰다.
가게 안에는 다양한 꽃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고, 두세 명의 손님이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꽃을 고르며 눈을 즐겁게 하는 꽃다발을 만들고 있었다. 다른 가게에 비해 이런 가게는 조용하고 아늑하다. 큼지막하게 '비상구'라고 적힌 문을 열고 나온 우리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꽃집에서 나오니 눈앞에는 상가가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살짝 감동했다.
[player]스파이 영화는 거짓말을 하지 않네.
[쿠츠지]아무래도 스파이 영화에 어느 정도 상상력이 제한된 것 같네. 미리 여러 개의 탈출구를 마련해 두는 건 정보상의 기본이야. 더 깊게 알고 싶으면 실력과 돈을 준비해서 우리한테 접근하도록 해.
[player]거기까지 알고 싶지 않아......
[쿠츠지]이 꽃집을 기억해두면 좋을거야. '효'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여기서 파란 붓꽃 세 송이를 사서 와인색 리본으로 묶어 달라고 점원에게 말해줘.
[player]그렇게 쉬워도 괜찮은거야? 만약 다른 사람이 우연히 그렇게 요청하면 어떻게 되는데?
[쿠츠지] 형씨, 자기 손님정도는 알고있다고. 이건 형씨가 나를 만나고 싶다는 신호,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player]헤에.
[쿠츠지]영화를 너무 많이 보지 말도록 해, 형씨.
직접 배웅도 해주고, 여러 가지 설명도 해줬으니 더 이상 말다툼은 하지 않는걸로 하자. 내가 떠나려고 하자 쿠츠지가 나를 불러 세웠다. 돌아보니 그는 햇볕 아래서 젊은 남자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냉정한 말을 내뱉었다 ......
[쿠츠지]형씨, 벌써 가게? 내일 임무에 실패하면 배상해야 하는 건지 같은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야?
[쿠츠지]기도춘에 드는 돈은 상당한 액수야. 만약 임무에 실패하면 입장료를 포함한 경비는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걸로 할까?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않고, 인간쓰레기는 적이 없다.(水清ければ魚棲まず、人クズであれば敵なし 。)+ 水清ければ魚棲まず :자신을 바르고 깨끗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지만, 너무 지나치면 남의 허물을 찾아내어 비난하게 되고, 결국에는 친구를 잃고 고립될 수 있다는 의미.
>>> * 시키는 대로 배상해야하는지 물어봐 준다* 누가 니 맘대로 해 준대? 절대 안 물어볼 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의 색을 본다. 시간은 ...... 아직 이르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고, 일번시의 선량한 시민들은 함부로 화를 내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player]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쿠츠지]그냥 물어본 거야. 뭐, 주로 형씨 빨리 돌아가고 싶어하는 표정이 재미없어서.
[player]...... 내가 예의를 차릴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 이제 30초 정도밖에 남지 않았거든.
[쿠츠지]그래도 형씨가 진지하게 물어봤으니까 나도 진지하게 대답해야지. 그래, 맞아, 배상하게 할 생각이야.
[쿠츠지]하지만 또 하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랐어. 우리 둘이서 큰 내기를 해보지않겠어? 형씨가 내일 운 좋게 올바른 꽃, 즉 토죠 쿠로네를 나타내는 꽃을 경매로 낙찰받으면 ......
[쿠츠지]즉, 네가 임무를 완수하면 모든 비용을 내가 부담할게.
[player]30초 끝났어. 실례지만 ...... 지금이라면 아직 거래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player]이런 운을 시험하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 혹시라도 거액의 빚을 지게 되면 그냥 헛수고했을뿐이고.
[player]게다가 ......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올바른 꽃을 경매로 낙찰받는 것'이 '토죠 쿠로네로부터 쓸만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보다 쉽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거든.
[쿠츠지]안 돼. 형씨는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지금 여기서 빠져나가기엔 너무 늦었다고? '효'는 무관계한 녀석을 굳이 키우지 않아.
이때의 쿠츠지는 정말 영화 속 악역과 똑같았다. 자신이 마치 간식을 다 빼앗긴 이치히메처럼 나약하고 불쌍하고 무력한 존재로 느껴진다.
[player]저 ...... 열심히 하겠습니다.
[쿠츠지]그걸로 괜찮아. 메리트를 생각해보라고. 마작을 하러 간다고 가정했을 때, 만약 천화순정구련보등을 뽑는다면? 사람은 꿈을 꾸는 법이야.
구련보등의 전설을 생각하면 천화 같은 역은 별로 만들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점점 더 생기있게 웃는 쿠츠지의 미소를 뒤로 하고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기분은 바닥을 쳤다.
'효'를 나와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기도춘'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곳은 사귀인(四貴人) 중 한 명인 토죠 쿠로네(東城玄音)가 있는 고급 기예단에서 선보이는 노래와 춤이 모두 훌륭하고, 그중에서도 뛰어난 기녀들은 큰돈을 주고도 만나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책임자인 토죠 쿠로네는 더 이상 샤미센을 연주하지 않고 있지만, 한때 그 음색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한동안 그 여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댓글란에 올라온 한 댓글이 눈에 띄었다. "'기도춘'에서 토죠 쿠로네를 만날 기회를 구하는 것보다 그녀가 운영하는 마작 회관에 가는 게 나아. 그녀에게 마작 테크닉을 전수받을 수 있을지도."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일 올바른 꽃을 문제없이 경매에서 낙찰받지 못한다면 마작 회관에 가보자.
어쨌든 나는 마작을 좋아한다, 진심으로 말이다.~불어오는 가을바람 2-1 종료~
* 시키는 대로 배상해야하는지 물어봐 준다
>>> * 누가 니 맘대로 해 준대? 절대 안 물어볼 거다!
사무실에서 반나절 이상 그의 엉뚱한 이야기를 들은 것도 헛수고가 아니었다. 나는 쿠츠지의 성격을 대충 파악했다. 한 마디로 그는 타인의 고통을 최고의 쾌락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그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지하철을 향해 계속 걸었다. 뒤에서 그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쿠츠지] 형씨, 꽤 좋은 느낌이네. 이걸로 내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쿠츠지]그럼 형씨의 성공을 기원하며 ...... 아, 그래. 만약 잘하면 형씨한테 '효'의 일을 맡게 해줘도 좋다고.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로 그가 즐거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일의 임무라니, 정말 잘 되면 좋을텐데.'효'를 나와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기도춘'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곳은 사귀인(四貴人) 중 한 명인 토죠 쿠로네(東城玄音)가 있는 고급 기예단에서 선보이는 노래와 춤이 모두 훌륭하고, 그중에서도 뛰어난 기녀들은 큰돈을 주고도 만나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책임자인 토죠 쿠로네는 더 이상 샤미센을 연주하지 않고 있지만, 한때 그 음색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한동안 그 여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댓글란에 올라온 한 댓글이 눈에 띄었다. "'기도춘'에서 토죠 쿠로네를 만날 기회를 구하는 것보다 그녀가 운영하는 마작 회관에 가는 게 나아. 그녀에게 마작 테크닉을 전수받을 수 있을지도."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일 올바른 꽃을 문제없이 경매에서 낙찰받지 못한다면 마작 회관에 가보자.
어쨌든 나는 마작을 좋아한다, 진심으로 말이다.~불어오는 가을바람 2-1 종료~
불어오는 가을바람 Day.3-1 (노아, 쿠츠지)
더보기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익숙한 꿈나라 시간, 그리고 익숙한 진동음.
나는 몸을 뒤척이며, 몽롱한 상태로 "청춘 작사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현실을 꿈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가?"와 같은 생각을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진동음이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끊임없이 내게 전화를 걸고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잠에서 막 깬 나는 "알 수 없는 번호"라고 띄워져 있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핸드폰의 시계는 6시 06분을 알리고 있었다.
으…… 요 이틀간 침대에서 잘 일어나질 못하겠는 게, 아무래도 내가 이한시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기분까지 든다.
하지만 전화를 받고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고, 곧 "뚜우… 뚜우…" 하는 소리와 함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였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메시지) 6시 43분, 기도춘에서 만나.
문자 메시지와 함께 발송된 지도에는 나에게 맞춰진 기도춘으로 향하는 노선도 처럼 보였다. 지도에는 환승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고, 심지어 "지하철 1호선에서 10호선까지 6분 내 도보 도착"이라며 예상 도보 시간까지도 적혀있었다.
그리고 노선도 아래쪽에 붉은색 글씨로 "차는 타지 말 것. 집에서 기도춘으로 향하는 5개 도로 모두 길이 막혀 있으니까!"라는 경고 문구도 적혀 있었다.
최근 내 활동 범위로 판단해 보건대, 이 문자 메시지는 '효'의 사람이 보낸 것이 분명해 보였다. '효'가 내 전화번호를 알아낸 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부동산, 학원, 은행 대출…… 그리고 결혼 정보회사까지. 별의별 곳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마치 전 세계가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이니 말이다.* 문자 내용을 따른다
>>> * 문자 내용을 의심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 6시. 인터넷을 찾아보니 기도춘은 아침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렇게나 일찍 갈 필요가 있는 걸까?
문자 메시지로 의문점을 적어 보내자 빠르게 답변이 돌아왔다. 기도춘 주변 거리로 보이는 사진을 보내왔는데, 사진을 찍은 사람의 키가 컸는지 사람들의 머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장면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기도춘은 경매 당일에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한다고 들었다. 또 이날은 게이샤 공연과 이벤트가 있어서 사람들이 몰리는 데다가 아침 일찍 입장하기 위해서 전날 미리 줄을 서는 '밤샘 줄'까지 있다고 했었다.
아무래도 별 수 없이 일찍 문을 나서야만 할 것 같다. 때문에 난 서둘러 씻은 다음, '소중한' 신용카드가 가방 안에 안전하게 담긴 것을 확인한 후 집을 나섰다.
아파트 정문을 막 떠나려고 하던 그때, 문자 메시지가 또 도착했다. 단순하고 간결한, 별 의미없는 말 줄임표였지만 나는 그 안에서 '답답함', '어이없음', '짜증남'과 같은 기분을 읽을 수 있었다. 수년간의 인터넷 채팅 경력 덕분에 말 줄임표 안에 담겨 있는 뜻을 빠르게 알아챘다.
나는 약 30초 간격으로 보내지고 있는 문자 메시지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느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무의미한 궁금증 때문에 네 외출 시간에 차질이 생겼군. 방금 전 보내 준 노선도가 완전히 쓸모 없게 돼 버렸어.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이건 새로운 노선도야. 이번엔 꼭.이.대.로. 따라와 줬으면 해. 이 노선도를 따라오면 7:26에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새로 받은 노선도를 따라 근처에 있는 지하철로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정보 조직의 실력인가? 내가 밖으로 나온 시간까지 알 수 있다니, 도대체 어디에 있는 CCTV가 날 팔아먹고 있는 거야?!
아침 1호선의 러시아워는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어야 겨우 탈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북적한 인파로 인해 여전히 탑승은 어려웠다. 하지만 열차에 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내리는 것이었다. 탑승은 했지만, 밀려드는 인파로 나는 가장 구석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겨우겨우 지하철 문이 닫히기 직전에 내릴 수 있었고, 이후 노선도로 다음에 가야 할 곳을 확인해 보았다. "1호선에서 9호선까지 6분 30초 이내에 도착할 것."
나는 조용히 아침의 지하철에 대해 되새겨 보았다.
이한시에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있다. 1호선에서 9호선으로 가는 환승 통로는, "환승 삼대장"이라고 불리우는 장소다. 600미터 길이의 환승 통로는 평소에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에 어떻게 해도 10분은 걸리는 통로인데, 그런 곳을 6분 30초 내로 도착하라니. 아무래도 간만에 실력 발휘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달리자. 난 할 수 있어.
>>>* 더 이상은 무리다, 못뛰겠어.
이한시에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있다. 1호선에서 9호선으로 가는 환승 통로는, "환승 삼대장"이라고 불리우는 장소다. 600미터 길이의 환승 통로는 평소에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에 어떻게 해도 10분은 걸리는 통로인데, 그런 곳을 6분 30초 내로 도착하라니. 아무래도 간만에 실력 발휘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안전을 위해, 역내에서는 뛰지 마세요.
안전을 위해,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핸드폰을 보지 마세요.
[player]괜찮아, 아직 이른 시간이라구. 코미케에서 대기줄을 서 봤던 경험에 따르면, 입장하기 가장 편한 시간은 밤 새서 줄을 기다릴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입장한 점심 즈음이니까 말이야.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9호선을 향해 걸어갔지만, 열차 문은 내가 도착한 바로 그 순간에 닫히며 떠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전광판에는 다음 열차가 5분 후에 도착한다는 글씨만 보일 뿐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쉰 뒤, 핸드폰을 꺼내서 아사바 고등학교 애들이 보내 준 수영장 파티 사진을 보며 시간을 때웠다.
잠시 후,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 알림이 떴다. 메시지에는 아까처럼 노선도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이미 3분의 2쯤 지나왔기에 앞으로의 노선 역시 크게 변경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새로운 노선도는 도착 시간이 7시 45분으로 바뀌어 있었고, 아래쪽에는 붉은 글씨로 "굶을 준비나 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어째서 늦게 도착하면 굶어야만 하는 걸까? 중간에 뭔가 중요한 단서가 빠진 걸까? 아직 열차도 도착하지 않았겠다 난 상대방에게 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왜냐하면 오늘 기도춘에서 제공하는 점심은 1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제공되지 않는데, 넌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아침부터 현실적인 주제를 보니, 정신이 확 들었다.
새로운 노선을 봤다만, 조금씩 늦었다고는 해도 30분이 지연될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그런 의문점은 지하철 역에서 나온 뒤에 해소되었다.
기도춘 근처의 9호선 출구엔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었고, 그 뒤로 노란색 모자를 쓴 아이들이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니, 오늘 근처 초등학교의 봄 소풍이 있어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15분 동안 통행이 금지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러나 이 지하철 역의 다른 출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아니면 신호등이 여러 개인 사거리를 건너야 했다. 결국 여기서 15분 동안 기다리는 게 제일 빠른 선택지였다.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시계는 이미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기도춘의 출입구에 도착 후 기다란 대기줄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을 때 순식간에 낯이 익은 사람에 의해 선두열의 자리로 끌려 들어갔고, 옆에는 안색이 좋지 않은 노아가 서 있었다.
어딘가 화가 나 보이는 노아에게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건넸지만, 그녀는 곧바로 날 기도춘의 검표원에게로 끌고 갔다. "꼬르르륵…!!" 배에서 천둥이라도 친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자, 노아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고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무서울 정도로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각자의 일로 돌아가긴 했지만, 난 도저히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격렬한 운동'을 해서인지 점점 더 배가 고파지는데, 설마 배꼽 시계가 경매장에서 갑자기 울리진 않겠지……
입구에서 나와 자리를 바꾼 사람이 왜인지 익숙해 보였던 건, 아마 쿠츠지의 사무실에서 '조각상' 역할을 맡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 사람은 봉투 안에서 샌드위치를 꺼내더니, 곧장 입안으로 쑤셔넣기 시작했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샌드위치는 아마 내 아침밥이었을 것이다. 고개를 드니, 입구에 "경매 기간 음식물 반입 금지"라고 적혀 있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굶을 준비나 해."라는 말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조금 늦게 도착했기에 얼마 기다리지 않고도 입장 차례가 금방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노아에게 '효'가 미리 준비해 둔 티켓을 건네받자, 이제 임무가 정식으로 시작된 것이 와닿았다.* 더 이상은 무리다, 못뛰겠어.
>>>* 달리자. 난 할 수 있어.
핸드폰을 바라보니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상태였지만, 나는 5초 동안 생각에 잠긴 뒤 그래도 노력해 보기로 결심하였다. 다행인 건, 그래도 체력장 1000미터 달리기 만큼 빠르게 달리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난 문이 막 닫히기 직전 9호선 지하철에 아슬아슬하게 탑승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노선도의 시간 계산은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듯했다. 각종 교통수단이 역에 도착하는 시간 뿐만 아니라, 나의 극한의 운동 능력까지 전부 계산에 넣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초 단위까지 정확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
나는 몇 차례의 우여곡절을 더 겪은 뒤, 지하철에서 나와 기도춘이 있는 거리로 올 수 있었다. 시간은 7시 29분, 늦지는 않았지만 이미 온 힘을 다 쏟아부었다.
블록 전체를 감싸고 있는 대기줄을 보니 코미케의 대기줄이 연상되었다. 기도춘까지는 10미터 남짓 밖에 안되는 거리였지만, 입장을 위해서는 아주 오랫동안이나 줄을 서야만 했다.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거리는, 하늘과 바다도 아니고, 같은 게임 내의 다른 서버도 아닌,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과 가장 뒤에 서 있는 나와의 거리였다. 내가 들어갈 때쯤이면 최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이미 모든 걸 둘러본 후에 밖으로 나와도 시간이 남았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내가 대기줄을 보며 감탄하고 있던 그때, 수신된 문자 메시지로 인해 핸드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15분 후, 전방 11시 방향.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고, 그저 문자 메시지에 적혀 있는 시간 동안 아사바 고등학교 애들이 캣챗으로 보내 준 수영장 파티 사진을 보며 시간을 때울 뿐이었다…… 그리고 15분이 지나자, 부호가 단 하나 적혀 있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뒤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서 핸드폰을 들곤 날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노아가 보였다. 그리고 노아의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는데, 그날 쿠츠지의 사무실에서 '조각상' 역할을 맡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나를 본 '조각상 형님'은 빠르게 다가와 손에 쥔 봉투를 내게 전해 주고선,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에 날 밀어넣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 사람이 나 대신 줄을 서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건네받은 봉투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침 식사가 담겨 있었고, 이어서 노아가 입을 앙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액정을 몇 차례 두드리자, 잠시 뒤 내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빨리 먹도록 해. 8시에 입장하고 나면 먹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야.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던 사람이 노아였구나! 하지만 입장하고 나면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고개를 들고 물어보려던 순간, 입구에 "경매 기간 음식물 반입 금지"라고 적혀 있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쿠츠지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확실히 노아는 말하는 것 이외에는 모든 방면에서 유능한 인재였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가 아니라 직접 말로 소통할 수 있다면 더 완벽할 텐데……
8시까지는 15분도 채 남지 않았다. 난 서둘러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지만, 노아가 내 샌드위치를 뺏어서 줄 밖에서 대기 중이던 '조각상 형님'에게 건네 주었다.
나는 배를 통통 두드렸다. 다행히도 조금이나마 배를 채워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노아는 내 팔을 툭툭 치며 표 두 장을 꺼내고선, 그중 한 장을 내게 건네 주었다.
노아가 핸드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던 모습을 본 나는, 황급히 노아를 제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player]너희들이 사전에 준비한 티켓이구나.
노아는 나를 쳐다보며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곧이어 검표원에게로 끌고갔다.
노아는 생각보다 더 어울리기 힘든 아이 같다.-
* 문자 내용을 의심한다
>>> * 문자 내용을 따른다
'효'의 거대한 정보망과 수단을 생각해 보자면, 이 노선도는 분명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기도춘은 경매 당일에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한다고 들었다. 또 이 날은 게이샤 공연과 이벤트가 있어서 사람들로 붐비는 데다가 아침 일찍 입장하기 위해서 전날 미리 줄을 서는 '밤샘 줄'까지 있다고 했었다.
그렇기에 난, 당장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선도를 따라 진행하다 보니, 노선도에는 몇 시 몇 분에 지하철이 도착하는지까지 매우 정확하게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나는 노선도를 따라 완벽하게 지하철에서 환승하고, 모든 신호등을 녹색등에 딱딱 맞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 또한 정확하게 6시 43분이었다. 난 완벽한 시간 계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순조롭게 기도춘에 도착했음에도, 막상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눈앞에 구불구불하게 펼쳐진 S자 모양의 대기줄은 이미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기도춘의 입구까지 늘어져 있었다. 목적지는 바로 10미터 거리에 있었지만, 입장하기 위해선 아주 오랫동안 줄을 서야 했다.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거리는, 하늘과 바다도 아니고, 같은 게임 내의 다른 서버도 아닌,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과 가장 뒤에 서 있는 나와의 거리였다. 내가 들어갈 때쯤이면 최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이미 모든 걸 둘러본 후에 밖으로 나와도 시간이 남았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내가 대기줄을 보며 감탄하고 있던 그때, 수신된 문자 메시지로 인해 핸드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전방 11시 방향.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노아가 핸드폰을 쥔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노아의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는데, 어제 쿠츠지의 사무실에서 '조각상' 역할을 맡고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나를 본 그는 빠르게 다가와 손에 쥔 봉투를 나에게 전해 주고서는,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에 나를 밀어넣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 사람이 나 대신 줄을 서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봉투를 열자, 안에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침 식사가 담겨져 있었다. 노아는 고개를 숙인 채로 핸드폰을 보며 빠르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빨리 먹도록 해. 8시에 입장하고 나면 먹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야.
나한테 문자를 보낸 건 노아였구나. 하지만 입장하고 나면 먹을 수 있는 게 없을 거란 건 무슨 뜻이지?
고개를 들고 물어보려던 순간, 입구에 "경매 기간 음식물 반입 금지"라고 적혀 있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쿠츠지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확실히 노아는 말하는 것 이외에는 모든 방면에서 유능한 인재였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가 아니라 직접 말로 소통할 수 있다면 더 완벽할 텐데……
그렇게 난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마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장 순서가 돌아왔다. 노아는 내 팔을 툭툭 두드리며 미리 준비한 표 두 장 중 한 장을 건네 주었다.
노아가 핸드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던 모습을 본 나는, 황급히 노아를 제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player]너희들이 사전에 준비한 티켓이구나.
노아는 날 향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곧이어 고개를 돌리고선 날 입구의 검표원에게로 끌고 갔다.
물론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노아가 정말로 웃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노아한테 이런 츤데레 같은 모습이 있었다니?!
(선택지이후 내용 동일)
티켓 검사를 마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기도춘에 들어섰다. 그리고 경매 참가자들은 첫 번째 갈림길에서 일반 손님들과 떨어져 경매 전용 장소로 향했다.
우리는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복도를 지나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홀에 도착했다. 꽃이 활짝 핀 덩굴 식물로 감싸여져 있는 주홍색의 기둥은 봄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꽃장식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 사용되었지만, 노아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경매에는 기도춘이 특별히 정성들여 키우는 매우 희귀한 품종이 출품된다고 했다. 우리가 참가한 경매에는 황금동백꽃, 산호스키미아, 백설모란이 출품되는 모양이었다.
자리에 놓인 <경매 안내서>를 읽어보니, 기도춘의 경매 방식은 일반적인 경매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매매자 호가식 경매'로, 더욱 쉽게 말하자면 '내림 경매'라고 말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에서는 높은 가격부터 시작해서 입찰자가 나올 때까지 가격이 점점 낮아지며, 경매사는 단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구매자가 나타나거나 의뢰인이 미리 정해 둔 하한가보다 낮은 가격이 제시되어 유찰될 때까지 계속해서 진행한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 이상의 구매자가 나타나면 경매사는 새로운 가격을 제시하며 익숙한 경매 방식인 '오름 경매'로 전환한다. 그 후, 더 이상 가격을 올리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다시 경매를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정된 위치에 앉아 경매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노아가 계속해서 문자 메시지를 보낸 덕분에 내 핸드폰은 쉴 새 없이 울렸고, 주변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내 주머니를 쳐다보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꺼내 노아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읽었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참가자들은 많지만, 대부분은 어중이떠중이들이야. 뭐, 경매를 구실로 토죠 쿠로네와 함께 차를 마시러 온 재력가들도 있지만 말이야.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정보에 따르면, 토죠 쿠로네는 오랫동안 춤을 추거나 샤미센을 켜지 않았다고 해. 하지만 전설의 사귀인 중 한 명으로서, 추종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토죠 쿠로네를 만나려고 할 거야.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그러니까 경매가 시작되면,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게 열심히 노력해 봐.
정말 사람 불안하게 만드는 정보들 뿐이었다.
[player](메시지)카드에는 돈이 충분히 들어 있는 거야? 입찰했다가 돈을 못 내는 그런 경우가 생기진 않겠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노아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쿠츠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돈이 많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이 카드에는 지금 1000만 코인이 들어 있어. 지난 경매에서 있었던 꽃의 최대 입찰 금액에 의거해서 책정된 데다가, 이보다 더 큰 금액에 입찰된 기록은 없었지.
역시 괜한 걱정이었나보다, 쿠츠지는 나보다 훨씬 더 부자로 보였었으니 말이다. 만일 내가 그의 입장에서 이런 얼토당토하지 않은 질문을 받았다면, 어이가 없어서 얼굴이 붉어져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까지 말로 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 공포증이 전염된 걸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물론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곤 확신할 수 없으니까, 계속해서 주의해 주길 바라.
노아는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17`이라고 적혀 있는 번호판을 건네주었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자, 이게 네 경매 번호판이야. 입찰할 땐 이 번호판을 들도록 해.
[player](메시지)알겠어.
[player](메시지)그런데 물어볼 게 하나 있어.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곧 경매가 시작되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빨리 물어봐.
[player](메시지)어떻게 모든 문자 메시지의 문장 부호를 그렇게 정확하게 쓰는 거야? 덕분에 나도 혹시나 문장 부호를 틀리지는 않았을까 싶어서 다시 한번 검사하면서 보내고 있다구.
[player](메시지)……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너랑은 상관없는 얘기야.
[player](메시지)알겠어
시스템 알림: PLAYER 님이 메시지를 삭제했습니다.
[player](메시지)알겠어.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자, 어디선가 경매의 시작을 알리는 징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한켠에 황금색 징이 보였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경매장의 모습은, 마치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뒷문으로 지켜보고 있는 담임 선생님을 발견한 듯한 학생들을 연상시켰다.
기도춘의 경매사가 단상에 올라왔다. 경매사는 요염한 허리에 담배 파이프를 차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지닌 여성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이곳의 책임자인 듯하다. 그리고 그녀가 손뼉을 치자, 꽃을 든 소녀 세 명이 줄지어 나타나 단상에 올라왔다.
[경매사]이번 경매에서 판매되는 꽃은 세 종류로, 황금동백꽃, 산호스키미아, 백설모란이며, 모두 기도춘에서 정성을 다해 기른 품종입니다. 그러니 경매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꽃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경매사의 말이 끝난 직후, 소녀들은 단상에서 내려와 우리들의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소녀들은 길지도, 짧지도 않게 머물러 손님들이 충분히 꽃을 감상할 수 있게끔 했다.
첫 번째 꽃은 황금동백꽃이었다. 중앙에 놓인 아기 주먹 만한 황금빛의 동백꽃은 반달 모양을 이루었고, 그 주변은 마치 달을 감싸고 있는 별처럼 새하얀 꽃들로 장식되어져 있었다. 그리고 소녀가 꽃을 창가로 가져가자 햇빛이 꽃잎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어째서 이 꽃이 황금동백꽃이라고 불리우는지 깨닫게 되었다.
다음 꽃은 산호스키미아로, 본디 키우기가 매우 어려운 품종이었다. 이 꽃은 마치 투명한 보석처럼 햇빛 아래에서 투명하고 선명한 붉은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주변을 몬스테라로 장식한 데다, 사이사이로 끼워놓은 새하얀 백묘국으로 인해 스키미아는 마치 설원 위에 놓인 붉은 마노와도 같아 보였다.
마지막 꽃은 놀랍게도 대생으로 자란 백설모란이었다. 어림잡아 지름이 약 18cm, 높이가 약 10cm에 가까워 보이는 그 크기는 꽃의 왕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백옥처럼 새하얀 꽃잎 가운데에선 연분홍빛 꽃잎이 샛노란 꽃술을 돋보이게 했고, 주변에 장식된 유칼립투스 잎으로 인해 마치 세속을 초월한 듯한 청아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손님들에게 꽃을 보여 준 소녀들은 이후 다시 단상 위로 돌아갔다.
[경매사]그럼 지금부터 15분 동안 생각하실 시간을 드린 후, 황금동백꽃부터 먼저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사람들은 세 차례의 꽃 경매에 참가할 수 있지만, 낙찰받을 수 있는 건 그중 하나야.
[player](메시지)그러니까, 만약 내가 첫 번째 꽃을 낙찰 받았다면 나머지 경매엔 참가할 수 없다는 소리야?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맞아.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그런데 왜 내 번호가 아직도 '알 수 없는 번호'라고 뜨고 있는 거야?
[player](메시지)?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네 핸드폰 화면이 보였어……
나는 주변 사람들의 의문스러운 눈빛을 뒤로한 채, 조용히 연락처에 노아의 번호와 이름을 추가했다.
[player](메시지)나한테 계획이 하나 있어. 우리가 서로 다른 꽃에 입찰한다면 확률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노아](메시지)아니. 경매 참가 자격을 얻기가 어려워서, 엄청나게 애를 썼는데도 결국 한 개의 번호표 밖엔 손에 넣을 수 없었어.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
[player](메시지)그럼 힌트라도 좀 줘 봐. 내가 어떤 경매에 참가하면 될 것 같아?
[노아](메시지)어차피 전부 랜덤 박스니까 규칙 따윈 존재하지 않아. 보스가 어제 다 말해 줬잖아? 그냥 평소에 뒷도라 패에 거는 것처럼 해버려.
그렇다면, 그냥 찍는 수밖에 없겠네……* 산호스키미아
* 백설모란
>>> * 황금동백꽃
나는 첫 번째 꽃인 황금동백꽃을 선택했고, 노아는 내 선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경매가 시작되자, 나는 긴장하며 손 안의 번호표를 꽉 쥐었다. 하지만 경매사가 처음부터 5000만 코인이라는 큰 돈을 부를 줄은 몰랐던 듯, 장내는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렸다.
[노아](메시지)정상적인 상황이니까, 당황하지 말고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진정하도록 해.
[노아](메시지)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시세를 확인하고 온 사람들이니까, 비정상적인 가격대에서 입찰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 작년 황금동백꽃의 낙찰가는 650만 코인이었어.
주위를 둘러보니, 물론 나처럼 놀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과연, 노아가 말한 것처럼 아무도 번호표를 들려 하지 않았다.
경매사는 계속해서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4000만 코인, 3000만 코인…… 1000만 코인까지 가격이 내려갔음에도, 아직은 아무도 번호표를 들지 않았다.
카드 안엔 딱 1000만 코인이 있으니, 슬슬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야 할 시간이었다……* 백설모란
* 황금동백꽃
>>> * 산호스키미아
나는 두 번째 꽃인 산호스키미아를 노리기로 결정했다. 그렇기에 첫 번째 경매에서는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그저 구경하며 분석부터 해 보기로 했다.
[노아](메시지)왜 첫 번째 경매엔 참가하지 않는 거야?
[player](메시지)하나만 노린다면 전부 삼분의 일 확률이고, 운은 순서를 따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노아](메시지)확률을 이해하고 있다니, 외외네.
[player](메시지)확률 같은 기본적인 상식은 의무 교육에서 전부 배우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player](메시지)'효'에 있는 사람들은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말하는 게 특징이야?
[노아](메시지)아니. 그건 보스의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야.
[노아](메시지)사실 보스는 이미 너한테 꽤 정중하게 대해 줬어. 하지만 만약 보스의 '진짜 사람 열받게 하는 버전'이 보고 싶다면, 이번 임무에서 실패해보던가.
[player](메시지)아니 아니, 괜찮아.
[노아](메시지)하지만 너랑 얘기를 나눠 보니까, 보스가 너를 건드리면서 재미있어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
[player](메시지)……그래, 고맙다.
노아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동안, 첫 번째 경매는 750만 코인에 낙찰됨과 동시에 종료되었다.
[노아](메시지)황금동백꽃의 작년 낙찰가는 650만 코인이었어. 상승폭은 100만 코인, 이 데이터는 다음 경매에서 써먹을 수 있겠는걸.
[노아](메시지)잠시 뒤에 시작될 산호스키미아의 최근 2년 동안의 낙찰 기록은 각각 630만 코인과 710만 코인이야.
[노아](메시지)하지만 방금 전 받은 정보에 따르면, 올해 이 산호스키미아의 품질은 지난 해보다 훨씬 더 우수한 모양이야.
[player](메시지)꽃은 그냥 표면적인 상징물이고, 진짜는 다과회라고 하지 않았어?
[노아](메시지)그건 너한테 달렸지. 보스가 말하길, 내가 도와주면 도와줄수록 네 머릿속이 점점 더 꼬일 거라고 했어.
[player](메시지)확인
나는 무표정으로 확인 메시지를 보내며, 경매사의 입찰가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1000만 코인까지 내려왔다……* 황금동백꽃
* 산호스키미아
>>> * 백설모란
나는 세 번째 꽃인 백설모란을 노리기로 결정했다. 그렇기에 앞선 두 번의 경매에선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그저 지켜보며 정보를 분석하기로 결정했다.
[노아](메시지)왜 첫 번째 경매엔 참가하지 않는 거야?
[player](메시지)하나만 노린다면 전부 삼분의 일 확률이고, 운은 순서를 따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노아](메시지)확률을 이해하고 있다니, 외외네.
[player](메시지)확률 같은 기본적인 상식은 의무 교육에서 전부 배우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player](메시지)'효'에 있는 사람들은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말하는 게 특징이야?
[노아](메시지)아니. 그건 보스의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야.
[노아](메시지)사실 보스는 이미 너한테 꽤 정중하게 대해 줬어. 하지만 만약 보스의 '진짜 사람 열받게 하는 버전'이 보고 싶다면, 이번 임무에서 실패해보던가.
[player](메시지)아니 아니, 괜찮아.
[노아](메시지)하지만 너랑 얘기를 나눠 보니까, 보스가 너를 건드리면서 재미있어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
[player](메시지)……그래, 고맙다.
노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 두 꽃은 각각 750만 코인과 900만 코인에 낙찰되었다.
[노아](메시지)황금동백꽃의 작년 낙찰가는 650만 코인이었어. 올해는 100만 코인이나 상승했네.
[노아](메시지)최근 2년 동안 산호스키미아의 낙찰 기록은 각각 630만 코인과 710만 코인이었어. 올해는 변동폭이 제법 큰 편이네.
[노아](메시지)곧 경매가 시작될 백설모란은 대생인 데다가 극도로 보기 드문 크기를 가지고 있어. '효'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이건 기도춘에서 처음으로 경매에 내놓는 꽃이자, 최신 육종 기술을 사용한 품종이야.
[player](메시지)그럼 참고할 만한 기존 가격이 없다는 소리잖아?
[노아](메시지)맞아. 그러니까 힘내도록 해.
첫 경매 출품작이라는 정보와, 토죠 쿠로네가 이번 경매에 참가한다는 정보가 합쳐지자 내겐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이 왔다. 하지만…… 나는 주머니 속의 1000만 코인이 들어 있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부디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다시 잠시 동안의 휴식 시간을 거친 후, 드디어 마지막 꽃의 경매가 시작되었다. 나는 전전긍긍하며 경매사의 출품가를 듣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고, 이후 경매사가 1000만 코인을 외칠 때……* 포기하고 기다린다
>>> * 번호표를 든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입찰자는 많아질 테고, 그러면 내가 낙찰받을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차라리 지금 기회를 잡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어쨌든 간에, 쿠츠지가 준 돈이 부족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방금 전의 실수에서 경험을 되살려, 이번엔 당장 입찰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방금 전 노아의 메시지가 내게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 듯했다.
품질이 좋을수록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의 지위가 높은 건 아닐까?-
내가 가진 번호판으로 참가할 수 있는 경매는 이 세 개의 꽃 뿐이다. 하지만 방금 전에 낙찰된 꽃의 가격으로 보아, 잘못하면 마지막 꽃의 가격은 더 비싸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쿠츠지가 내게 준 카드에는 1000만 코인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 나는 낙찰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다음 경매를 노리는 것보단, 이번 경매에 모든 것을 거는 게 낫다고 생각해 번호표를 들었다.
이번에는 나를 포함해 두 명의 참가자가 번호표를 들었다. 그러면 규정에 따라 우리 두 명이서 오름 경매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900만 코인을 시작으로, 매 입찰마다 50만 코인씩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상대방이 먼저 번호표를 들었기에, 내가 먼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
작년 입찰 가격이 650만 코인이었으니, 800만 코인이라면 슬슬 경쟁자가 나타나기 시작할 터이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경쟁자는 늘어날 테고, 내가 낙찰받을 확률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
앞선 두 꽃의 낙찰가를 고려해 봤을 때, 난 슬슬 번호표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그러니 규정에 따라, 우린 둘이서 오름 경매를 진행하게 될 터였다. 800만 코인을 시작으로, 매 입찰마다 50만 코인씩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경매사]12번 참가자님께서 먼저 번호표를 드셨습니다. 규정에 따라 17번 참가자님께서 먼저 입찰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player]850만.
[12번 참가자]패스.
내가 850만 코인을 부르자 상대방은 과감히 입찰을 포기했다.-
경매에 참가한 이유는 임무 때문이었기에, 지나친 모험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극한까지 가격을 낮춘다면 돈을 아낄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가격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리스크는 커질 테니 지금이라도 기회를 잡는 것이 현명하다.
더군다나 이건 쿠츠지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그 녀석이 거드름 피우는 모습을 상상하니, 잠시 후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카드를 긁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나는 과감하게 번호표를 들었다. 설마 내 왼쪽 앞에 앉아 있던 구매자가 나와 동시에 번호표를 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규정에 따라 우리 둘은 같이 오름 경매를 진행하게 될 터였다. 900만 코인을 시작으로, 매 입찰마다 50만 코인씩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경매사]17번 참가자님께서 먼저 번호표를 드셨습니다. 규정에 따라 22번 참가자님께서 먼저 입찰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22번 참가자]950만 코인.
내가 1000만 코인을 부르자, 22번 참가자는 나를 힐끗 보더니 침묵에 빠졌다.-
지금 나오는 꽃이 마지막 기회다. 이 꽃을 낙찰받지 못한다면 이번 임무는 무조건 실패하게 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을 미친 나는 곧바로 과감하게 번호판을 들었고, 경매사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입찰자는 없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후 내용 동일)
[경매사]1000만 코인, 하나.
[경매사]1000만 코인, 둘.
[경매사]1000만 코인, 셋.
[경매사]황금동백꽃은 1000만 코인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7번 참가자님.
경쾌한 나무 망치 소리와 함께 꽃이 내게 낙찰되었다. 나는 노아와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자 했지만, 막상 옆에선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노아]망했네.* 번호표를 든다
>>> * 포기하고 기다린다
(낙찰 금액에 따라 노아의 반응이 달라진다.)
<900만>
충동이란 악마나 마찬가지다. 이건 내가 이한시에서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지켜 온 좌우명 중 하나였다. 나는 섣불리 번호표를 들기 보다는, 먼저 다른 사람들의 동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경매에 처음 출품된 꽃이라 다들 적정 가격을 짐작하지 못한 듯, 장내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덕분에 나는 적정 가격이 될 때까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경매사는 담담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가격을 내리며, 1000만 코인 다음으로 900만 코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용히 기다려 보았음에도 아무도 번호표를 들지는 않았다. 지금 번호표를 든다면 꽃을 낙찰받을 수는 있겠지만, "충동적으로 구매하지 않을 것"이란 나의 좌우명이 다시금 날 멈춰 세웠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경매에 참가한 이유는 임무 때문이었기에, 지나친 모험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극한까지 가격을 낮춘다면 돈을 아낄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가격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리스크는 커질 테니 지금이라도 기회를 잡는 것이 현명하다.
더군다나 이건 쿠츠지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그 녀석이 거드름 피우는 모습을 상상하니, 잠시 후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카드를 긁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나는 과감하게 번호표를 들었다. 설마 내 왼쪽 앞에 앉아 있던 구매자가 나와 동시에 번호표를 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규정에 따라 우리 둘은 같이 오름 경매를 진행하게 될 터였다. 900만 코인을 시작으로, 매 입찰마다 50만 코인씩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경매사]17번 참가자님께서 먼저 번호표를 드셨습니다. 규정에 따라 22번 참가자님께서 먼저 입찰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22번 참가자]950만 코인.
내가 1000만 코인을 부르자, 22번 참가자는 나를 힐끗 보더니 침묵에 빠졌다.
잠시 후, 경매사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입찰자가 없는지 확인했다.
[경매사]1000만 코인, 하나.
[경매사]1000만 코인, 둘.
[경매사]1000만 코인, 셋.
[경매사]백설모란은 1000만 코인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7번 참가자님.
[노아]어질어질하네.-
* 800만 코인을 부른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만큼, 나는 계속해서 대기하기로 결정했다. 쿠츠지의 돈을 아낀다라는 마음가짐보다는 사실 이 짜릿함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노아의 의문 서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아에게 의연히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player](메시지)나는 '효'의 돈을 아끼고 싶어. 그러니 내가 쿠츠지를 신경 쓰는 만큼, 쿠츠지도 날 좀 더 정중하게 대해 주면 안 될까?
[노아](메시지)전달해 뒀어.
단상에서는 경매사가 800만 코인을 외치고 있었다……앞선 두 꽃의 낙찰가를 고려해 봤을 때, 난 슬슬 번호표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그러니 규정에 따라, 우린 둘이서 오름 경매를 진행하게 될 터였다. 800만 코인을 시작으로, 매 입찰마다 50만 코인씩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경매사]12번 참가자님께서 먼저 번호표를 드셨습니다. 규정에 따라 17번 참가자님께서 먼저 입찰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player]850만.
[12번 참가자]패스.
내가 850만 코인을 부르자 상대방은 과감히 입찰을 포기했다. 그리고 경매사는 날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입찰자가 없는지 확인했다.
[경매사]850만 코인, 하나.
[경매사]850만 코인, 둘.
[경매사]850만 코인, 셋.
[경매사]백설모란은 850만 코인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7번 참가자님.
경쾌한 나무 망치 소리와 함께, 꽃은 내게로 낙찰되었다. 하지만 노아와 기쁨을 나누려고 생각하던 순간, 노아는 눈썹을 찌푸리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노아]그런대로 괜찮네.* 노아가 말을 했어!
[player]너, 말할 줄 알았구나!
노아는 자신이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 황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 후, 노아는 나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곤 핸드폰 화면을 다시 꾹꾹 눌러댔다.
[노아](메시지)친하지 않은 사람이랑 말하는 게 싫을 뿐이야. 겨우 그 정도 가지고 호들갑 떠는 거야?
[player](메시지)하지만 우린 이제 친한 사이잖아? 슬슬 소리로 대화를 나눌 때라고!
[노아](메시지)거절하지.
[노아](메시지)'효' 이외의 사람들은 전부 낯선 사람들이야. 너도 '효'의 멤버가 아닌 이상 마찬가지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인간 관계는 어째서 전부 이런 식인 걸까?* 망했네.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물어본다.
[player]"망했네."라는 건 무슨 의미야?
노아가 날 바라보는 눈빛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동정으로 가득 찬 눈빛처럼 보였다.
[노아](메시지)작년 낙찰가를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에 낙찰받고 말았으니, 보스는 네가 일부러 그런 짓을 벌였다고 생각해 차액을 네게서 회수하려고 할 거야. 그럼 열심히 발버둥쳐 봐.
[player](메시지)진짜 악덕 상인이네! 안그래?
[노아](메시지)그 발언, 전부 캡쳐해서 보내 뒀어.
[player](메시지)……그래, 고맙다.[노아](메시지)하지만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편이 좋을 거야.
[player](메시지)?* 어질어질하네.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물어본다.
[player]"어질어질하네."라는 게 무슨 의미야?
노아가 날 바라보는 눈빛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동정으로 가득 찬 눈빛처럼 보였다.
[노아](메시지)방금 상황을 분석한 결과, 첫 번째 꽃은 800만 코인이, 두 번째 꽃은 950만 코인이 필요할 거야.
[노아](메시지)하지만 지금은 1000만 코인으로 살 수밖에 없지. 물론 보스는 네가 그리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할테고, 차액도 너한테 회수하려고 하겠지만 말이야. 그럼 열심히 발버둥쳐 봐.
[player](메시지)진짜 악덕 상인이네! 안그래?
[노아](메시지)그 발언, 전부 캡쳐해서 보내 뒀어.[player](메시지)……그래, 고맙다.
[노아](메시지)하지만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편이 좋을 거야.
[player](메시지)?* 그런대로 괜찮네.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물어본다.
[player]"그런대로 괜찮네."는 무슨 의미야?
노아는 날 쳐다보고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게 2통의 메시지를 보냈다.
[노아](메시지)처음 출품된 꽃이지만, 앞선 두 경매의 낙찰가를 종합해서 평가할 거야. 만약 네가 낙찰받은 가격이 터무니 없었다면, 보스의 성격상 그 차액을 네게 떠넘겼겠지.
[노아](메시지)현재의 차액 정도라면, 임무를 순조롭게 마쳤을 경우에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한 거야.
[player](메시지)진짜 악덕 상인이네! 안그래?
[노아](메시지)그 발언, 전부 캡쳐해서 보내 뒀어.
[player](메시지)……그래, 고맙다.
[노아](메시지)아, 잘한 것도 하나 있어.[player](메시지)?
[노아](메시지)기도춘에서 경매 자격을 획득한 참가자들에 대해 전부 신원 조회를 해봤어.
[player](메시지)훌륭하네. 인터넷에서 사적인 얘기를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군.
[노아](메시지)내가 가지고 있는 너의 정보에 따르면, 최근에 각종 스팸 전화를 많이 받았지? 보아하니 더 이상 숨길 프라이버시 같은 건 별로 없어 보이는데.
[player](메시지)너무 가시돋힌 말보단, 조금 더 부드러운 말을 써 주면 안 될까?
[노아](메시지)본론으로 돌아가지.(너랑 이야기하면 자주 본론에서 벗어나게 돼 버려. 그러니까 반성 좀 하도록 해.)
[player](메시지)좋아, 먼저 말해 봐.(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지. 같이 반성하도록 하자고.)
[노아](메시지)이번에 의심을 사지 않은 건 기도춘에서 뒷조사 때 파악해 둔 네 생활 습관과, 오늘 네가 보여 준 행동이 일치했기 때문이었어.
노아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 나니, 직원 두 명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직원 A]두 분께서는 저희와 함께 후속 거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 뒤, 일어나서 직원들의 뒤를 따라갔다. 긴 복도를 지나 도착한 응접실의 테이블 위에는 내가 낙찰받은 꽃이 놓여져 있었다.
노아 덕분에 각종 수속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거래가 끝나자, 직원은 내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직원 A]축하드립니다. 내일 기도춘에서 당신만을 위한 다과회를 제공해 드릴 예정이며, 토죠 아가씨께서 당신과 함께 다과회를 즐기실 것입니다.
[player]토죠 아가씨 라니…… 설마 토죠 쿠로네인가요?
[직원 A]맞습니다. 정말로 운이 좋으시군요.
진짜로 낙찰되다니, 쿠츠지는 정말 내 운을 보고 날 선택한 걸까?
난 그들에게 내 목적을 들키지 않게끔 흥분을 최대한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이어서 낙찰된 꽃을 조심스럽게 안고 방을 나와 기도춘의 입구에 도착하자, 노아가 내 어깨를 두들기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노아](메시지)네 운이 그렇게나 좋을 줄은 몰랐네. 평소에 역만을 많이 쳤겠는걸.
[player]내가 오늘 이렇게나 운이 좋을 줄 알았다면, 그냥 복권이나 사러 갈걸 그랬어.
나는 꽃을 노아에게 넘기려고 했지만, 노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어폰 한쪽을 내게 건네 주었다.
[쿠츠지](음성 메시지)노아, 꽃은 가지고 올 필요 없어. PLAYER한테 상으로 줘 버려. 꼬맹이들은 선물로 받는 꽃을 좋아하잖아?
참을 인자 세 번이면……
나는 한 마디 쏘아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비싼 꽃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노아는 내 어깨를 두들긴 후 돌아서선 붉은색 승용차에 올라탔다.
이후 승용차는 빠르게 사라졌다. 가는 김에 나도 집에 데려다 주지…… 고마워 할 줄 모르는 녀석들 같으니라구.
그렇게 내 자랑스러운 튼튼한 다리로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가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안 봐도 발신자가 노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노아](메시지)내일 데리러 갈 때까지 푹 쉬도록 해.
배가 고파진 나는 밥을 먹을 만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임무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나한테 맡기도록 하자.~불어오는 가을바람 3-1 종료~
- (그런대로 괜찮네 제외 이후 내용 동일)
[노아](메시지)기도춘에서 경매 자격을 획득한 참가자들에 대해 전부 신원 조회를 해봤어.
[player](메시지)훌륭하네. 인터넷에서 사적인 얘기를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군.
[노아](메시지)내가 가지고 있는 너의 정보에 따르면, 최근에 각종 스팸 전화를 많이 받았지? 보아하니 더 이상 숨길 프라이버시 같은 건 별로 없어 보이는데.
[player](메시지)너무 가시돋힌 말보단, 조금 더 부드러운 말을 써 주면 안 될까?
[노아](메시지)본론으로 돌아가지.(너랑 이야기하면 자주 본론에서 벗어나게 돼 버려. 그러니까 반성 좀 하도록 해.)
[player](메시지)좋아, 먼저 말해 봐.(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지. 같이 반성하도록 하자고.)
[노아](메시지)뒷조사 때, 기도춘에서는 이미 네 생활 습관에 대해 파악해 두었을 거야. 그러니 네가 단 한번의 다과회 때문에 큰 돈을 쏟아 붓는 행위는, 평소의 너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짐작도 하지 못하겠지.
[노아](메시지)너는 게임을 할 때도 두 시간만 쓸 수 있는 시간제 캐릭터를 위해 돈을 쓰는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안그래?
[player](메시지)네 말도 일리가 있어. 난 지금 엄청 당황하고 있거든.
[독백]후속 거래를 통보했던 사람은 좀처럼 오지 않고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기둥 뒤에서 직원 두 명이 우릴 쳐다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player](메시지)이제 어떻게 하지?
[노아](메시지)기도춘은 정식으로 허가받은 사업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기껏해야 네 거래 자격이 취소되는 정도지, 직접 공격 당하는 일은 없을 거야.
[player](메시지)알았어.
[노아](메시지)기껏해야 보스한테 보복 당하는 정도겠지.
[player](메시지)……천국에 쿠츠지의 자리는 없었으면 좋겠군.
이어서 이야기를 마친 직원 두 명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노아와 주고받은 메시지 화면을 끈 뒤, 최대한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직원 A]17번 구매자 님께서는 저희들과 함께 뒤쪽에서 후속 거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직원 B]죄송하지만 동행으로 오신 여성분께서는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player]같이 가면 안 되는 건가요?
[직원 A]죄송합니다. 저희 규정에 따라 후속 거래는 반드시 참가자 혼자서 진행해야 하거든요.
노아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고 다녀오라는 의미겠지만, 이런 건 밀실에서 다시 돌아오질 못할 임무를 진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군들이 아무리 "힘내!", "할 수 있어!"같은 말을 외쳐 준다고 한들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적에게 벌벌 떨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직원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다지 길지 않은 복도를 지나 한 방에 들어서자 중간에 익숙한 마작 테이블이 보였다. 마작실에서 결제를 진행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직원 A]규정에 따라, 먼저 저희와 함께 3인전을 진행하셔야 합니다.
[player]여기가 이한시라는 건 알고 있지만, 여기선 마작이 절대적인 위치에 있기라도 한 건가요? 이한시에서는 마치 뭔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마작으로 결판을 내리려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말이죠.
[직원 B]3인전 대국일 뿐이고, 빠르게 끝날 테니 안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측정 장치를 착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layer]측정 장치라니요?
두 명의 직원이 거대한 측정 장치에 연결된 금속 패드를 들고 와선, 내가 거부할 틈도 없이 내 경동맥과 관자놀이에 신속히 패드를 붙였다.
그렇게 난 미약한 전류가 느껴지는 패드를 붙이고 3인전을 쳐야만 했다. 원하는대로 테이블에 앉아서 준비를 마치기는 했지만, 머릿속에서 거대한 물음표가 쉴 새 없이 떠올랐다.
이한시의 마작 테이블은 3인전 모드를 따로 세팅해야 했기에, 대부분의 마작장에선 귀찮다며 3인전 손님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와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모 관장에 따르면, 사실 3인전은 4인전보다 돈이 되지 않아서가 더 큰 이유라고 한다.
그렇기에 난 3인전 경험은 거의 없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억지로라도 하는 수밖에 없었다.
[player]앗…… 패를 넘어뜨릴 뻔했네. 이런 걸 달고 마작을 치려니까 너무 불편한걸……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손목에 걸린 선 때문에 손패가 엎어질 뻔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내게 사과와 양해를 구하는 눈빛만 보낼 뿐, 이걸 풀어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동선을 제한함으로써 '물리적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3인전은 적은 수의 패를 사용하고, 북 빼기 등의 규칙이 추가된다. 4인전에 비해 점수 폭등이 강한 대국이라 공격과 방어를 판단 방식에 큰 차이가 있었다.
만수패 중 1만과 9만은 일부 역에만 사용되기에, 이 두 장을 요구패로 쓰기엔 좀 더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가능한 배패에서 1만과 9만이 나오지 않기만을 빌었다.
좀처럼 쓸 만한 패가 들어오지는 않고 있었지만, 다행히 머리로 쓸 만한 1만 한 쌍이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통수패는 간짱이긴 하지만, 다행히 삭수패는 모두 몸통이 완성되어 있었다.
서풍이 1장 손에 있으니, 손패로 북풍 1장이 들어온다면 타점 1판은 보증될 테고 배패에도 딱 맞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서풍으로 역을 만들 수 있다면 이번 판은 속공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었다.
[직원 A]서.
[직원 B]저도 따라가도록 하죠.
[player]하, 하하하……
인생이란 대국과도 같으니, 올라갈 때가 있다면 내려가기도 한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며 다음 한 장에 기대를 걸었다.
다음으로 들어온 패는 9만이었다. 거의 쓸모없는 패가 2장 씩이나 들어오다니, 정말로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북빼기로 기회를 노려볼까?* 북빼기를 한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패를 꺼냈다. 다행히 6통이 나왔다.
북빼기 후 6통을 얻었다. 손 안의 패들이 점차 모양을 갖춰갔고,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북빼기를 하지 않는다
북빼기로 기회를 노려볼까?
(이후 내용 동일)그리고 잠시 동안 생각을 거친 후, 패 효율에 따라 서풍을 버렸다. 9만은 커쯔를 만들 땐 유용한 패지만, 리치 단계에서 1만과 9만 샤보 대기를 해야 한다면 방총 확률이 너무 높아지고 만다.
리스크가 있다면 몇 순 뒤 국사무쌍을 당할 뿐이다. 게다가 다른 두 사람이 서풍패를 버리는 것을 보니 국사무쌍의 대기패가 흘러넘치지는 않겠……지?
북풍은 다른 플레이어가 리치를 선언했을 때 안전패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일단은 버리지 말아보자.
[직원 B]리치.
상가의 리치 선언을 들은 나는, 무의식적으로 버림패를 쳐다보았다……
9만과 남풍을 제외하면 전부 손패에서 버린 걸까……
두 바퀴 전 내 손패는 샹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6삭을 손에 넣은 지금 내 손패는 양면 대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패가 너무 많아졌다.
상가가 2삭과 7삭을 버린 지금, 내 손패에선 3삭만이 안전패로 나왔다. 하지만 1삭과 3삭은 역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패였기에, 공격을 위해서는 한쪽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4통을 버린 다음에 2통를 버리다니…… 순서로 보아 상가는 좋지 않은 대기 형태를 없애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1124통의 1통 샤보 대기일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상가와는 첫 대국이라 상대의 대국 스타일을 알진 못하지만, 혹시 2445통을 가지고 있기에 좋은 대기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안전패를 먼저 버리고 있는 것일까?
[직원 A]심박수에 변화가 있으니 기록해 두도록 하세요.
[직원 B]네.
[player]그런걸 왜 기록하는 건지……
진정하자…… 지금 내가 신경 써야 할 건 안전패의 유무가 아니라, 이 대국을 통해 무엇을 테스트하려는지다. 지금 상황에서 주최 측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싶어할까?
이런 한 판 짜리 마작에서 승패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개인의 실력보다는 운이다.
게다가…… 오늘 진행한 꽃 경매 역시 운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설마 저들은 내 운을 시험해 보고 싶은 걸까?
대국 결과가 후속 거래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차마 화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지?* 현물 7삭을 버린다
>>>* 1통을 버리고 상황을 지켜본다
장고 끝에 나는 샤보 대기를 포기하고 1통을 버려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이 테스트가 나의 결단력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지금 내가 물러설 시 상대방은 내가 토죠 쿠로네를 만나는 데 있어 그리 필사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게끔 보수적으로 나와 버릴지도 모른다.
다행인 건 1통을 버린 후 다음 차례에서 상가가 3통을 버렸고, 나는 2삭을 가져와 텐파이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난 안전하고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다마텐을 선택했다……
[player]……그 7삭으로, 화료.
나는 상대방의 손패에서 7삭을 가져옴으로써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직원은 내게로 다가와선 몸에 달려 있는 측정 기구를 제거해 주었다.* 1통을 버리고 상황을 지켜본다
>>> * 현물 7삭을 버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직원들은 대국을 꼭 이겨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건 내 침착함을 알아보는 테스트인 걸까? 토죠 쿠로네는 교양을 갖춘 존재인만큼, 경망스러운 손님은 맞이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상가의 현물인 7삭을 버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음 차례에서 내가 2삭을 줍고, 상대방이 7삭을 버렸다. 만약 1통과 3통을 버렸다면 지금쯤 화료를 외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 전의 선택을 실수였다고 하는 것은 결국 결과론일 뿐이다. 나는 약간의 씁쓸함을 뒤로한 채 안전패를 버리며 방어했다.
[직원 A]고생하셨습니다.
대국은 결국 유국으로 끝났고, 직원들은 내게로 다가와 몸에 달려 있는 측정 기구를 제거해 주었다.
(이후 내용 동일)
[직원 A]실례했습니다. 저희들은 대국을 통해 본인과 일치하는지 테스트해 본 것 뿐입니다.
[직원 B]경매 전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당신은 본래 이렇게나 큰 돈을 쓰는 분은 아니었기에 이번 테스트를 추가하게 된 것입니다.
[player]3인전 한 판으로 본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구요?!
전에 중학교 생물 선생님이 곤충의 다리를 보고 어떤 벌레인지 판별해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차라리 지금 이 상황보다 훨씬 더 과학적으로 들린다.
[직원 A]이 측정 기기로 대국 중의 신체 변화를 측정합니다. 저희는 측정된 데이터와 평소의 마작 데이터를 비교해 본인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죠.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해한 것처럼 행동했다.
직원들의 인이어을 통해 무언가 명령이 전달되어져 온 것 같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인이어로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날 향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직원 A]테스트에 통과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따라서 내일 기도춘에서는 당신만을 위한 다과회를 제공해 드릴 예정이며, 토죠 아가씨께서 당신과 함께 다과회를 즐기실 것입니다.
[player]토죠 아가씨 라니…… 설마 토죠 쿠로네인가요?
[직원 A]맞습니다. 정말로 운이 좋으시군요.
카드를 긁고 나서도 나는 비현실적인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진짜 낙찰되다니, 쿠츠지는 정말 내 운을 보고 날 선택한 걸까?
진작에 알았으면 복권이라도 샀을 텐데!
내가 조심스럽게 낙찰된 꽃을 들고 기도춘의 입구에 도착하자, 노아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노아를 보자마자 이 기쁨과 방금 전에 겪었던 이상한 일에 대해 말해 주었다……
[player]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player]직원들이 내 몸에 측정 기구들을 달고선, 3인전으로 내가 본인인지 확인했다니까! 정말로 터무니없는 녀석들이지?!
[노아](메시지)게임에선 갑자기 없던 설정을 만들어내거나 기존 설정을 틀어서 강제로 판타지로 만들어 버리곤 하지. 우린 이걸 설정 파괴라고 불러.
[노아](메시지)게임에 파고들다 보면 설정을 비웃거나 설정을 이해하고, 혹은 설정이 되거나 설정을 뛰어넘을 수도 있어.
[player]하지만 여긴 현실 세계잖아!
[노아](메시지)현실은 종종 게임이나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판타스틱하지. 그렇지 않다면 예술이 어떻게 삶에서 비롯되고, 동인 작품이 원작을 뛰어넘을 수 있겠어?
[노아](메시지)이한시는 불가사의한 일이 정말로 많이 일어나는 곳이야. 그러니 다음에 이런 일을 겪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으려면 '효'에서 관련 정보를 구매하도록 해.
[player]정말로 그럴듯한 말이네, 뒤에 광고를 집어넣지 않았다면 아마 완전히 믿었을지도 모르겠어.
[player]참, 이게 낙찰받은 꽃이야. 토죠 쿠로네를 대표하는 바로 그 꽃.
난 낙찰받은 꽃을 노아에게 건넸고, 이어서 노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어폰 한쪽을 내게 건네 주었다.
그리고 이어폰을 꼽자 매우 건방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쿠츠지](음성 메시지)노아, 꽃은 가지고 올 필요 없어. 꽃은 PLAYER한테 줘서 놀란 가슴이나 진정시키라고 해. 그리고 PLAYER한테 초과로 사용한 돈은 노동력으로 갚아야 한다는 말도 전해.
노아는 내 어깨를 두드린 후, 꽃을 내 품안으로 밀어넣은 뒤에 붉은색 승용차에 올라탔다.
이후 승용차는 빠르게 사라졌다. 가는 김에 나도 집에 데려다 주지…… 고마워 할 줄 모르는 녀석들 같으니라구.
그렇게 내 자랑스러운 튼튼한 다리로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가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안 봐도 발신자가 노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노아](메시지)내일 데리러 갈 때까지 푹 쉬도록 해.
배가 고파진 나는 밥을 먹을 만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임무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나한테 맡기도록 하자.불어오는 가을바람 Day.4-1 (노아, 쿠츠지, 토죠 쿠로네)
더보기자정이 되자마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번갈아가며 찾아온 날이었다.
좋은 소식은, 비록 힐리의 문제가 아직 밝혀진 건 아니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날 걱정을 하진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야하는 생활과는 한동안 이별이다.
나쁜 소식은,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늘 그 전설 속 사귀인 중 한 명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하니, 피로 따위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결국 밤새 캣챗을 뒤적거리던 나는 '아사바 고등학교 수영장 파티'와 관련된 정보의 80%를 자세히 살펴봤다. 그러다가 화면을 스크롤하던 도중 실수로 어느 셀카 한 장에 좋아요를 눌러 버린 탓에 똑같이 밤을 새던 시라이시 나나 선배에게서 나머지 20%의 정보까지 들어 버릴 수 있었다.
기쁨과 슬픔은 모두 함께 나눠야하는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내가 'Soul'과 '효'를 위해 쏟은 정성이 너무 많다라고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이렇게 착하고, 정직하고, 친구를 위해 두 팔 걷고 나서는 사람으로 태어난 내 잘못이지.
밤의 시간은 항상 빠르게 흐른다. 새벽의 빛줄기가 커튼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방을 비출 때가 되어서야 내게 잠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몽롱한 잠기운 속에서 손에 힘이 빠지자, 딱딱한 휴대폰 스크린이 퍽 하고 얼굴에 떨어지고선 갑자기 무슨 버튼이 잘못 눌린 것마냥 진동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난 깜짝 놀라며 휴대폰을 집어들었지만, 다행히도 그저 문자 두 통이 와 있을 뿐이었다.
노아
[노아](메시지)내일 있을 토죠 쿠로네와의 다과회, 잊지 말라고.
[노아](메시지)26분 뒤, 스타일링하러 갈 테니까 알아 둬.
player
[player](메시지)스타일링?
내가 생각하는 그런 스타일링은 아니겠지? 갑자기 날아온 노아의 문자에 졸음기가 싹 달아났다.
[노아](메시지)적절한 옷을 고르고, 그에 걸맞게 전체적으로 꾸며 줄 거야.
[player](메시지)너무 과한 거 아니야? 그냥 다과회일 뿐이잖아. 두세 시간이면 끝나는 그런 거.
[노아](메시지)그렇게 큰돈을 꽃을 사는 데에 쏟아붓는데, 그럴듯하게 꾸미고 가지 않으면 의심받기 쉬워.
[노아](메시지)'효'의 명의로 된 의류업체가 있으니까, 너한테 빌려줄 의상 정도야 있을 거야.
[player](메시지)그렇게 말하니까 좀 긴장되는걸, 무슨 비즈니스 파티에 가는 기분이야.
[노아](메시지)하나 알려 주자면, 너희 집에 도착하기까지 21분 남았거든. 지금 일어나면 씻을 시간은 있을걸.
[player](메시지)아직 잠도 다 안 깼는데!
[노아](메시지)20분 남았어.
이제까지의 경험이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게 현명한 선택일 거라고……
노아의 시간 관리는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다. 약속한 시간에서 1분 1초도 어긋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내가 알기론 이런 게 가능한 다른 사람은 단 한명, '감정 없는 일 기계' 사이토 오사무 뿐이다.
노아는 날 만나자마자 집에서 끌어내더니, 어제 내 눈 앞에서 쏜살같이 사라졌던 그 새빨간 자동차 안에 날 집어넣었다.
목적지는 어느 심플하지만 럭셔리한 옷가게였다. 꽃이 수놓아지듯 조각된 입구 앞에서 고개를 들면, 검은 배경에 금빛 글자로 커다랗게 적힌 이름 'Chaque Jour'를 볼 수 있었다.
최근들어 여러 유명 패션 잡지에서 자주 보이던 브랜드가 '효'의 소유였다고?! 정보상과 패션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내 얼굴에 떠오른 당혹감이 너무 선명해서였는지, 노아가 먼저 내게 설명을 해 주었다.
[노아](메시지)여기가 보스랑 '효'의 이미지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지?
[노아](메시지)정보상의 미적 감각을 무시하지 말라고. 이곳의 디자인과 제품은 '효'의 멤버들이 장장 15개월, 스무 군데가 넘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수만 가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덕분에 나온 결과야.
[노아](메시지)앞으로 최소 5년간, 'Chaque Jour'는 패션을 선도하게 될 테지.
데이터를 근거로 들어가며 말하자 또 납득이 되는 것도 같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두 명의 젊은 직원이 우릴 맞이해주었다. 그녀들은 다른 말 없이 우리를 2층 구석에 있는 탈의실로 안내했고, 그곳엔 옷 세 벌이 가지런히 걸려져 있었다.
[노아](메시지)오기 전에 이미 얘기를 해 뒀어, 여기서 준비해 둔 옷이니까 하나 골라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세 옷을 앞에 둔 나는, 슬슬 앞으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걸 깨달았다……* 활동성 좋은 캐주얼한 옷을 고른다
* 화려한 색깔이 조합된 밝은색 옷을 고른다
>>>* 우아한 색감의 격식을 갖춘 정장을 고른다 >이치히메 관련 얘기
기억 속 '기도춘'은 클래식하고 우아한 곳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비교적 점잖은 색깔의 정장을 택했다.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오자, 노아가 다가와서 날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무언가를 고민하듯 귀여운 눈썹을 찌푸리길 반복했다.
그녀는 곧 휴대폰에 무언가를 타닥타닥 입력하곤 옆에 있던 점원에게 건네며 눈짓했다. 아마 무언가를 지시한 듯, 직원이 어딘가로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에는 손에 검푸른빛 리본 몇 가닥과 도구함이 들려 있었다.내 등을 톡톡 두드리곤 움직이지 말고 서 있으라는 뜻을 전한 노아는, 이어서 도구함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 옷자락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야에 닿지 않아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에 노아가 내 옷깃을 잡고 주름을 털어줄 때가 되어서야 옷자락에 리본으로 만든 검푸른빛 무늬가 추가된 걸 눈치챘다. 다소 추상적인 디자인의 연잎 무늬가 이 옷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player]대단하네! 역시 노아야.
노아는 내 칭찬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나, 가게에서 나와 차에 앉은 뒤에야 메시지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노아](메시지)어머니가 화가셨어, 그러니까 이쯤이야 나한텐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의 솜씨를 보아하니 노아는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은 것이 분명한데, 어째서 그쪽으로 가지 않고 정보상인 일에 뛰어들게 된 것인지 조금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그녀가 게임을 켜며 대화를 멈춰 버리자, 난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기도춘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예의를 갖춰 우리를 VIP 휴게실로 안내해 주었다.
[직원]직원들이 떠나자 노아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노아](메시지)그럼 가 봐, 난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player]진짜? 직원들이랑 얘기 좀 해 봐야 되는 거 아냐?
[노아](메시지)아니, 지금 여기가 게임 하기에 딱 좋아. 오늘은 카드게임 베타 테스트 오픈날이라서, 랭킹 1위 하러 가야해.
그런 건 과금을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세심한 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내고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월정액, 시즌 패스, 오픈 기념 패키지, 첫 충전 두 배 등등…… 이 모든 걸 다 사면 나쁘지 않은 효율의 과금일테니 확실히 지금은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보아하니 남들과 소통하는 일은 내가 맡을 수밖에 없겠군.
나는 곧 돌아온 직원과 함께 VIP 휴게실을 떠났다. 그리고 구불구불한 복도를 걸어나갔다. '기도춘'의 복잡한 실내 구조를 보며, 이 구불구불한 복도 자체로도 보안 방벽으로 충분하겠다는 투덜거림이 저절로 나왔다.
10분 정도 걸었을 때, 우리는 드디어 한 고풍스러운 문 앞에 다다랐다.
직원이 떠난 후 문을 열자, 우아하게 꾸며진 방이 눈에 들어왔다. 정중앙엔 대나무와 새가 그려진 병풍이 있었고, 그 뒤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는 듯했다. 창밖에서부터 들어온 햇살이 비춰 주는 그림자의 실루엣은 여성의 것이었으니, 아마 저 사람이 바로 토죠 쿠로네이리라.
[토죠 쿠로네]처음 뵙겠사와요. 저는 '기도춘'의 주인, 토죠 쿠로네라고 한답니다.
[토죠 쿠로네]다과와 접객 준비는 모두 되어 있답니다, 부디 나리께서 만족하실 수 있다면 영광이겠어요.
병풍 뒤에서 흘러나오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에는 부드러운 사투리의 억양이 섞여 있었다. 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을 때의 아름다움을 상상하자 몸에 전율이 감돌았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저 하늘의 별처럼 닿지 못할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player]안녕하세요, PLAYER 입니다.
병풍 앞에 놓여진 찻상 위에는 정성껏 준비된 간식과 차가 놓여 있었는데, 방금 말한 차와 접객 준비가 이것인 모양이다. 찻상 옆의 방석에 앉은 나는 속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긴장감을 눈치챈 듯, 병풍 뒤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토죠 쿠로네는 먼저 가벼운 이야깃거리를 꺼내며 굳은 분위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토죠 쿠로네]요즘 들리는 소문이 하나 있더군요, 다른 사귀인 분들 곁에 마작을 아주 잘하시는 귀빈분 하나가 자주 보인다고. 그게 아마 나리셨던 것이겠지요.
[player]귀빈이랄 것까지야 없지만, 키타하라 릴리와 사이온지 카즈하 쪽에서 마작을 둬 본 적은 있네요.
[토죠 쿠로네]겸손하기도 하셔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부디 저의 '동풍'마작장에도 한번 들러 마작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토죠 쿠로네]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각자만의 방법으로 마작을 즐기고 있답니다. 따라서 마작장도 각기 스타일이 다르지요. 그러니 나리께서도 시간이 흐른 뒤엔 본인에게 더욱 적합한 스타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player]그렇군요, 그럼 토죠 씨의 스타일은 어떤가요?
[토죠 쿠로네]후훗, 그런 걸 물어보시다니 나리께서도 참. 저희 모두 언젠간 작탁 앞에서 마주하게 될 일이 있을 텐데, 그 전에 본인의 스타일을 누출하는 건 위험한 일이랍니다? 마작에선 심리전 또한 중요하니까요.
[토죠 쿠로네]하지만, 만약 함께 대국을 할 수 있다면 나리께서 마작을 통해 또 다른 저를 이해하게 될 날이 기다려지기도 하와요.
토죠 쿠로네의 부드러운 태도 덕분에 나도 긴장을 좀 풀 수 있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사물들도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제서야 내 손에 들린 찻잔도 조금 특이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바닥 부분엔 무언가 올록볼록한 촉감이 있었는데, 궁금해서 차를 다 마신 뒤에 뒤집어서 확인해 보자 아래에 낯익은 '御(어)'자가 각인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처음 '효'에서 마작을 둘 때 벽에 걸려 있던 여덟 여인의 그림에서도 똑같은 걸 본 기억이 떠올랐다.
[토죠 쿠로네]혹시, 다과가 입에 맞지 않으신지요?
[player]아, 아뇨. 그냥 갑자기 생각난 문제가 있어서요.
[토죠 쿠로네]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문제라면, 얼마든지 말씀하시어요.
토죠 쿠로네의 말을 듣자 잊고 있던 것이 하나 떠올랐다. 난 여기에 그냥 맛난 거나 먹으러 온 게 아니라, 임무가 있어서 왔다는 사실이었다. 그럼…… 일단 혼천 신사의 마작 대회부터 시작해 볼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해 온 탓에, 나 또한 꽤나 관심이 생긴 대회였다.
[player]토죠 씨. 혹시 괜찮다면, 혼천 신사의 다음 마작 대회가 언제 개최될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토죠 쿠로네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잠시 고민하더니 되물었다.
[토죠 쿠로네]나리께선 혼천 신사의 무녀님을 어떠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계신지요?
혼천 신사의 무녀님? 아마 이치히메를 얘기하는 것 같다. 걔가 평소에 어떻게 지냈더라……* 열정적이고 용감한 데다가 마음씨도 착했지
>>>* 하는 건 없지만 식성은 대단했지
……그야말로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 태평한 데다가, 뱃속에는 블랙홀이라도 들어찬 모양이었지.
하지만 이래 봬도, 멍지로와 카구야히메의 방해 속에서도 혼천 신사를 똑부러지게 관리하고 있는 녀석이다.
[player]이치히메는 혼천 신사의 무녀로서 꽤나 타고난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냥…… 조금 많이 먹을 뿐이지.
말을 마치자, 병풍 뒤에서 청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하는 건 없지만 식성은 대단했지
>>>* 열정적이고 용감한 데다가 마음씨도 착했지
평소엔 기가 차면서도 재밌는 짓을 많이 저지르긴 하지만, 그건 모두 이치히메에게 의욕과 용기가 가득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치히메는 분명 고양잇과일 텐데 왜 성격은 개랑 비슷하지?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player]이치히메는 착하고 마음씨가 따스한, 모두가 좋아하는 무녀입니다.
말을 마치자, 병풍 뒤에서 청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이후 내용 동일)
[토죠 쿠로네]소문대로 역시 나리께선 무녀님과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시네요.
[토죠 쿠로네]지금의 무녀님께선 확실히 그런 모습이긴 하지만, 전 아직 어렴풋이 기억한답니다, 그때 대회에 참가한 무녀님의…… 보다 차가웠던 모습을.
[player]차가운 이치히메라고요? ……어떤 모습일지 좀 궁금해지네요.
[토죠 쿠로네]후훗, 저는 믿고 있답니다. 나리와 무녀님의 관계를 감안하자면, 언젠간 알게 될 것이라고요.
[토죠 쿠로네]나리께서 무녀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실 그때에 마작 대회가 시작하는 시간 또한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 거랍니다.
이치히메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해선 상상이 잘 안된다. 이치히메는 대회가 시작하면 엄숙하고 진지해지기라도 한다는 건가?
나는 안경을 쓴 이치히메가 교편을 잡고 마작장을 오가면서, 사람들의 마작 실력을 매섭게 지적하고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역시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토죠 쿠로네]하지만 이 또한 확실한 건 아니니, 나리께선 부디 그냥 재미난 이야기 정도로 흘려 들으시길.
[player]무슨 뜻이죠?
[토죠 쿠로네]저 뿐만 아니라, 대회에 참가했던 모두가 당시의 일에 대해선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저 또한 그런 어렴풋한 인상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이니까요.
[토죠 쿠로네]강산도 변할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선, 가끔 이게 과연 사실이었는지, 아니면 제 착각일 뿐이었는 헷갈리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토죠 쿠로네는, 마치 추억 속에 잠긴듯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나 흐른 뒤에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토죠 쿠로네]만약 어느 한 사람의 성격이 갑작스레 크게 변한다면, 나리께선 이를 어떻게 바라보실지요?>>> * 아무래도 어색하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과 지내는 편이 좋다
* 그럴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선 모두가 가면을 쓰고 지내니 말이다
최근 뉴스에서 비슷한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평소 친근한 이웃이 뒤에서 작은 동물을 학대하고 있다거나, 겉으로는 친근하고 친한 동료가 매일 뒤에서 상사에게 밀고하고 있다거나 ...... 아, 이상 생각하는건 그만두자. 이런 부정적인 뉴스는 사람들을 쉽게 공포에 떨게 한다.
[player]저는 ...... 역시 겉과 속이 같은 사람과 지내는 편이 좋아요.
[토죠 쿠로네]그렇 ...... 확실히 속내가 없는 사람은 안심할 수 있어서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요.그 뒤로도 난 토죠 쿠로네와 함께 계속해서 마작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그녀가 마작에 대해 품은 깊은 식견에 감탄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과회를 마무리 지을 시간이 다가왔다. 내가 눈치챘을 땐, 직원들은 이미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토죠 쿠로네는 상대방의 의중을 헤아리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관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아마 이게 바로 그녀의 매력이자, 모두가 이 다과회에 오고 싶어하는 원인이겠거니 하는 생각도 든다.(이후내용 동일)
* 아무래도 어색하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과 지내는 편이 좋다
>>> * 그럴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선 모두가 가면을 쓰고 지내니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비교적 자주 있는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어 평소엔 명랑하고 쾌활하던 친구가 갑자기 무너지자, 그제서야 그 친구가 실은 꽤나 큰 짐을 지고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되거나, 사람들과 모난 구석 없이 잘 어울리던 동기가 갑작스레 이직을 하고서야, 사실은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 주고 있었을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거나……
[player]사람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고들 하죠. 사람들은 그저 일, 학교, 혹은 일상 생활에서의 여러 사교 행위를 위해 부득이하게 너무 많은 가면을 썼을 뿐이에요.
[player]그래서 가끔은 상대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걸 들춰보려고 들진 않죠, 왜냐하면 모두에겐 각자의 고충이 있을 테니까요.
[player]게다가, 스스로의 가장 진실된 모습을 보여 준다는 건 즉 상대를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안 그런가요?
[토죠 쿠로네]나리께선 제가 상상하던 것보다 더욱 너그러우시군요. 어쩐지 함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참으로 편안하게 느껴진다 싶었사와요, 이는 필히 나리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요.
그 뒤로도 난 토죠 쿠로네와 함께 계속해서 마작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그녀가 마작에 대해 품은 깊은 식견에 감탄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과회를 마무리 지을 시간이 다가왔다. 내가 눈치챘을 땐, 직원들은 이미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토죠 쿠로네는 상대방의 의중을 헤아리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관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아마 이게 바로 그녀의 매력이자, 모두가 이 다과회에 오고 싶어하는 원인이겠거니 하는 생각도 든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떠날 준비를 하는데, 토죠 쿠로네가 갑작스레 내 옷에 대해 질문했다.
[토죠 쿠로네]나리께서 오늘 착용하신 의상은, 옷자락 무늬가 참으로 기발하네요. 혹시 어느 장인분께서 수놓은 무늬인지 여쭈어도 괜찮을지요?
효'의 핵심 멤버라는 노아의 신분을 과연 그대로 소개해도 좋을지 고민한 나는, 결국 'Chaque Jour'의 주소를 그녀에게 알려 주기로 했다.
[토죠 쿠로네]감사드립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 가게라면 저 또한 꼭 방문해 보고 싶네요.
기도춘을 떠날 때, 노아는 이미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차를 타고 'Chaque Jour'에서 옷을 갈아입은 다음 오늘 보고 들은 것들을 노아에게 얘기해 주려던 찰나, 노아가 내가 입었던 옷의 어깨 부근에서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노아](메시지)마이크로 카메라야, 이게 다 기록했으니까 따로 보고할 필요는 없어.
난 그걸 언제 몸에다가 달아놓은 건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토죠 쿠로네를 만나러 가기 전에 내 어깨를 두드린 위치가 딱 저곳이었다는 게 떠올랐다.
이어서 뭐라 말을 하려고 입을 달싹거리다가 포기하기를 수차례, 하지만 슬슬 '효'의 작업 스타일에 익숙해진 난 그냥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마냥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쿠츠지에게 따로 보고를 할 수고는 덜었으니까.
난 집에 돌아온 뒤, 잔뜩 쌓여 있던 마작 초대들을 거절하고선 침대에 바로 드러누웠다. 임무를 완수해서 그런가, 마음 속에 얹혀 있던 커다란 돌도 드디어 사라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 쿠츠지에게서 연락이 한 통 왔다.
[쿠츠지](메시지)오늘 형씨의 활약, 아주 좋았어. 며칠 뒤에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데리러 가지.
솔직히 말해, 저 인간이 대체 여기서 어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 전설 속의 사귀인에 관해선 알아갈수록 더욱 많은 수수께끼들이 나올 뿐이었는데, 게다가 그 수수께끼들끼리 서로 상충되고 합쳐지다가 또다시 새로운 수수께끼가 만들어지는 꼴이었다.
어쩌면 언젠간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서서히 잠에 들었다.~불어오는 가을바람 4-1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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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 색감의 격식을 갖춘 정장을 고른다
* 활동성 좋은 캐주얼한 옷을 고른다
>>>* 화려한 색깔이 조합된 밝은색 옷을 고른다 >토죠 쿠로네 관련 얘기
이 밝은 색의 옷이 가장 시선을 잡아두기 좋을 것 같다. 보는 순간 눈앞이 화사해지는 기분이다.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오자, 노아가 다가와서 날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무언가를 고민하듯 귀여운 눈썹을 찌푸리길 반복했다.
그녀는 곧 휴대폰에 무언가를 톡톡 입력하곤 옆에 있던 점원에게 건네며 눈짓했다. 아마 무언가를 지시한 듯, 직원이 어딘가로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에는 손에 반투명한 실크 몇 점과 도구함이 들려 있었다.
내 등을 톡톡 두드리곤 움직이지 말고 서 있으라는 뜻을 전한 노아는, 이어서 도구함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 옷자락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야에 닿지 않아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에 노아가 내 옷깃을 잡고 주름을 털어줄 때가 되어서야 옷자락에 리본으로 만든 검푸른빛 무늬가 추가된 걸 눈치챘다. 다소 추상적인 디자인의 연잎 무늬가 이 옷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노아](메시지)애초에 기도춘은 끊임없이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니까, 너무 화려하게 입는 것도 좋지 않아.
[노아](메시지)게다가 만나는 게 토죠 쿠로네라면, 조금 더 진중하게 입는 편이 좋겠지. 그래서 내가 조금 고쳐봤어.
[player]대단하네! 역시 노아야.
노아는 내 칭찬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나, 가게에서 나와 차에 앉은 뒤에야 메시지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노아](메시지)어머니가 화가셨어, 그러니까 이쯤이야 나한텐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의 솜씨를 보아하니 노아는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은 것이 분명한데, 어째서 그쪽으로 가지 않고 정보상인 일에 뛰어들게 된 것인지 조금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그녀가 게임을 켜며 대화를 멈춰 버리자, 난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기도춘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예의를 갖춰 우리를 VIP 휴게실로 안내해 주었다.
[직원]지금은 준비 중이오니, 두 손님분께선 잠시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직원]또한 이번 다과회는 단 한 분만이 참가하실 수 있사오니, 두 분께선 그동안 이에 관해 논의하셔도 좋습니다.
[직원]직원들이 떠나자 노아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노아](메시지)그럼 가 봐, 난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player]진짜? 직원들이랑 얘기 좀 해 봐야 되는 거 아냐?
[노아](메시지)아니, 지금 여기가 게임 하기에 딱 좋아. 오늘은 카드게임 베타 테스트 오픈날이라서, 랭킹 1위 하러 가야해.
그런 건 과금을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세심한 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내고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월정액, 시즌 패스, 오픈 기념 패키지, 첫 충전 두 배 등등…… 이 모든 걸 다 사면 나쁘지 않은 효율의 과금일테니 확실히 지금은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보아하니 남들과 소통하는 일은 내가 맡을 수밖에 없겠군.
나는 곧 돌아온 직원과 함께 VIP 휴게실을 떠났다. 어제 경매를 진행했던 홀을 거쳐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정원이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기도춘은 참으로 큰 곳이란 사실이었다. 거대한 인공 호수를 끼고 있는 정원을 바라보자, 슬슬 입장 티켓의 가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호수 가운데에 위치한 정자에 도착하자, 정중앙의 대나무와 새가 그려진 병풍 뒤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언뜻 비치는 실루엣을 보니, 저 사람이 바로 토죠 쿠로네일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직원은 내가 도착했다고 알린 뒤 그대로 자리를 떠나 버렸고, 홀로 남은 나는 순간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막막해졌다.
병풍 뒤에서는 내 난처함을 눈치챈 듯,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먼저 말을 걸어왔다.
[토죠 쿠로네]오늘 나리께서 생화처럼 아름다운 옷을 입고 왔다고 전해 들은지라, 꽃구경을 하고 싶어진 바람에 멋대로 다과회의 장소를 이 정자로 정했사와요, 부디 개의치 마시길.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라는 말을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목소리. 부드러운 사투리의 억양이 섞여 있는 그녀의 말에는 도무지 거절을 할 수 없게끔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 또한 들어서, 마치 저 하늘의 별처럼 닿지 못할 거리감이 은연중에 느껴졌다.
[player]괜찮습니다, 오히려 경치가 참 아름다워서 보기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토죠 쿠로네]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어요. 이쪽에 나리를 위해 준비해둔 다과가 있으니, 이 또한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병풍 정면에 놓여진 돌로 된 찻상 위에는 정성스레 준비된 간식과 차가 놓여 있었다. 아마 방금 말한 다과가 저것이겠지. 이어서 찻상 앞의 의자에 앉은 나는, 속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토죠 쿠로네]이미 저에 대해선 들으셨겠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나리께 소개를 드리는 편이 도리에 맞겠지요. 저는 '기도춘'의 주인, 토죠 쿠로네라고 한답니다. 오늘 나리께 다과를 대접해 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어요.
[player]PLAYER 입니다, 토죠 씨와 다과회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토죠 쿠로네]후훗, 나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오늘의 다과회도 마찬가지로 즐거우리라는 예감이 들어요.
[토죠 쿠로네]기도춘의 정원은, 나리께선 아마도 처음 와 보시겠지요.
[player]그렇네요.
[토죠 쿠로네]이 호수의 연꽃들은 모두 기도춘에서 직접 개량한 품종이랍니다. 대략 스무 종 가량이 있지만, 아쉽게도 꽃 피는 시기가 각각 다른지라 몇몇은 이미 시들었네요.
그녀의 말을 따라 호수를 바라보자, 확실히 이미 연밥이 달린 연잎들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는 마침 알맞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내었는데, 호수에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이 맑은 향기를 실어오자 마음마저도 부드럽게 잔잔해지는 기분이었다.
시선이 호수 가운데의 석가산에 닿았을 때, 순간 낯익은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御(어)' 자, 처음 '효'의 마작장에서 마작을 둘 때 벽에 걸려 있던 여덟 여인의 그림에서도 똑같은 문양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토죠 쿠로네]혹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제가 같이 알아도 괜찮을지요?
토죠 쿠로네의 말을 듣자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단순히 경치 구경이나 하러 온 게 아니라, 임무가 있어서 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 질문을 듣자 정말로 무언가가 떠오르긴 했다.
저번에 새턴과 수다를 떨 때 그가 이런 얘기를 했었다. 보통 마작 대회의 우승자는 단 한 명으로 정해질 텐데, 왜 저번 대회에선 막상막하의 실력을 지닌 사귀인이 나타났던 걸까? 이런 문제라면 아마 당사자에게 묻는 편이 가장 좋겠지.
잠시 속으로 말을 고른 뒤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잠깐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토죠 쿠로네]사실 대회에 관한 것들은…… 기억이 상당히 모호한지라, 대략적인 인상으로밖에 남아 있지 않사와요.
[토죠 쿠로네]하지만, 그래도 나리의 질문에 대해선 어느 정도 대답이 가능할 것 같네요. 당시 대회의 규칙에 따라, 저와 다른 분들은 네 번의 반장전을 치른 뒤 각자 한 번씩 승리했었지요.
[토죠 쿠로네]하지만 마지막에 결산을 해 보아도 결국 넷 모두가 원점인 탓에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으니, 우승자 또한 없었답니다.
[토죠 쿠로네]주최 측에선 저와 다른 분들의 실력을 감안하여, 우승자는 없더라도 따로 사귀인이라는 칭호를 마련해 주었지요. 또한 저희는 '동풍', '남풍', '서풍'과 '북풍' 네 마작장을 계승할 권리를 얻게 되었구요.
여기까지 말한 그녀는 살포시 웃더니,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로 살짝 원망하듯 말했다.
[토죠 쿠로네]'동풍' 마작장을 계승하게 되었을 때, 전 그곳이 그렇게나 낡고 버려진 곳일 줄은 상상도 못했답니다.
[토죠 쿠로네]그곳을 지금처럼 부흥시키고 제자들을 거두기까지, 얼마나 큰 수고가 들었는지 참.* 마작장에 대해 묻는다
>>>* 제자에 대해 묻는다
마작장에 자신의 제자가 있다, 라는 말이 내 흥미를 끌었다. 평소 가는 마작장에선 마작을 두기만 했고, 어쩌다 키타하라 릴리와 사이온지 카즈하의 초대를 받아 '북풍'과 '서풍' 마작장에 갔을 때도 사람을 모아 마작을 뒀을 뿐이지 가르침을 주고 받는 건 생각조차 못했다.
[player]제자라는 건 무슨 말씀인가요? 마작을 가르친다는 말씀이신가요?
[토죠 쿠로네]네, 이한시의 마작장 중에선 오로지 '동풍', '남풍', '서풍', 그리고 '북풍'. 이 '사풍 도관'만이 누군가로부터 사사받을 자격이 있지요.
[토죠 쿠로네]이 네 마작장들은 사실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답니다. 어쩌면 나리께선 마작에 집중하시느라 발견하지 못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반 손님분들께선, 정문을 통해 홀에 들어간 뒤에 바로 응대를 맡은 직원들의 안내 하에 마작을 치러 가시니까요.
[토죠 쿠로네]도관의 제자들은 일반인에게는 통행이 금지된 측문을 통해서 곧바로 학습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답니다. 각 도관마다 학습 공간이 다른데, '동풍' 마작장의 경우는 전통적인 목조 건물 양식으로 총 3층으로 되어있지요.
[토죠 쿠로네]'동풍'의 1층은 평범한 마작장이지만, 2층은 제자들이 배움을 받는 곳이며 저도 가끔 그곳으로 가서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준답니다.
[토죠 쿠로네]3층에 관해선…… 우선은 비밀로 해 두겠사와요. 다음에 나리께서 '동풍' 마작장에 걸음을 하게 되시면, 그때 제가 다시 소개해 드리지요.
[player]그렇다면, 언제 기회가 된다면 꼭 가 봐야 하겠네요.
[player]네 마작장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어떻게 다른가요?
[토죠 쿠로네]기술적인 부분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신념적인 측면에서 다르다고 표현하는 편이 좋겠네요.
[토죠 쿠로네]'동풍' 마작장에선 마작은 그저 즐기는 과정이니, 결과를 너무 중시하지 않아도 좋다는 식으로 설명한답니다. 음…… 제자분들의 말로는 비교적 초연하게 마작을 즐긴다고 표현하더라구요.
[토죠 쿠로네]'남풍' 마작장에선 마작을 비즈니스 수단이라고 표현하지요, 마작 한 판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고 하더군요.
[토죠 쿠로네]'서풍' 마작장에선 마작 대국을 통해 스스로의 실력을 더욱 갈고 닦아야 한다고 말해요, 그래서 다른 세 마작장에 시합 요청을 자주 보내곤 하지요. 바로 며칠 전에도 그쪽과 마작 시합을 했던 걸요.
[토죠 쿠로네]'북풍' 마작장에선, 마작이란 욕망의 체현이라고 한답니다. 대국의 목적은 오로지 승리 뿐이라고 주장하죠.
[토죠 쿠로네]이렇듯 마작에 대한 신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네 마작장의 제자분들 또한 서로 다르답니다. 하지만 모두가 스스로의 신념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 이 하나는 서로 같사와요.
[토죠 쿠로네]만약 나리께서도 원하신다면, 내면의 소리를 따라 저희 중 한 곳의 마작장을 선택하셔도 좋겠지요. 나리라면, 분명 찾기 힘든 수준의 큰 전력이 되리라 믿어요.
그 뒤로도 난 토죠 쿠로네와 함께 계속해서 마작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그녀가 마작에 대해 품은 깊은 식견에 감탄했다.* 제자에 대해 묻는다
>>>* 마작장에 대해 묻는다
토죠 쿠로네가 '사풍 도관'을 언급하자, 후지 씨가 얘기했던 이한시의 '칠대 미스터리 마작장'이 생각났다. 어쩌면 이게 어떠한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
[player]후지 씨가 말씀하시길, 이한시에는 칠대 미스터리 마작장이 있다더군요. 진짜인가요?
[토죠 쿠로네]전설의 칠대 마작장이 있기는 있답니다. 어째서 '미스터리 마작장'으로 이름이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후훗.
[토죠 쿠로네]칠대 마작장은 각각 마작의 '사희'패와 '삼원'패에 대응되지요. 동(東), 서(西), 남(南), 북(北), 그리고 백(白), 발(發), 중(中).
[player]설마 사희가 바로 '동풍', '서풍', '남풍', 그리고 '북풍', 이 네 사풍 도관이라는 말씀이신가요?
[토죠 쿠로네]후훗, 그렇답니다.
[player]그럼 삼원패는 또 어떤 마작장에 대응되나요?
[토죠 쿠로네]괜찮으시다면, 혹시 후지 님께서 계신 마작장의 이름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지요?
[player]복수쌍전관이요?
[토죠 쿠로네]후훗, 복수쌍전이란 즉 행운(福)과 녹봉(祿)을 둘 다 얻었다는 뜻이니 운수가 피었다(發)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미스터리 마작장'이란 이름에 관해선 어쩌면 후지 님 본인부터가 그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답니다.
[토죠 쿠로네]제가 '동풍' 마작장의 주인이 되기 이전부터, 후지 님께선 이미 '복수쌍전관'의 주인이셨죠. 아무도 그분이 어떻게 그 마작장을 계승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답니다, 어쩌면 후지 님 본인께서 직접 마작장을 창설하셨을 수도 있겠지요.
후지 씨의 나이에 관한 소문을 떠올리자,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이에 관해선 본인한테서 직접 들어 볼 수도 없으니 그저 추측일 뿐이다.
[player]다른 두 마작장은요?
[토죠 쿠로네]'중'에 해당하는 마작장은 바로 혼천 신사 근처에 있지요, 혼천 신사가 마작 대회를 주최할 때 사용하는 장소랍니다. 그저 대회를 주최할 때만 개방하는데 대회가 딱히 정기적으로 열리지는 않으니, 신주께서 마음이 동하기를 바라야만 하겠지요.
[player]저희의 신주님은 꽤나 제멋대로인 것 같네요.
[토죠 쿠로네]후훗, 그렇지요.
[토죠 쿠로네]다만, 마지막으로 '백'의 마작장은 저 또한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답니다. 그저 버려진 지 오래되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어요.
[player]어째서 버려졌죠?
[토죠 쿠로네]버려진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죠. 모두가 그저 존재만 들어 봤다고 하니, 백의 마작장이야 말로 진정한 '전설의 마작장'이 아닐까 싶어요.
[player]아무도 찾지 못했나요?
[토죠 쿠로네]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전설의 무언가이니 어쩌면 누군가가 찾으려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소문만 존재할 뿐 별다른 단서가 없는 것을 정말로 찾아 낼 수 있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겠지요.
그 뒤로도 난 토죠 쿠로네와 함께 계속해서 마작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그녀가 마작에 대해 품은 깊은 식견에 감탄했다.(이후 내용 동일)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과회를 마무리 지을 시간이 다가왔다. 내가 눈치챘을 땐, 직원들은 이미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토죠 쿠로네는 상대방의 의중을 헤아리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관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아마 이게 바로 그녀의 매력이자, 모두가 이 다과회에 오고 싶어하는 원인이겠거니 하는 생각도 든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떠날 준비를 하는데, 토죠 쿠로네가 갑작스레 내 옷에 대해 질문했다.
[토죠 쿠로네]그나저나 나리께서 입으신 의상의 비단 장식이 상당히 참신한데…… 시중에서 판매하는 물건 같지는 않고, 아마 어느 장인분께서 직접 만드신 물건이겠지요.
[토죠 쿠로네]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느 장인분의 솜씨인지 여쭤 보아도 괜찮을지요?
[player]그런 것도 알 수 있나요?
[토죠 쿠로네]후후, 부끄럽네요. 기도춘에 자주 오는 손님분 중에서는 신분이 존귀하신 분들도 여럿 있어서, 웬만한 사치품들에 관해선 꽤나 익숙하답니다. 그런데, 오늘 본 디자인은 제가 아는 그 어느 브랜드 것과도 다르더군요.
[player]'Chaque Jour'라는 이름의 가게입니다, 요즘 이한시에서 유명하다고 들었어요.
[토죠 쿠로네]감사드립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 가게라면 저 또한 꼭 방문해 보고 싶네요.
기도춘을 떠날 때, 노아는 이미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차를 타고 'Chaque Jour'에서 옷을 갈아입은 다음 오늘 보고 들은 것들을 노아에게 얘기해 주려던 찰나, 노아가 내가 입었던 옷의 어깨 부근에서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노아](메시지)마이크로 카메라야, 이게 다 기록했으니까 따로 보고할 필요는 없어.
난 그걸 언제 몸에다가 달아놓은 건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토죠 쿠로네를 만나러 가기 전에 내 어깨를 두드린 위치가 딱 저곳이었다는 게 떠올랐다.
이어서 뭐라 말을 하려고 입을 달싹거리다가 포기하기를 수차례, 하지만 슬슬 '효'의 작업 스타일에 익숙해진 난 그냥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마냥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쿠츠지에게 따로 보고를 할 수고는 덜었으니까.
난 집에 돌아온 뒤, 잔뜩 쌓여 있던 마작 초대들을 거절하고선 침대에 바로 드러누웠다. 임무를 완수해서 그런가, 마음 속에 얹혀 있던 커다란 돌도 드디어 사라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 쿠츠지에게서 연락이 한 통 왔다.
[쿠츠지](메시지)오늘 형씨의 활약, 아주 좋았어. 며칠 뒤에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데리러 가지.
솔직히 말해, 저 인간이 대체 여기서 어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 전설 속의 사귀인에 관해선 알아갈수록 더욱 많은 수수께끼들이 나올 뿐이었는데, 게다가 그 수수께끼들끼리 서로 상충되고 합쳐지다가 또다시 새로운 수수께끼가 만들어지는 꼴이었다.
어쩌면 언젠간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서서히 잠에 들었다.~불어오는 가을바람 4-1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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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 색감의 격식을 갖춘 정장을 고른다
* 화려한 색깔이 조합된 밝은색 옷을 고른다
>>>* 활동성 좋은 캐주얼한 옷을 고른다 >추가 이벤트 있음
옷은 물론 입기에 편해야 한다. 게다가 이 옷은 캐주얼하면서도 굉장히 트렌디했다. 프린팅이 아닌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를 놓은 옷이었다. 세밀한 바느질 흔적을 미루어보아 단순히 재봉틀을 쓴 것이 아닌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물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의 팔뚝과 가슴팍에 얇은 천이 있는데, 그곳을 통해 안쪽 티셔츠의 가슴팍과 소맷자락에 위치한 'Chaque Jour'의 로고를 볼 수 있었다.
[player]이거 꽤 괜찮아 보이는데.
노아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날 흘겨보더니, 귀여운 눈썹을 찌푸리고선 내게 문자를 보냈다.
[노아](메시지)진짜 이걸 입으려고? 안 더워?* 역시 우아한 색감의 정장을 고르는 편이 낫겠지 (= * 우아한 색감의 격식을 갖춘 정장을 고른다) >이치히메 관련 얘기
* 역시 화려한 색깔의 패셔너블한 옷을 고르는 편이 낫겠지 (= * 화려한 색깔이 조합된 밝은색 옷을 고른다) >토죠 쿠로네 관련 얘기
>>>* 이게 마음에 든다, 더우면 겉옷을 벗으면 되겠지
부드러운 옷감에 통기성도 좋다, 속에 받쳐 입는 티셔츠도 그것만 입어도 될 정도로 괜찮았고.
[player]결정했어, 그래도 이거 입을래. 움직이기 편할 것 같아.
[노아](메시지)알아서 해, 오늘 날씨가 그나마 선선한 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후, 우리는 차를 타고 기도춘으로 향했다.
기도춘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예의를 갖춰 우리를 VIP 휴게실로 안내해 주었다.
[직원]지금은 준비 중이오니, 두 손님분께선 잠시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직원]또한 이번 다과회는 단 한 분만이 참가하실 수 있사오니, 두 분께선 그동안 이에 관해 논의하셔도 좋습니다.
[직원]직원들이 떠나자 노아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노아](메시지)그럼 가 봐, 난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player]진짜? 직원들이랑 얘기 좀 해 봐야 되는 거 아냐?
[노아](메시지)아니, 지금 여기가 게임 하기에 딱 좋아. 오늘은 카드게임 베타 테스트 오픈날이라서, 랭킹 1위 하러 가야해.
그런 건 과금을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세심한 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내고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월정액, 시즌 패스, 오픈 기념 패키지, 첫 충전 두 배 등등…… 이 모든 걸 다 사면 나쁘지 않은 효율의 과금일테니 확실히 지금은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보아하니 남들과 소통하는 일은 내가 맡을 수밖에 없겠군.
나는 곧 돌아온 직원과 함께 VIP 휴게실을 떠났다. 어제 경매를 진행했던 홀을 거쳐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정원이었다.
직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나는 직원을 따라 VIP 휴게실을 떠나, 어제 경매가 열렸던 홀을 가로질러 연꽃이 가득 핀 인공 호수를 지난 끝에 호숫가에 있는 삼층 건물의 꼭대기에 다다랐다.
[직원]토죠 쿠로네 님은 바로 안에 계십니다. 저는 이만 가 보겠으니, 부디 즐거운 다과회 되시길 바랍니다.
직원이 떠나고, 난 먼저 문 앞에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둥그런 입구에는 별도의 문이 없어서 안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 창가 앞에는 대나무와 새가 그려진 병풍이 있었고, 그 뒤에는 아마도 여성으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언뜻 비쳐졌다. 아마 저 사람이 바로 토죠 쿠로네일 것이라 예상되었다.
내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병풍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토죠 쿠로네]처음 뵙겠사와요. 저는 '기도춘'의 주인, 토죠 쿠로네라고 한답니다.
[player]안녕하세요, PLAYER 입니다.
[토죠 쿠로네]이곳은 기도춘에서 가장 높은 곳이지요, 덕분에 호수의 경치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답니다.
[토죠 쿠로네]또한 지형 덕분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지요. 지금 같은 계절에선 보기 드문 선선한 장소이니, 부디 나리께서도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하셨으면 좋겠사와요.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라는 말을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부드러운 사투리 억양이 섞여 있는 토죠 쿠로네의 목소리엔 도무지 거절을 할 수 없게끔 만드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 또한 들어서, 마치 저 하늘의 별처럼 닿지 못할 거리감이 은연중에 느껴졌다.
[player]괜찮습니다, 오히려 경치가 참 아름다워서 보기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토죠 쿠로네]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어요. 이쪽에 나리를 위해 준비해둔 다과가 있으니, 이 또한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병풍 정면에 놓여진 둥그런 나무 테이블 위에는 정성스레 준비된 간식과 차가 놓여져 있었다, 아마 방금 말한 다과가 이것인것 같다. 테이블 앞의 의자에 앉은 나는, 속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병풍 뒤에서 하얀 털뭉치가 가벼운 울음소리와 함께 눈앞의 테이블 위로 뛰어들더니 분홍색 혓바닥을 내밀곤 찻잔 속의 차를 핥아 마시는 게 아닌가.
그 털뭉치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볼 때가 되어서야, 나는 저 자그마한 게 실은 눈처럼 하얀 여우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바깥의 날씨를 보고, 다시 눈앞의 생물을 본 나는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털갈이를 하고도 남았을 계절일 텐데, 털이 이토록…… 하얗고 복실복실할 수가. 마법이 아니라면 분명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겠지. 물론 이한시의 어떤 동물들은 털갈이를 하지 않는다, 라는 가능성 또한 없지는 않겠지만.
토죠 쿠로네는 내게 사과를 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여우의 이름을 불렀다. 덕분에 나도 이 귀여운 생물의 이름이 '모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근히 어울리는 이름이다.
하지만 모찌는 나름의 고집이 있는지, 눈앞의 과자 하나를 물고선 그대로 창가를 통해 도망쳐 버렸다.
[토죠 쿠로네]그…… 죄송합니다. 혹시, 다른 일을 먼저 처리해도 괜찮을지요?
[player]무슨 일인가요?
[토죠 쿠로네]모찌는 아직 젖을 뗀 지 얼마 안 된 아이인지라 데리고 나올 심산은 아니었습니다만, 오늘은 하루종일 제게 달라붙길래 어쩔 수 없이……
[토죠 쿠로네]이렇게 혼자 도망쳐 버렸으니, 빨리 찾아내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어요. 기도춘에는 손님분들도 많은 데다가, 별관에는 경비용 사냥개도 있어서 위험하기에.
토죠 쿠로네의 말에선 조급함이 잔뜩 느껴졌다. 그렇게 말을 하고선 연신 내게 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 괜히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미덕이다, 직원이 처리하길 기다린다
*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이야말로 나의 미덕이다, 여우를 찾는 걸 돕는다
나는 '기도춘'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혹시라도 여우를 찾지 못하고 도망치면 오히려 민폐를 끼칠 것 같았다.
내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 남자들이 달려왔다. 먼저 '모찌'에게 밟힌 화과자와 차를 새 것으로 바꾸고, 토죠의 지시를 듣고 그 자리를 떠났다.
[토죠 쿠로네]정말 죄송해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모찌는는 그 사람들에게 찾아보라고 말해 두었습니다.
[토죠 쿠로네]아, 나리는 안심하고 차를 즐겨주셔도 괜찮습니다. ...... 아, 아까 그 과자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든 '백화과자'였어요. '기도춘' 특제 과자로 소중한 손님을 초대할 때만 준비해두는거랍니다.
[토죠 쿠로네]이번에는 특별히 나리에게 맛보게 하고 싶었는데, 그 아이가 망가뜨릴 줄은 몰랐어요.
조금 아쉬웠지만, 병풍 너머에서 진심으로 사과하는 여성을 탓할 수는 없었다. 이런 건 마작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운의 요소가 있는 법이다.
(이하내용 동일)* 괜히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미덕이다, 직원이 처리하길 기다린다
>>>*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이야말로 나의 미덕이다, 여우를 찾는 걸 돕는다
역시 지금 의상을 입고 나온 게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모찌의 그 짤막한 다리로는 아직 멀리 못 갔을 테니, 여기에 앉아서 기다리느니 차라리 내려가서 토죠 쿠로네를 돕는 편이 더 나아보였다.
[player]제가 가죠, 아마 아직 멀리는 못 갔을 겁니다.
[토죠 쿠로네]하지만…… 나리께선 제가 초대한 손님인걸요. 이런 일을 부탁드리기엔 예의에 어긋나니, 직원을 불러서 해결하도록 할게요.
[player]괜찮습니다, 그럼 직원도 같이 부르도록 하죠. 전 먼저 내려가서 모찌가 아직 근처에 있나 찾아보겠습니다.
[토죠 쿠로네]으…… 저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으니, 그럼 실례를 무릅쓰더라도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던 도중 직원 몇몇과 마주쳤다, 아마 토죠 쿠로네가 여우를 찾아달라고 부른 사람이겠지.
[직원]손님분께선 이쪽의 구조에 밝지 않으니, 괜찮으시다면 가까운 곳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먼 곳은 저희가 맡도록 하죠.
[player]그러죠.
건물 주변엔 정성스레 가꿔진 꽃밭이 있었고, 여기저기에 과일이 열린 덤불도 있었다. 이런 곳에서 새끼 여우를 찾는 건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충 아무 덤불 속에나 숨어도 발견하기 어려울 테니.
하지만 다행인 점은, 방금 물고 간 과자 부스러기가 길에 잔뜩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따라가니, 꽃밭 가운데서 자그마한 빈 터를 발견할 수 있다.
이어서 가까이 가 보니 역시 모찌가 있었다. 모찌는 부스러기를 사방에 흘린 채로 과자를 먹어치우고선, 자신의 꼬리를 잡으러 빙빙 돌며 혼자 놀고 있었다.
나를 본 모찌는 조금 놀란 듯했지만 숨지는 않았다. 대신, 잘못을 저지른 꼬마아이처럼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날 올려다 볼 뿐이었다.
그리고 덤불을 건너 모찌를 안아 들려 하던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녀 한 쌍으로 보였는데, 거리가 조금 있어서 이야기의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이야기를 나누던 여성도 마침 방향을 꺾어 내 쪽을 향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내가 여기에 오게 된 원인인 힐리였다.
힐리의 옆에 선 사람은 모자에 마스크,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어서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힐리의 표정으로 보아 대화에 있어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힐리는 빠른 걸음으로 먼저 떠나갔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자, 그 남자 또한 내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힐끗 주더니 이내 따라서 떠났다.
난 딱히 특별한 부분은 없는 저 인상착의를 기억해 두곤, 모찌를 안고선 토죠 쿠로네가 있는 3층으로 다시 돌아갔다.
나와 모찌를 본 토죠 쿠로네는 예의 바르게 감사를 전한 뒤, 엄한 목소리로 모찌를 병풍 뒤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그 냉담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저 장난꾸러기 여우가 걱정이 되어선, 귀를 쫑긋 세우곤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집중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모찌를 꾸짖는 목소리는, 방금 상상했던 그런 지위가 높은 사람이 내뱉는 듯한 엄하디 엄한 질책이 아니라,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깃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토죠 쿠로네의 이러한 모습은, 내가 품고 있던 그녀에 대한 첫인상을 바꿔 주었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내 테이블의 다과가 새 걸로 교체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기도춘'에서 내온 다과는 모두 훌륭하겠지만, 아무래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새 과자는 아무래도 모찌가 물어간 것보단 좀 못해 보였다, 그냥 그때 좀 더 빨리 먹어 치울걸.
역시 머뭇거리면 놓치기 쉬운 법이다.
그 뒤로도 난 토죠 쿠로네와 함께 계속해서 마작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그녀가 마작에 대해 품은 깊은 식견에 감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과회가 끝나고, 슬슬 떠날 준비를 하던 와중 직원이 내게 다가와 고급스럽게 포장된 과자 박스를 건네 주었다.
[토죠 쿠로네]사실, 방금 준비했던 다과 중에는 굉장히 섬세한 손길을 거쳐야만 만들어지는 과자가 있었답니다. 평소엔 귀빈들을 모실 때에만 준비해두는 기도춘의 명물, '백화소'이죠.
[토죠 쿠로네]그런데 저희 아이가 사고를 쳐 버린 탓에, 여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평범한 과자를 내오게 되었어요.
[player]아까 먹었던 것도 맛있던 걸요.
[토죠 쿠로네]후훗,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나리께서 부디 기도춘의 명물을 맛보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틈타 셰프에게 새로 만들어 달라 부탁했사오니, 부디 개의치 말고 받아 주셨으면 해요.
[토죠 쿠로네]저는…… 오늘이 나리에게 불쾌했던 경험이 아닌,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바란답니다.
[player]불쾌하다뇨,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 모찌도 참 귀여웠고, 상상했던 것과 다른 토죠 씨의 다른 모습도 보게 되었고요.
[토죠 쿠로네]다른 모습인가요…… 후훗. 그리 말씀하신다면, 기회가 될 때에 부디 '동풍' 마작장에서 저와 함께 마작을 두도록 하시지요.
[player]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가도록 할게요.
기도춘을 나서자, 노아가 이미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Chaque Jour'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그녀는 마치 바쁜 꿀벌처럼 내 주위를 돌며 이것저것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날 소파에 앉힌 다음, 정면에 있는 테이블에 휴대폰 거치대를 놓고선 휴대폰의 위치와 각도를 조정해 내 얼굴을 비추었다.
이어서 모든 준비가 끝나자 노아는 날 향해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그러자, 휴대폰 화면에 익숙하면서도 건방진 얼굴이 떠올랐다.
[쿠츠지]원래 이쯤이면 집으로 보내 줘야 했을 시간이지만, 형씨의 옷에 달아뒀던 카메라가 사라진 탓에 직접 보고를 해 줘야겠어.
[player]카메라는 또 언제 달아 둔 거야?!
그가 눈짓으로 내 옆의 노아를 가리키자, 노아는 손을 들곤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 토죠 쿠로네를 만나기 전에도 딱 이렇게 두드렸었지, 그때 달았었구나.
이어서 뭐라 말을 하려고 입을 달싹거리다가 포기하기를 수차례, 하지만 슬슬 '효'의 작업 스타일에 익숙해진 난 그냥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한숨을 쉰 나는 노아와 헤어진 뒤부터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모두 얘기했다. 꽃밭에서 힐리를 만난 부분까지 포함해서.
의외였던 건, 평소엔 쓸데없이 말이 많았던 쿠츠지가 이번엔 진지하게 내 말을 경청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거의 삼십 분가량 얘기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단 한 번도 말을 끊지 않았고, 그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가끔 눈썹을 찌푸리기만 할 뿐이라 도리어 내가 더 어색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때, 쿠츠지에게서 연락이 한 통 왔다.
[쿠츠지](메시지)오늘 형씨의 활약, 아주 좋았어. 며칠 뒤에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데리러 가지.
솔직히 말해, 저 인간이 대체 여기서 어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 전설 속의 사귀인에 관해선 알아갈수록 더욱 많은 수수께끼들이 나올 뿐이었는데, 게다가 그 수수께끼들끼리 서로 상충되고 합쳐지다가 또다시 새로운 수수께끼가 만들어지는 꼴이었다.
어쩌면 언젠간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서서히 잠에 들었다.
불어오는 가을바람 Day.5-1 (쿠츠지, 사라, 힐리) <쿠츠지와 끝내주는 데이트를 함. 같이 심연도 가줌. 진짜임.
더보기이한시의 마작장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이다. 그래서 이런 날씨가 되면 남녀노소 누구나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그저 순수하게 마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에어컨이 없는 마작장도 가본 적 있다. 어차피 연패를 하게 되면 마음에 한기가 들어차니까……
[상대]중.
손패를 확인한 나는 침묵했다. 스안커는 역시 화료하기 힘들구나.
[???]깡 해야지, 형씨. 바보 아냐?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손 하나가 등 뒤에서 뻗어나왔다. 그리고 버림패 속에서 상대가 방금 낸 중패와 내 손에 들린 중패 셋을 모아 테이블의 한 귀퉁이에 놓더니……
[???]깡!
[player]잠깐!
[player]위험하게 무슨 짓이야!
화가 난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이쪽을 향해 실실 웃는 그는 자신의 작품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새였다.
[쿠츠지]큰 걸 만들어 준 거잖아 형씨. 이걸 화료하면 점수가 장난 아니라고?
나는 방금 나온 도라 표시패를 확인했다. 발패.
여기까진 좋다, 하지만……
[player]그렇게 크게 말하면 어떡해, 사람들 다 듣겠다.
[쿠츠지]쯔모하면 되는 거 아냐?
[player]말이야 쉽지, 네가 해 보던가!
그렇게 말은 했지만, 주워담기엔 이미 늦은 것 같다. 왜냐하면 쿠츠지가 정말로 쯔모로 화료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람들의 눈빛이 꽤나 매서워지고 있었다.
이거, 안 되겠는걸.
사람들에게 사과를 건넨 나는, 저 골칫덩어리를 잡아 끌곤 마작장을 나왔다.
[player]당신, '장기판에서는 침묵을 지켜라.' 이런 말도 안들어봤어?
[쿠츠지]그럼.
[player]아하, 어차피 네 알 바 아니다 그거야?
[쿠츠지]사람을 그렇게 삐딱하게 보면 쓰나, 대접이 너무 박하잖아 형씨.
[player]뭐 이 정도 쯤이야.
[player]한가롭게 훈수나 두려고 날 찾아온 건 아닐 테고, 아마 그 뒤의 거래 때문에 왔겠지.
[쿠츠지]뭐야, 우리가 꼭 일이 있어야만 만나는 그런 사이였어? 쌀쌀맞기는.
쿠츠지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세워 둔 검은 오토바이에서 빨간 헬멧을 집어 건네주었다. 이어서 난 옆에 걸려 있던 파란색 헬멧을 보고선 결정했다……* 빨간색 헬멧이 좋아
>>>* 파란색 헬멧이 좋아
[player]난 저 파란색으로 할래.
[쿠츠지]왜?
[player]쿨하고 멋있는 나한텐 저게 더 어울리니까.
[player]……
[쿠츠지]사람이 기껏 새 헬멧을 준비해 뒀더니만, 굳이 남의 걸…… 하아, 됐다. 형씨 하고 싶은 거 다 해.
쿠츠지는 궁시렁거리면서도 핸들에 걸려 있던 파란 헬멧을 건네주었다. 새것 같아 보였던 그 헬멧은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위에 새겨진 멋진 로고가 그 값비싼 가격을 짐작케 했다.
[쿠츠지]자, 잘 쓰도록해, 친히 고르신 헬멧.
난 그렇게 만족스럽게 헬멧을 받아 머리에 쓰고선 쿠츠지의 뒤에 앉았다. 역시 비싼 물건은 돈값을 한다고, 이 비싸 보이는 이 헬멧에는 다 그만큼의 이유가 있을 거다.
[player]사실 당신한텐 빨간색이 어울리긴 해, 그 건방진 느낌이 찰떡이거든.
[쿠츠지]내가 좀 멋지긴 하지. 다른 건 없어?
[player]……됐다, 가자고.* 파란색 헬멧이 좋아
>>> * 빨간색 헬멧이 좋아
역시 이 빨간 헬멧이 더 멋진 것 같다. 게다가 중요한 건, 저건 무려 나데시코가 수개월치의 월급을 예약금으로 걸고 또 수개월간 부업을 뛰면서 사려고 이를 갈다가, 마지막에 돈이 모이기 직전 품절되어 예약금을 그대로 돌려받았던 모델이었다!
손에 잡고 보니 새 물건 같은 티가 났다. 갓 포장을 뜯은 물건 특유의 플라스틱 냄새를 맡으니,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후 내용 동일)
빨간 헬멧을 쓴 나는 쿠츠지의 뒤에 앉았다. 쿠츠지가 몰고 온 건 커스텀된 '타이거 렉스'라는 모델이었다. 개인적으론 동사의 '드래곤 렉스' 모델이 더 마음에 들지만 말이다. 이 모델들은 수시로 내 캣챗의 타임라인에 뜨는, 어마어마한 가격 괴물들이었다.
이쯤에서 슬슬 내 친구인 나데시코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시중에 출시된 대부분의 바이크들에 대해 이렇게 훤히 알게 된 건 나데시코의 영향이 크니까. 나데시코가 갖고 싶어하는 바이크일수록 내 캣챗에 더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그녀가 갖고 싶어하는 바이크일수록 내 지식의 수준도 깊었다.
그나저나, 이 바이크 정말 대단하다.
마치 산속을 쏜살같이 달리는 호랑이 위에 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심지어 안전벨트도 없이! 그리고 난 튕겨 나가지 않기 위해서 쿠츠지의 겉옷을 필사적으로 쥐어 잡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찌익' 비스무리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옷이 찢어진 건 아닐까 싶어 깜짝 놀라곤 했다.
빽빽한 빌딩 숲에서 바이크를 타는데 어떻게 산악 자전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는 걸까.
나는 덜컹거림 속에서 나데시코의 뒷자리가 안겨 주는 안정감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는 쿠츠지의 바이크는 타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멀미를 참으며 간신히 쿠츠지에게 물었다.
[player]얼마나 남았어? 언제 도착하는 건데?!
길가에 바이크를 세운 쿠츠지가 고개를 돌리곤 날 바라보았다.
[쿠츠지]응? 형씨가 뒤에서 꽤나 즐기는 것 같길래, 몇 바퀴 더 돌고 가려고 했는데.
[쿠츠지]왜, 벌써 못 견디겠어?* 어쨌든 살고 봐야 하지 않겠어? 그만 하자
>>>* 작사는 물러나지 않는 법, 한 바퀴 더
도발하는 건가? 이건 못 참지. 특히 여기서 내가 물러났다간 분명 두고두고 날 놀려 먹을 게 뻔하니, 더더욱 참을 수 없었다.
[player]아니, 그럼 한 바퀴 더 가 보자고.
그 말을 듣고 눈썹을 까딱인 그는 두말 하지 않고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선 방금의 길을 따라 다시 한 바퀴를 돌았는데…… 아마 이한시에서 가장 낡은 도로를 고른 게 분명했다.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쿠츠지는 바이크를 같은 곳에 세우고선 다시 내게 물었다.
[쿠츠지]어때, 지금도 괜찮아?
[쿠츠지]뭐…… 못 견디겠다면 지금 말하라고, 좀 쉬게 해 줄 테니까.
이건 도발이다, 분명 도발이었다. 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존심 싸움이라도 굳이 끝까지 갈 필요는 없지, 그만 할래.
>>>* 계속 해, 멈추지 말고.
이건 도발이다, 분명 도발이었다. 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이걸 참을 수 있는 성질이었다면, 무슨 일이라도 묵묵히 참고 있었겠지.
따라서 난 허리를 곧게 펴고선, 침착하고 냉정하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다시 쿠츠지에게 말했다.
계속 해, 멈추지 말고.
[쿠츠지]꽤 하네, 형씨. 그럼 내가 좋은 곳에 데려다 줄게. 역시 형씨한테 시내는 너무 작은 것 같으니까.
그러자 바이크는 차마 그게 어딘지 묻기도 전에 굉음을 뿜으며 출발했다. 그리고 순간 내 목구멍에서 뛰쳐나온 비명은 바람 소리에 묻혀 버렸다.
생각만큼 도로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그저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빠르고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올 뿐이었다. 그리고 쏜살같이 지나친 것중엔 경치 뿐만이 아니라, 주행 중인 다른 차량들도 있었다. 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선량한 준법 시민으로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과속은 용납할 수 없다.
[player]과──속──이──야──!
[쿠츠지]안──들──려──!
[player]과──속──이──라──고──!
[쿠츠지]말──했──잖──아──, 안──들──린──다──고──!
물론 작정하고 과속하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안전제일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바이크가 간신히 멈춰 섰을 때 내 온 몸은 바람 때문에 저릿저릿한 느낌까지 들었다. 헬멧을 벗는 순간엔 바깥 공기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쿠츠지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날 보더니 바이크의 핸들 부분을 툭툭 두드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날 도발하고 있는 게 분명한 제스처였다.* 너 잘났다.
>>>*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하는 거야?
[player]나같이 정의와 신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은 악에게 끝까지 맞서 싸우는 법. 그러니 여기서 물러지 않아.
[쿠츠지]그러시다면야, 형씨의 소원을 들어줘야겠는걸.
우리는 다시금 말없이 질주 모드로 들어섰다. 쿠츠지가 다시 스로틀을 감자 바이크가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고, 거대한 관성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그의 외투를 붙잡았다. 아…… 근데 과속하지 말라고 말하는 거, 깜빡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바이크가 갑자기 느려지더니, 갓길에서 천천히 멈추었다.
[player]왜, 드디어 정의의 신념에 고개를 숙이는 건가?
[쿠츠지]쯧, 기름이 떨어져서 말이지.
[player]기름?
[쿠츠지]어제 출장을 갔다 왔는데, 기름 넣는 걸 깜빡했어.
[쿠츠지]형씨가 이렇게 내 바이크를 좋아해 줄지 몰라서 말이야.
[player]내 탓이란 거야? 하.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낯설면서도 뭔가 황량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샌가 도시 바깥에 와 있던 것이었다.
[player]근데 우리, 오늘 안에 돌아갈 수나 있는 거야?
[쿠츠지]그건 걱정 마, 근처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하는 거야?
>>>* 너 잘났다.
사람이라면 같은 걸 세 번이나 당하지는 않지. 모름지기 사람이란 숙일 때를 알아야 하는 법, '이한 특급' 같은 건강에 해로운 놀이를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던 난 그냥 굽히는 걸 택했다.
의외였던 건, 쿠츠지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대신 가볍게 웃더니 내 손에 든 헬멧을 두드렸다.
[쿠츠지]잘 쓰라고, 진짜 드라이브를 시켜 줄 테니까.
반신반의하면서 바이크의 뒤에 앉자, 이번엔 정말로 꽤나 느긋하게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살갗을 시원하게 간질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았는데도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더니, 결국엔 갓길에 멈춰서고야 말았다.
[player]무슨 일 있어?
보기 드물게 입을 잠시 꾹 다문 그는, 몇 초가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쿠츠지]기름, 다 떨어졌어.
쌤통이다! 쿠츠지의 불행에 기뻐하기를 삼십 초, 하지만 그러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도시는 이미 저 멀리에 있었고 돌아갈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layer]근데 우리, 오늘 안에 돌아갈 수나 있는 거야?
[쿠츠지]그건 걱정 마, 근처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이후 내용 동일)
오토바이를 끌고 가는 쿠츠지와 난, 서로에게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쫑알쫑알 입씨름을 하며 걸었다. 그렇게 대략 십오 분쯤 걸었을까, 분기점에서 꺾어 들어가자 어느 눈에 익은 운전 학원을 볼 수 있었다.나데시코가 날 데리고 왔던 곳이잖아? 이런 우연이.
쿠츠지도 여길 찾아서 온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익숙한 듯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아하니, 꽤나 자주 와 본 듯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주유를 도와준 사람은 우연히도 저번에 나와 나데시코를 맞아 주었던 강사분이었다. 그는 나와 쿠츠지를 두어번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을 걸었다.
[운전 강사]이번에는 나데시코랑 같이 안 왔네요?
[player]이번에는 끌려 온 거예요, 정말로.
[운전 강사]하하, 우리 학원의 유망주들이랑 사이가 좋은 걸 보니, 운전 실력도 꼭 갈고 닦아야겠네요.
[player]아하하……
운전 강사는 아마 '운전을 잘 한다'는 개념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았다. 쿠츠지와 나데시코의 차이란 고작 '교통 법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과 '교통 법규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정도에 불과한 정도니.
주유를 마치고, 나와 쿠츠지는 학원 사람들에게 인사를 남긴 뒤 도시로 향했다. 쿠츠지는 이번에는 착실하게, 이상한 길로 빠지지도 않고 과속도 하지 않았다.
[player]운전 학원 사람들이랑 왜 이렇게 친해?
[쿠츠지]응?
[player]난 또, '효' 출신 사람들은 운전 같은 건 다 혼자 감으로나 배우는 건 줄 알았지.
[쿠츠지]틀린 말은 아니지.
[쿠츠지]그래도 법은 지켜야 하니까. 이륜차를 운전하려면 면허가 필요하다고, 그런데 '효'에선 면허증 발급 같은 건 못 해.
[player]영화 속에서 정보 상인들은 항상 잘만 위조해 내던데.
[쿠츠지]형씨, 문서 위조는 범죄라고?
[player]쓰읍… 당신이 법을 들먹이니까 참 기분이 묘하네, 그쪽은 도덕의 기준이 참 유연한가 봐.
[쿠츠지]유연해야 일하기에 좋지. 형씨가 정말 원한다면 '효'에서 신분증 세트를 싹 만들어 줄 수도 있다고.
[player]……아마 그런 게 필요할 일은 없을 걸.
[player]운전 학원 사람들은 당신이 '효'의 리더라는 거, 알아?
[쿠츠지]음…… 형씨, 설마 정보 상인이 무슨 명함 같은 거라도 만들어서 사방에 뿌리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player]에, 아니었어?
내 주변에 '효'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꽤 많다 보니, 스스로 홍보라도 하고 다니는 줄 착각했다.
[player]……뭐, 됐어. 운전에나 집중해 줘. 부탁이니까 사지 멀쩡하게 데려다 달라고.
[쿠츠지]큭.
함께 도시로 돌아온 뒤, 쿠츠지는 날 '기도춘' 근처의 어느 찻집에 데려갔다. 요즘 이 근처를 자주 방문해서 그런지 근처 경치도 이제 꽤나 익숙해진 상태였다. 나는 쿠츠지의 뒤를 따라 찻집의 뒷문으로 들어가서, 그대로 2층의 별실로 향했다.[player]여긴 갑자기 왜?
[쿠츠지]물론 형씨한테 끝내주는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지.
창문 옆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자, 난 그가 말하는 공연이 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별실의 창밖으론 바로 찻집의 정문이 향한 거리가 보였는데, 마침 거기서 '오이란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쿠츠지]'기도춘'에선 주기적으로 길한 날을 고른 다음, 가장 인기 있는 게이샤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서 '기도춘'의 입구부터 이 길의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게끔 하지. 이게 바로 기도춘의 '오이란 퍼레이드'야.-
*계속해, 멈추지 말고.
>>>* 자존심 싸움이라도 굳이 끝까지 갈 필요는 없지, 그만 할래.
[player]설마 바이크로 무슨 산악 자전거 체험 같은 걸 시켜 주려고 이러는 거야?
[쿠츠지]형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산악 자전거 따위가 내 바이크만큼 신날 리가 없잖아.
[쿠츠지]산악 자전거 따위는 기껏해 봐야 4D 영화를 보는 수준이라고. 의자 몇 번 흔들어 주고, 3D 안경 하나 씌워 주는 거랑 다를 것도 없지.
[쿠츠지]……
[쿠츠지]못 믿겠으면 다시 두 바퀴쯤 더 돌아줄 수도 있는데.
하지만 내 이성이 그런 걸 꼭 경험해 볼 필요는 없다고 속삭여 왔다. 무의미한 고집을 부려봤자 딱히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으니 말이다.
예를 들자면, 선생님 머리에 지우개 가루를 맞추는 걸로 내기를 한다거나, 자신의 용기를 증명하려고 한겨울에 철제 난간을 핥는다거나, 회의 시간에 큰소리로 '사장님 지시 말고 제 방식대로 할게요.' 같은 말은 한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나처럼 이미 어느정도 성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무의미한 도발에 다시 걸려들지는 않을 것이다.
[player]됐어, 고맙지만 사양할게.
[player]일단 어디 적당한 곳에서 거래를 마무리 짓자고.
[쿠츠지]하아, 그것 참 아쉽네. 그럼 꽉 잡으라고 형씨, 좋은 곳에 데려다 줄 테니까.
[player]어딘데?
[쿠츠지]가 보면 알 거야.
그리고 난 결국, 아까 지나쳐온 풍경을 다시 '되감기'하게 되었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은 거리 하나를 지나자 도로가 젖어 있었다는 것. 아마 비가 내렸던 듯했다.
길은 조금 미끄러웠다. 쿠츠지가 내 목숨이 아까운 줄은 몰라도 자기 목숨 만큼은 소중했는지 운전이 확연히 부드러워졌다. 비가 내린 뒤의 바람이 살갗에 시원하게 불어오자 어쩐지 감동마저도 느껴졌다.
슬슬 드라이브가 끝나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기도춘' 근처에 있는 한 찻집이었다. 요즘 이 근처를 자주 방문해서 그런지 주변의 경치도 꽤나 익숙해졌다. 나는 쿠츠지의 뒤를 따라 찻집의 뒷문으로 들어가서, 그대로 2층의 별실로 향했다.player]여긴 갑자기 왜?
[쿠츠지]멋진 공연을 보여주러 왔지.
[쿠츠지]여기야말로 최고의 관람석이라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늘 여길 예약하는데, 경쟁이 저번 경매만큼 치열해.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어 밖을 바라보니, 찻집의 정문 앞 거리가 바로 보였다. 거리에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저번에 꽃 경매를 하던 그때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쿠츠지]'오이란 퍼레이드'라고 들어봤어?
[player]응.
[쿠츠지]'기도춘'에도 그런 관습이 있지. 정기적으로 길한 날을 고른 다음, 가장 인기 있는 게이샤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서 '기도춘'의 입구부터 이 길의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게끔 해. 이게 바로 기도춘의 '오이란 퍼레이드'야.(이후 내용 동일)
[player]여긴 갑자기 왜?
[쿠츠지]물론 형씨한테 끝내주는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지.
창문 옆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자, 난 그가 말하는 공연이 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별실의 창밖으론 바로 찻집의 정문이 향한 거리가 보였는데, 마침 거기서 '오이란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쿠츠지]'기도춘'에선 주기적으로 길한 날을 고른 다음, 가장 인기 있는 게이샤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서 '기도춘'의 입구부터 이 길의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게끔 하지. 이게 바로 기도춘의 '오이란 퍼레이드'야.
[쿠츠지]첫째로는 '기도춘'의 게이샤가 최고라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이 일대가 전부 '기도춘'의 것이며, 가장 뛰어난 게이샤만이 '기도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것이지.
[쿠츠지]따라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위치를 과시하는 의미도 있다는 거야.
[쿠츠지]십수 년 전, 아직 소녀였던 토죠 쿠로네가 자신의 재능과 미모로 모든 이들을 압도한 뒤로부터 아직까지 '기도춘'의 주인은 바뀐 적이 없어.
[쿠츠지]그래서 오늘날 '오이란 퍼레이드'를 책임지는 게이샤는 항상 그녀야.
나는 쿠츠지의 소개를 들으며 창가에 기대 퍼레이드를 지켜보았다. 인파 속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가 걸어가고 있었는데, 거리가 조금 먼 데다가 구슬을 엮어 만든 듯한 면사포를 쓰고 있는 탓에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쿠츠지는 딱히 관심 없다는 듯 창틀을 두드리며 가볍게 말을 이었다.
[쿠츠지]저 사람, 저 사람이 바로 토죠 쿠로네야.
들려오는 곡조에 맞춰, 쿠츠지의 손가락이 리듬감 있게 창틀을 두드렸다. 마치 저 아래의 공연에 푹 빠져든 듯한 모양새였다. 이어서 토죠 쿠로네가 우리의 바로 밑을 지나가려 하자, 쿠츠지는 갑작스레 고개를 돌리곤 날 바라보았다.
[쿠츠지]형씨, 거래를 하기 전에 알려줘야 할 게 있어.
[player]뭔데?
[쿠츠지]내가 형씨를 경매에 보내고, 그 뒤에 이것저것 시킨 일들. 왜 그랬는지 궁금하지?
[player]그렇긴 해. 딱히 가치 있는 정보를 물어왔다는 느낌은 못 받았거든.
[쿠츠지]아니, '형씨'가 갔다는 사실 자체가 가치 있는 정보였어.
[player]그게 무슨 말이야?
[쿠츠지]그날, 형씨가 무슨 꽃을 고르든 토죠 쿠로네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하면 어쩔래?
[player]셋 다 토죠 쿠로네의 꽃이었던 거야?
[쿠츠지]아니, 그녀가 형씨를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야.
[player]뭐라고?
[쿠츠지]처음부터 난 내가 지닌 정보로 추측을 했을 뿐이야. 하지만 형씨의 행동이 그 추측을 검증해 주었지.
쿠츠지의 말을 들은 나는 더욱 혼란에 빠졌다. 나와 토죠 쿠로네 사이의 접점을 아무리 찾아본들, 그녀가 내게 먼저 다가올 이유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쿠츠지]형씨. 이전에 한 거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형씨를 위해 거래의 조건을 바꿔 주도록 하지. 지금부터, 형씨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쿠츠지]첫째, 약속에 따라 내게서 힐리에 대해 묻는 것. 요즘 그녀가 뭘 하고 다녔는지 알려 주지.
[쿠츠지]둘째, 스스로를 위해 토죠 쿠로네와 관련된 것들을 질문하는 것. 그럼 내가 형씨한테 쓸모 있는 부분들을 추려서 알려 주겠어.
[쿠츠지]생각할 시간을 줄게, 형씨가 진정으로 원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기를 바라지.
난 쿠츠지의 말을 듣고선 고민에 빠졌다. 원래대로라면 힐리에 관한 것을 묻는 게 맞겠지, 이거야말로 내가 의뢰를 수락한 이유였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토죠 쿠로네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이제 와서 보니, 그날 그녀가 꺼냈던 이야기들엔 무언가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평범했던 것들이, 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한참을 고민해 봐도 선택을 내리기는 힘들었다. 사라와 라이언의 걱정하는 얼굴이 내 머릿속에서 번갈아가며 나타났다가도, 동시에 귓가에 토죠 쿠로네의 나긋나긋한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쿠츠지]하아… 있잖아, 형씨가 좀 더 스스로를 위한다고 해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렇다면, 나는……* 힐리에 대해 알고 싶어. >힐리 엔딩(Soul)
* 토죠 쿠로네에 대해 알고 싶어. >구미호 엔딩(심연)
>>> * 그냥 둘 다 알려 주면 안 돼?
[player]그냥 두 가지 다 알려 주면 안 되는 거야?
[쿠츠지]하아, 형씨. 난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한다고. 형씨가 해 준 일은 하나 뿐인데, 보상을 둘 다 가져가는 건 말도 안 되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선 저 아래에 있는 토죠 쿠로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문이 막힌 나 또한 함께 아래의 공연을 구경했는데,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잔잔한 쿠츠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쿠츠지]이한시에선, 아는 게 많다고 좋은 건 아냐. 그, 뭐라고 하더라…… 그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쿠츠지]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들도 있는 법이거든.
[쿠츠지]형씨, 그냥 얌전히 마작만을 즐기는 작사로 남는 게 어때? 심연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언젠가 심연에게 잡아먹히는 법이라고.
그는 그렇게 말하고선 나와 눈을 마주쳤다. 손에는 주머니에서 꺼낸 코인 하나가 들려 있었다.
[쿠츠지]마지막 기회를 줄게, 싫으면 이걸로 결정하지. 앞면은 힐리, 뒷면은 토죠 쿠로네야.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는 건 무책임하지, 내가 고를게.(이후 선택지로 다시 돌아가짐.)
* 힐리에 대해 알고 싶어. >힐리 엔딩(Soul)
>>> * 토죠 쿠로네에 대해 알고 싶어. >구미호 엔딩(심연)
[player]결정했어, 토죠 쿠로네와 관련된 것…… 그러니까, 나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
쿠츠지는 딱히 놀랍지도 않다는 듯 빙긋 웃더니, 토죠 쿠로네를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해 보라고 말했다.
[쿠츠지]오늘의 토죠 쿠로네는, 저번에 봤던 모습이랑 좀 다른 것 같지 않아?
그 질문을 들은 난 순간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이 거리에선 잘해 봐야 윤곽 정도만 보이는 데다가, 당시 그녀를 만났을 때에는 병풍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눈 탓에 비교를 하라고 해 봤자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분명 다른 부분이 있기는 했다.
지금 거리를 거니는 토죠 쿠로네에게는 꼬리가 단 하나만 보였다. 하지만 그날, 내가 봤던 병풍에는 분명 여러 꼬리가 살랑거리는 실루엣이 비쳐졌었다.
[player]확신은 안 가지만, 그때 봤던 토죠 쿠로네는 꼬리가 여러 개 있었던 같단 말이지…… 뭐, 병풍 뒤였으니까 다른 장식품이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쿠츠지는 그런 내 말을 들었음에도 딱히 놀란 기색을 보이진 않았다.
[쿠츠지]혹시, 구미호 전설에 대해서 들어 본 적 있어?
[player]글쎄, 어느 버전? 구미호 전설이 한두 개도 아니고 말이야.
[player]한 나라를 무너뜨려 버린 구미호? 아니면 남의 몸에 봉인되어 인술을 부리는 구미호?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말해도 부족하다고.
[쿠츠지]이야, 이런 쪽으로 박식할 줄은 몰랐네. 형씨의 인터넷 검색 기록이 갈수록 더 궁금해지는걸,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여 줬음 좋겠어.
최근에 뭘 검색했더라…… 아니, 그건 못 보여 주지. 잠깐, 내가 뭘 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애초에 보여 줄 이유도 없잖아!
[player]아니, 거절할게.
[쿠츠지]괜찮아, 언젠간 기회가 있겠지.
[쿠츠지]구미호 전설에 관해선, 이한시 버전으로 하지. 혹시 들어 본 적 있어?
[player]그건 못 들어봤는데. 이한시 버전도 따로 있나 봐?
[쿠츠지]이한시에는 사실 구미호가 실존한다고 믿는 단체가 존재하거든. 구미호를 위해 비밀스러운 조직을 만들곤 이를 숭배하는 집단이야.
[쿠츠지]그들이 믿는 구미호 전설에도 나라를 무너뜨린 구미호에 대한 얘기가 나와. 그저, 인간들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질렀기에 구미호가 이에 대한 징벌을 내렸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을 뿐이지.
[쿠츠지]새로운 시대가 열릴 때면 구미호는 항상 되살아난다고 하지. 낡은 시대를 전복시키고, 자신들의 신도를 이끌곤 새로운 시대를 연다나 뭐라나.
[player]그럼, 토죠 쿠로네가 구미호라는 소리야?
[쿠츠지]그건 모르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전설 속 구미호와 일치하는 특징들이 있긴 한데, 그게 또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아서 말이야.
[player]하하, 뭐 아직 진화가 덜 된 육미호라거나 하진 않을 거 아냐?
[쿠츠지]그 말이 맞을 수도.
쿠츠지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농담을 하는 사람의 표정 같지는 않았다. 그러자 내 얼굴에서도 천천히 미소가 지워졌다. 만약 저게 진짜라면, 구미호한테 찍혀 버린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player]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을까?
내 말을 듣고서, 쿠츠지는 겉옷 주머니를 한참이나 뒤적이더니 카드 한 장을 꺼낸 다음 내게 건네 주었다. 난 뻣뻣한 손으로 이를 받아서 살펴 보았는데, 카드엔 '효'의 서비스 소개 관련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어디부터 하소연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쿠츠지]형씨, 토죠 쿠로네와 관련된 정보를 선택한 순간, 우리의 첫 거래는 끝난 거야. 이제 두 번째, 세 번째도 있겠지…… 아무튼, '효'의 대문은 앞으로도 언제든 형씨를 위해 열려 있을 거라고.
쿠츠지는 그렇게 말하며, 비웃거나 놀리는 기색 하나 없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저 아래에서 거니는 토죠 쿠로네를 바라보자, 방금 보았던 아름다운 자태는 이제 내게 있어선 거대한 수수께끼로만 보였다.
쿠츠지와 이런 거래를 한 순간, 나 또한 그 수수께끼의 일부가 되겠지. 어쩌면 그 속을 파헤치고 진실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차마 능력이 부족해서 그 수수께끼에 삼켜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한시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평온하지 않다' 같은 소리는 이미 많이 들어보았다. 그럼 이제는 직접 알아볼 뿐이다. 과연 그 수면 아래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카드를 가방에 집어넣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찻잔에 찻물을 따르고선, 다른 잔을 손에 쥐곤 내게 가볍게 부딫혔다.
[쿠츠지]형씨, 같이 심연을 들여다보러 가자고.~불어오는 가을바람 5-1 종료~
* 토죠 쿠로네에 대해 알고 싶어. >구미호 엔딩(심연)
>>> * 힐리에 대해 알고 싶어. >힐리 엔딩(Soul)
[player]결정했어, 힐리에 대해서 알려 줘.
[쿠츠지]그게 형씨의 결정이라면야. 형씨랑 'Soul'에서 알고 싶은 게 힐리가 요즘 '기도춘'을 들락거리는 이유라면, 저번에 이한시에 희귀 야생 동물을 밀수하는 녀석들이 나타났는데, 토죠 쿠로네가 거기서 우연히 두루미 한 마리를 구한 다음 힐리한테 맡겨서 그런 것 뿐이야.
[쿠츠지]힐리라는 사람에 대해선 형씨 쪽이 나보다 더 잘 알겠지. 그녀는 본인의 사정 때문인지 이한시에서 유명한 야생동물 보호 운동가가 돼선, 요즘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포획 당한 동물들을 구조하려고 시도하는 중이야.
[쿠츠지]돈과 관련된 문제라면, 훗. 'Soul'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었지? 힐리가 어떻게 기도춘을 들락거릴 돈이 있냐면, 토죠 쿠로네가 모종의 사유 때문에 그녀한테 통행증을 지급했기 때문이야. 따라서 힐리는 돈 한 푼 안 쓰고도 '기도춘'을 오갈 수 있게 됐지.
[player]그것 뿐이야?
[쿠츠지]그것 뿐이야.
쿠츠지는 내가 상상조차도 못한 답을 내놓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로 말이 되는 것만도 같았다.
쿠츠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오이란 퍼레이드'도 끝이 나자 나는 쿠츠지에게 인사를 한 뒤 바로 'Soul'로 향해 사라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려 주었다.
[사라]하아, 요즘 당신이 뜸하더라니, 혼자 움직이고 있을 거란 짐작은 했지만 진짜였을 줄이야.
[player]어쨌든, 이 정도면 괜찮은 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겠어?
[player]그러니까 용서해 줘, 사라. 라이언한테도 비밀로 해 주고, 아마 알았다간 한참은 꽁해 있을걸.
[사라]당신, 당신은 있지…… 어떤 면에선, 굉장히 힐리랑 닮았어.
[player]응?
[사라]남의 일을 자기 일마냥 끌어안고선, 그토록 많은 일을 도와줘놓고 정작 보답은 바라지도 않는 거.
[player]왜냐하면 다들 내 소중한 친구잖아, 능력이 되는 한에선 돕는 거지 뭐.
[사라]당신, 나한테 약속 하나 해 줄 수 있어? 나중에 혹시나 문제가 생긴다면 꼭 나한테 찾아와서, 날 꼭 의지하는 거야.
[사라]이렇게 혼자서 싸우기 보다도, 당신이 나한테 더 많은 짐을 나눠 줬으면 좋겠어. 'Soul'의 다른 분들도 아마 같은 생각일거야.
[사라]왜냐하면 당신은 이미 우리의 가족이자, 'Soul'의 일원이니까.
[player]그래, 알았어. 고마워, 사라.
그날 밤 나는 자리에 남아 'Soul'의 모두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사라 또한 기분이 굉장히 좋은지, 모두의 환호 속에서 신발을 벗고선 모닥불 옆에서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힐리]PLAYER, 고마워.
그리고 언제 다가왔는지, 힐리 또한 내 곁으로 와 고맙다고 속삭였다. 아마 사라가 이미 단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주었고, 모두들 최근 힐리를 오해한 것에 대한 사과를 건넨 것 같다.
[힐리]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이잖아. 나한테 그렇게 사과를 할 필요는 없었는데…… 처음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을 뿐이니까 모두를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았던 건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몰랐어.
[힐리]나 때문에 너랑 사라한테 걱정을 끼쳤네. 네 도움이 없었다면, 어쩌면 이번 일은 내가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곪아 버렸을 수도 있었겠지. 따라서 나는, 너한테 감사해야만 해.
난 그녀가 건네주는 음료를 받아 가볍게 잔을 부딪혔다.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에서는 약간의 풀향이 느껴졌다, 모종의 특제 레시피인 거겠지.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보았다. 곧 있으면 보름달이 될 모양이다, 이제 추석도 금방이겠구나.
달도 사람도 둥글게 둥글게. 잘 됐네 잘 됐어.~불어오는 가을바람 5-1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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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사는 물러나지 않는 법, 한 바퀴 더
>>> * 어쨌든 살고 봐야 하지 않겠어? 그만 하자 > 옷가게+두리안 이벤트
비록 도발하고 있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으나, 쿠츠지의 운전 솜씨는 정말이지 내 가뜩이나 짧은 'HP 바'를 깎아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player]차멀미가 있어서.
[쿠츠지]그것 참…… 아쉽군.
[쿠츠지]그렇다면 우선 목적지까지 가도록 하지.
[쿠츠지]가면 알게 될 거야.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려던 그때,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아침에 본 폭우 경보가 생각났다. 그때는 마작장에 있던 탓에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작스레 내린 비로 온 몸이 흠뻑 젖어 버렸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내 바로 앞에 있는 쿠츠지는 털끝 하나 젖지 않은 상태인 게 아닌가. 분명 둘 사이의 거리라고 해 봤자 고작 10cm 정도일 텐데, 마치 보이지 않는 장막이 서로를 갈라놓은 느낌이 들었다.
난 몸을 쿠츠지 쪽으로 기울이며 어떻게든 비를 피해보려 노력했다. 지금 내 꼴은 아마 저번에 동물원에서 본 물에 떨어져 흠뻑 젖어 버린 원숭이 같은 모습이겠지…… 아니 아니, 이 정도면 거의 스스로를 모욕하는 수준인것 같은데.
[쿠츠지]이봐, 형씨.
[쿠츠지]좀 떨어져 주지 않을래? 형씨 때문에 내 등이 다 젖고 있잖아.
[player]그럼 빨리 좀 가던가! 비가 우릴 쫓아오고 있잖아!
[쿠츠지]형씨…… 여긴 시내라고, 그렇게 과속하면 면허 취소인 거 몰라?
[player]무슨 상관? 내 면허도 아닌데.
[쿠츠지]큭.
결국 어느 지하도를 통과할 때가 되어서야, 우리를 쫓아오던 폭우도 슬슬 사라졌다. 난 흠뻑 젖은 자신과, 겨우 등짝만 조금 젖은 쿠츠지를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player]일부러 그랬지, 방금.
[쿠츠지]억울하네, 형씨. 알잖아. 이한시의 날씨는 괴상하기로 유명하다는 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쿠츠지]뭐, 솔직히 역시 형씨답다고 생각해. 지금이라면 형씨 몸에 어떤 기적이 일어나든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을 정도야.
나를 위로해 주며 운전을 하던 쿠츠지가 멈춰섰을 때에는, 어느새 'Chaque Jour'의 앞에 와 있었다.
[쿠츠지]한 벌 고르라고, 형씨. 내가 건네는 사과의 뜻이니까.
그렇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 간단히 물기를 닦아낸 나는,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격표들을 대충 훑어보곤 쿠츠지를 용서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좋은 파트너쉽이란 뒤끝따위는 남기지 않는 법이니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쿠츠지를 따라 도착한 곳은 '기도춘' 근처에 있는 한 찻집이었다. 요즘 이 근처에 자주 방문해서 그런지 근처 경치도 꽤나 익숙해졌다. 나는 쿠츠지의 뒤를 따라 찻집의 뒷문으로 들어가서, 그대로 2층의 별실로 향했다.
[player]여긴 갑자기 왜?
[쿠츠지]멋진 공연을 보여주러 왔지.
[쿠츠지]여기야말로 최고의 관람석이라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늘 여길 예약하는데, 경쟁이 저번 경매만큼 치열해.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어 밖을 바라보니, 찻집의 정문 앞 거리가 바로 보였다. 거리에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저번에 꽃 경매를 하던 그때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쿠츠지]'오이란 퍼레이드'라고 들어봤어?
[player]응.
그러나 쿠츠지는 관심 없다는 듯,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앞에 놓인 접시를 깔짝일 뿐이었다. 잠시 뒤, 그는 그제서야 방금 본 것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쿠츠지]'기도춘'에도 그런 관습이 있지. 정기적으로 길한 날을 고른 다음, 가장 인기 있는 게이샤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서 '기도춘'의 입구부터 이 길의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게끔 해. 이게 바로 기도춘의 '오이란 퍼레이드'야.
[쿠츠지]첫째로는 '기도춘'의 게이샤가 최고라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이 일대가 전부 '기도춘'의 것이며, 가장 뛰어난 게이샤만이 '기도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것이지.
[쿠츠지]따라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위치를 과시하는 의미도 있다는 거야.
[쿠츠지]십수 년 전, 아직 소녀였던 토죠 쿠로네가 자신의 재능과 미모로 모든 이들을 압도한 뒤로부터 아직까지 '기도춘'의 주인은 바뀐 적이 없어.
[쿠츠지]그래서 오늘날 '오이란 퍼레이드'를 책임지는 게이샤는 항상 그녀지.
[player]어? 그럼 오늘이 설마, 바로 그 길한 날이라는 뜻이야?
[쿠츠지]정답, 역시 똑똑한 형씨다운걸.
[쿠츠지]상으로 이 '카르다몸'을 주도록 하지.
그러면서 자신이 한참동안 깔짝이던 접시를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 그와 동시에 옅은 두리안 냄새가 풍겨왔는데, 이 접시에 놓인 케이크에서 나는 냄새일 것이 분명했다.* 아니아니, 누가 케이크 안에 두리안을 넣어! 미친 거 아냐?
>>> * 두리안을 누가 싫어한다고 그래? 당연히 받아야지.
역시 정보상인이다, 내가 두리안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다니. 뭐, 내 온갖 사생활마저도 조사해 낸 녀석들이니까, 내가 두리안을 좋아하는 것 따윈 비밀이라고도 할 수 없겠지.
쿠츠지에게서 '카르다몸'을 받아 입 안에 넣자, 두리안 특유의 달콤한 향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속은 큼직한 두리안 과육으로 만들어졌는데, 차가운 냉기 뒤에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혀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그리고 이어서 삼켜 넘기자 식도로부터 온 몸에 만족감이 퍼져나갔다. 이게 바로 행복이다.
만족스럽게 두 조각을 연이어 먹은 나는, 그제서야 어느샌가 벌려진 나와 쿠츠지 사이의 거리를 눈치챘다. 그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경악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player]당신, 두리안 싫어해?
[쿠츠지]당연하지…… 저딴 걸 먹는 사람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군.
[player]어째서?! 이렇게나 맛있는걸!
[쿠츠지]쯧……
[쿠츠지]어렸을 때 '누님'이 속여서 먹어 본 적이 있는데, 마치…… 썩은 양파를 입에 넣은 것만 같았어.
[player]'누님'이라니?
[쿠츠지]날 키워 준 사람.
[player]그분도 '효' 소속이야?
[쿠츠지]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player]흠. 그럼 다시 한번 먹어보지 그래? 그때 당신이 먹었던 그 두리안보다 괜찮을 수도 있잖아.
[쿠츠지]됐어.
[쿠츠지]맞다, 나만 안 먹는 게 아니라, '효'에선 아무도 두리안을 안 먹어.
여기까지 말한 그는 코를 움켜잡더니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였다.
[쿠츠지]형씨,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 둬.
[쿠츠지]'효' 안에서 두리안을 먹는 건 중죄니까, 큰일난다고.
[player]중죄라니? 먹으면 어떻게 되는데?
그는 기이하게 웃었다, 어쩐지…… 섬뜩한 협박을 하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쿠츠지]어디 한번 해 보던가.
[player]에…… 됐어. 그래봤자 뭐 얻는 것도 없잖아.
쿠츠지의 말을 듣고 나니, 접시 위에 담긴 '카르다몸'이 어쩐지 맛없어진 것만 같아 저 옆에 밀어놓기로 결정했다.
[player]됐어, 다른 얘기나 하자고. 그럼 이어서 거래의 마무리 얘기나 하지?
[쿠츠지]거래라 그러고 보니 슬슬 퍼레이드도 시작하는데, 일단 구경부터 하고 얘기하지.카르다몸(두리안 케이크..). * 두리안을 누가 싫어한다고 그래? 당연히 받아야지.
>>> * 아니아니, 누가 케이크 안에 두리안을 넣어! 미친 거 아냐?
나는 무표정하게 접시를 쿠츠지 앞으로 돌려놓았다. 절대 안 먹지, 오늘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건 절대 안 먹을 거다.
다만 예상 밖이었던 것은, 쿠츠지가 잠깐 침묵하더니 다시 접시를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리저리 밀리는 접시 때문에 그 위에 있던 케이크가 한 조각 떨어지자, 두리안 냄새가 더욱 진하게 풍겨왔다.
[player]……
[쿠츠지]먹을 거 남기면 천벌 받는대.
[player]그러는 당신이나 남기지 말던가.
다시 접시를 밀어놓으려던 도중, 쿠츠지가 한 손으로는 접시를 꾸욱 붙잡은 채로 나머지 한 손으로는 턱을 괴고 딴청을 피우는 걸 눈치챘다.
[player]당신 설마…… 두리안 못 먹어?
[쿠츠지]안 먹어.
[player]안 먹을 거면 왜 시켰는데?
[player]……
[쿠츠지]이 전통 찻집에서 무슨 유행 따라 두리안 맛 케이크 같은 걸 만들 줄은 몰랐지…… 이름도 재료랑 전혀 상관 없는 걸로 지어뒀으니까 말이야.
[player]아, 정보상인도 모르는 정보가 있는 거구나.
내 말을 들은 쿠츠지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갔다, 본인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역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보상 아니랄까 봐, 다시 원래의 표정을 되찾는 것도 금방이었다.
[쿠츠지]괜찮아, 지금이라도 정보를 입수한 게 어디야.
[쿠츠지]형씨의 공적은 높게 쳐 주도록 할게.
[player]내가 '효'의 소속도 아니고, 그런 공적이 있어 봤자 뭐에 쓰겠다고……
[player]뭐, 굳이 쳐 주겠다면야 말리지 않겠지만. 그걸로 뭐 현실적인 걸 준다면 좋겠는데.
[쿠츠지]현실적인 거라, 그럼 이번만 특별히 음식을 낭비하는 걸 허가하지.
쿠츠지는 그렇게 말하고선 직원을 불러 케이크를 치워 버리곤, 다시 다른 걸 주문하였다. 어느샌가 둘 다 한 시름 놓은 모양새였다.
[player]겨우 그걸로? 당신이 두리안을 못 먹는다는 걸 내가 떠들고 다니면 어쩌려고?
[쿠츠지]하, 형씨. 그런 걸로 내가 눈 하나 꿈쩍할 것 같아? 난 유리한 거래 아니면 절대 안 한다고.
[player]아, 그래. 그러고 보니 거래는 언제 마무리할 건데?
[쿠츠지]천천히 가자고. 곧 퍼레이드가 시작될 텐데, 구경부터 해도 안 늦으니 말이야.(이후 내용 동일)
쿠츠지의 시선을 따라 밑을 내려다보니, 언제 시작했는지 거리가 벌써 조용해져 있었다. 또한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진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대하듯 '기도춘'의 입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휴대폰에 표시된 시간이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기도춘'의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우선은 전통 복식을 한 남자 몇 명이 목판을 들고 걸어나와 도로의 양측에 섰다. 목판엔 '기도춘'의 문양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고, 무언가 글씨도 써져 있었지만 크기가 작아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는 아름다운 옷을 갖춰 입은 소녀 여섯이 손에 꽃바구니를 든 채로 양측으로 나뉘어 걸어나왔다. 그러면서 바구니에서 꽃을 집어들어 옆으로 놓으니, 정 가운데의 길에 딱 맞게 꽃이 떨어졌다.
리듬감 있는 음악과 함께 흰 버선을 신은 나막신이 문 밖으로 살포시 뻗어나와 반달 모양을 그리고선 다시 쏙 들어가는 광경을 보았다. 마치 매끄러운 잉어가 수면 위로 빼꼼 나왔다가 꼬리를 살랑 흔들고 다시 사라지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걸 몇 차례 반복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가 그제서야 몸을 드러내며 매혹적인 발걸음으로 걸어나와 꽃길을 또각또각 걸어갔다.
하지만 거리가 조금 먼 데다가 구슬을 엮어 만든 듯한 면사포를 쓰고 있는 탓에, 그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쿠츠지는 딱히 관심 없다는 듯 창틀을 두드리며 가볍게 말을 이었다.
[쿠츠지]저 사람, 저 사람이 바로 토죠 쿠로네야.
들려오는 곡조에 맞춰, 쿠츠지의 손가락이 리듬감 있게 창틀을 두드렸다. 마치 저 아래의 공연에 푹 빠져든 듯한 모양새였다. 이어서 토죠 쿠로네가 우리의 바로 밑을 지나가려 하자, 쿠츠지는 갑작스레 고개를 돌리곤 날 바라보았다.
[쿠츠지]형씨, 거래를 하기 전에 알려줘야 할 게 있어.
[player]뭔데?
[쿠츠지]내가 형씨를 경매에 보내고, 그 뒤에 이것저것 시킨 일들. 왜 그랬는지 궁금하지?
[player]그렇긴 해. 딱히 가치 있는 정보를 물어왔다는 느낌은 못 받았거든.
[쿠츠지]아니, '형씨'가 갔다는 사실 자체가 가치 있는 정보였어.
[player]그게 무슨 말이야?
[쿠츠지]그날, 형씨가 무슨 꽃을 고르든 토죠 쿠로네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하면 어쩔래?
[player]셋 다 토죠 쿠로네의 꽃이었던 거야?
[쿠츠지]아니, 그녀가 형씨를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야.
[player]뭐라고?
[쿠츠지]처음부터 난 내가 지닌 정보로 추측을 했을 뿐이야. 하지만 형씨의 행동이 그 추측을 검증해 주었지.
쿠츠지의 말을 들은 나는 더욱 혼란에 빠졌다. 나와 토죠 쿠로네 사이의 접점을 아무리 찾아본들, 그녀가 내게 먼저 다가올 이유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쿠츠지]형씨. 이전에 한 거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형씨를 위해 거래의 조건을 바꿔 주도록 하지. 지금부터, 형씨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쿠츠지]첫째, 약속에 따라 내게서 힐리에 대해 묻는 것. 요즘 그녀가 뭘 하고 다녔는지 알려 주지.
[쿠츠지]둘째, 스스로를 위해 토죠 쿠로네와 관련된 것들을 질문하는 것. 그럼 내가 형씨한테 쓸모 있는 부분들을 추려서 알려 주겠어.
[쿠츠지]생각할 시간을 줄게, 형씨가 진정으로 원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기를 바라지.
난 쿠츠지의 말을 듣고선 고민에 빠졌다. 원래대로라면 힐리에 관한 것을 묻는 게 맞겠지, 이거야말로 내가 의뢰를 수락한 이유였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토죠 쿠로네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이제 와서 보니, 그날 그녀가 꺼냈던 이야기들엔 무언가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평범했던 것들이, 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한참을 고민해 봐도 선택을 내리기는 힘들었다. 사라와 라이언의 걱정하는 얼굴이 내 머릿속에서 번갈아가며 나타났다가도, 동시에 귓가에 토죠 쿠로네의 나긋나긋한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쿠츠지]하아… 있잖아, 형씨가 좀 더 스스로를 위한다고 해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렇다면, 나는……* 그냥 둘 다 알려 주면 안 돼?
* 힐리에 대해 알고 싶어. >힐리 엔딩(Soul)
* 토죠 쿠로네에 대해 알고 싶어. >구미호 엔딩(심연)
(선택지 이후 내용 동일, 생략합니다.)
+크라운(죠), 힐리, 새턴 외관
더보기크라운(죠) 힐리 새턴 + 2-1에서 새턴이 플레이어에게 해줬다고 하는 말
더보기작혼 공식 스토리 여름의 한담 (5일 째 새턴루트) [새턴]하하, 상인은 모두 독자적인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법이야. 하지만 자네에게라면 말해도 좋아. 이한시에서는 많은 정보상이 거리 속에 섞여 들어가있어. 그 나름의 보수만 지불하면 바로 유력한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지.
[player]그럼 그 사람들은 대회 정보를 어떻게 손에 넣은걸까요?
[새턴] 사귀인에 대해 최근 어떤 '계시'를 받은 자가 있는 모양이야...... 혼천신사의 마작대회가 얼마가지 않아 개최된다, 라는 계시.
[쿠츠지]하하, 이래서 똑똑한 놈과 사업하는 게 좋단말이야. 이런 똑똑한 대답, 역시 대보석상도 마음에 들어하는 녀석이야.
[player]그 대보석상이라는 게 설마 ...... 새턴(サターン)씨 라던지?
예전에 새턴씨에게 "상인들은 독자적인 정보원을 가지고 있어. 예를 들어, 이한시의 정보원이라든가. 그들은 보통 마을 곳곳에 숨어있어서, 충분한 돈만 지불하면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주지"라고 새턴씨가 알려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효'였던 것 같다.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쿠츠지]아무래도 새턴 형씨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있나보네.
+ 불어오는 가을바람 Day.4-2 (소우무, 쿠츠지) 힐리루트에서 쿠츠지 등장부분 크롭
+엔딩 일러스트 비교
더보기5-2 (힐리 파트너 엔딩) 5-1 (구미호 엔딩) 같은 장면을 시점만 다르게 그린 일러스트. 확대해보면 각 캐릭터가 작게 일러스트에 들어가있다.... (미친놈들)
5-2 엔딩 일러스트에서의 쿠츠지, 오른쪽 중간 부분 창가자리에 앉아있다. 5-1 엔딩 일러스트에서의 힐리, 왼쪽 하단부분 오이란 퍼레이드를 보고 있다.
스토리 감상 타래
https://x.com/Apple_plaster_f/status/1757867312487776544?s=20
X의 사석🍎님(@Apple_plaster_f)
작혼 스토리 백업 되어있는거 찾아서 그거 읽느라 지금 못자고있음..🥺 진심 이런 설정이었다고!? 와 날조했는데 어카지!?!!!와 이싹바가지없는놈이?의 반복임 스샷 n개 찍어둠 내일 정리해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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